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역 교재 받는 데만 한달…시각장애 대학생 학습권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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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역 교재 받는 데만 한달…시각장애 대학생 학습권 '공백'

모두서치 2026-01-24 06:19: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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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고려대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이지민(22)씨는 후천성 녹내장 악화로 시각장애를 앓고 있다.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무렵 시력이 악화해 글씨도 읽을 수 없게 됐다. 모든 교재는 점역(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는 작업)을 맡기거나 텍스트로 변환해 보조기기를 이용해야 읽을 수가 있다. 이씨는 최근 전공 공부를 위해 민간 복지관에 중세국어 교재 점역을 맡겼다가 '점역에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숙명여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박미연(21)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박 씨는 "법학 도서는 특히 한자어와 판례가 많아 점역에 보통 한 달은 걸린다"고 말했다. 특히 개강을 앞둔 3월, 9월에는 신청이 몰려 대기 기간이 더 길어진다. 다른 기관에 점역을 맡기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복지관마다 처리 속도는 제각각이다. 박씨는 "어떤 때는 제작 기간이 두세달씩 차이 나기도 한다"며 하소연했다.

2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각장애 학생들이 대학 수학 과정에서 강의 교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 수업마다 요구되는 교재가 달라 매번 필요한 교재를 새로 점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현재 대부분 이러한 작업을 민간에 맡기고 있는데 공공 차원의 학습 지원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각장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은 학기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해당 교수에게 수업에 필요한 교재가 무엇인지를 문의한다. 이후 자료를 개별적으로 점역을 맡기는데, 약 2주 정도 소요되는 민간 복지관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했다. 문제는 학기 초처럼 신청이 몰리는 때는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점역 기간이 한달을 넘기는 경우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의 의존도가 큰 점역 서비스를 대부분 민간 영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도 대체자료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자료별 평균 67일이 소요된다. 대학에서는 보통 두달에 한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는데, 자료 제작에만 두달의 시간을 기다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체자료 제작 기간은 학생들의 학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씨는 "전공 특성상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읽으려고 찾은 자료가 없으면 2~3주 뒤에나 받을 수 있어 그냥 다른 책을 읽거나 OCR(활자를 스캐너로 인식해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술) 기술로 대강 내용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OCR 기술은 각주나 도표, 외국어 표기 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밀한 독서를 대신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씨는 "정 급할 땐 유튜브에서 요약 영상을 찾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시각장애 대학생의 교재 접근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장애인복지관에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 공공 시스템의 역할 강화, 대학의 사전 자료 확보 체계, 출판 단계에서의 접근성 설계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자료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한 운영 방식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주희 총신대 교직과 교수는 "학생이 개강 이후에야 교수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다시 외부 기관에 점역을 의뢰하는 방식은 불가피하게 시간 지연을 반복하게 된다"며 "대학 차원에서 학기 시작 전 강의 자료를 사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권역별 점역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자료 제작을 특정 복지기관의 선의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와 대학이 연계해 책임지는 공공 서비스로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자료를 만드는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애초에 출판 단계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장애인도서관 관계자는 "출판 이후에 대체자료를 제작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자료 제공 지연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사후적으로 점역하는 방식보다, 출판 단계에서부터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 등 접근성을 갖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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