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약 2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202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7위안 아래로 고시하면서, 당국이 점진적인 통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신호로 시장이 해석한 결과다.
23일 신랑재경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 대비 강세 흐름을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40분(한국시간 낮 12시40분) 기준, 역내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9635위안으로 전일 대비 0.05% 상승했다. 역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옵쇼어 위안화 역시 달러당 6.9592위안으로 0.07%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 집계에 따르면, 위안화 역내 환율은 달러당 6.9627위안, 역외 환율은 6.9585위안 부근에서 거래되며 점진적인 절상 경로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인민은행은 이날 거래 개시 전 기준환율을 달러당 6.992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일 대비 0.0090위안(0.129%) 오른 수준으로, 2023년 5월 17일 이후 최고치다. 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져 온 ‘7위안선’을 다시 하회한 것이다.
다만 이번 기준환율은 시장 예상치인 달러당 6.9481위안보다는 0.0448위안 약세로 설정됐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2년 이후 시장 전망치와의 괴리가 가장 큰 수준으로, 인민은행이 위안화 강세를 허용하면서도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ANZ의 환율 전략가는 “인민은행은 위안화가 추가로 상승하더라도 이를 우려하지 않는다는 강한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며 “달러 약세 환경을 고려할 때 통화 강세를 용인할 여지가 여전히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위안화의 대외 가치를 나타내는 CFETS 위안화 바스켓 지수는 연초 이후 최저치인 98.24까지 하락했다. 이는 달러뿐 아니라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 전반에 비해 위안화의 실질 가치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기준환율 고시를 상당한 정책적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 무역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고, 수출이 연간 5.0% 성장률을 유지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신중한 소비로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보합권에 머물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위안화 실질환율은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조용한 안정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인민은행은 명시적인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완만한 환율 조정을 통해 성장 하방 압력을 관리해 왔다.
시장에서는 최근의 환율 움직임을 두고, 당국이 일정 수준의 위안화 절상을 감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기준환율이 여전히 시장 예상보다 약세로 설정되는 날이 잦다는 점은, 인민은행이 변동성을 억제하며 양방향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의도가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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