보는 각도 따라 변하는 이영하의 회화…"평면에 시간성·공간성 부여"
아부다비 왕가·DJ 페기 구 등 소장…칼리파 갤러리서 2월 28일까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오른쪽에서 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왼쪽에서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인다. 정면에서는 두 사람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이영하의 일명 이중 초상화 작품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 도널드 트럼프 & 김정은'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형상이 달라지는 '렌티큘러' 기법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 이영하의 개인전 '비트윈 투 웨이즈 오브 비잉'(Between Two Ways of Being)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칼리파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캔버스 위에 삼각뿔 형태의 종이를 촘촘히 세우고 양쪽에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린다. 이를 통해 관람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마틴 루서 킹 목사, 디에고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 앤디 워홀과 장미셸 바스키아,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은 작품들이 출품됐다.
체 게바라의 혁명 전후 모습이나 홍콩 배우 장국영의 두 얼굴 등 한 인물의 서로 다른 모습을 한 화면에 담은 작품들도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어떻게 하면 평면에 시간성과 공간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화면을 이중구조로 만들어 관람객이 이동하면서 보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초상화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유 Ⅸ'은 새장과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한 화면에 담은 작품이다. 오른쪽에서 보면 생각하는 사람이, 왼쪽에서 보면 새장이 보이지만 정면에서 보면 케이지 속에 갇힌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며, '틀에 갇힌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사유-상실-Ⅰ'은 왼쪽에서 보면 한 남성의 얼굴과 이를 그리는 화가의 손이 등장한다. 오른쪽에서 보면 새장과 얼굴 없는 사람의 이미지가 나온다. 정면에서 보면 두 이미지가 겹치면서 화가가 텅 빈 케이지에 얼굴을 그리는 모습이 나온다.
작가는 "코로나19 대유행 시절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면서 마스크 안에 개인이 함몰된다고 생각했다"며 "텅 빈 새장처럼 내가 사라지는 순간에 화가의 손이 등장해 예술로서 자아를 회복시켜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백석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해외 수집가들에게 먼저 주목받았다. 2022년 아부다비 아트페어에서 선보인 트럼프와 김정은의 이중 초상화 작품은 아부다비 왕가가, 앤디 워홀과 장미셸 바스키아의 얼굴이 함께 들어간 작품은 DJ 페기 구가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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