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 절벽과 지방소멸은 더 이상 미래의 공포가 아닌 현실이 돼버린지 오래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자체 10곳 중 7곳 이상이 소멸 위험 '높음'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자리 부족 현상이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전문가들은 지역 기반 산업의 정착과 기업의 역할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 아이치현이 글로벌 기업 도요타와 손잡고 '도요타시'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낸 것처럼 국내에도 한 향토기업을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가 활기를 되찾는 사례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과 이 지역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다.
◆ 지역과 기업 상생 구축...‘한국판 도요타’ 꿈꾼다
1970년대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현대식 아연 제련소인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50년간 경북 북부권의 유일한 대규모 사업장으로서 지역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인근 봉화군과 강원 태백시 주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지역사회에는 꾸준한 활력을 공급하는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석포제련소가 가장 주목받는 점은 인구 증가 기여도다. 봉화군의 소멸위험지수는 0.12로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에 해당할 정도로 전체 인구는 감소 추세지만 석포제련소의 임직원 수는 지난 2012년 499명에서 2023년 576명으로 늘었다. 동반 가족 수 또한 2000년 504명에서 2023년 2316명으로 4배 이상 급증하며 '봉화사랑 주소갖기' 캠페인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지자체 벤치마킹 대상
아연 생산능력 세계 4위 규모를 갖춘 영풍 석포제련소는 '환경과 산업의 공존'이라는 난제를 기술력으로 돌파하고 있다.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 수립 이후 매년 1000억원 규모의 환경 예산을 집행해 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투자액은 5400억원에 달한다.
환경개선 혁신계획의 정점은 2021년 세계 제련소 최초로 도입된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이다.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단 한 방울도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전량 재처리해 재활용하는 이 시스템을 통해 연간 88만㎥의 공업용수를 절감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강원 영월군 등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혁신적이다. 2022년부터 최근까지 석포제련소 앞 하천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반복적으로 관찰될 만큼 주변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 20억 투자...스포츠 콤플렉스 조성·문화 콘텐츠 ‘진심’
영풍의 사회적 책임은 문화와 체육 영역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조잔디 축구장을 조성하며 '종합 스포츠 콤플렉스'를 완성했다. 인조잔디 축구장은 기존 테니스장, 풋살장 등과 어우러져 지역 주민들의 건강한 여가 활동을 책임지고 있다.
문화 콘텐츠 육성에도 진심이다. 4년째 이어오는 '석포마을 공모전'은 물론 석포중학교 학생들의 단편 영화 제작 지원은 큰 결실로 이어졌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출연한 작품이 '제16회 국제청소년평화·휴머니즘영상공모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시골 마을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줬다.
전국의 면 단위 초등학교들이 폐교 위기에 처해 있지만 석포초등학교는 예외다. 1935년 개교한 석포초교는 봉화군 내 면 단위 학교 중 유일하게 전교생 수가 100명 안팎에 이르며 병설유치원 역시 학급 수 3개를 유지 중인 봉화군 내 유일한 공립 유치원이다.
◆ 면 단위 소재 초·중교 석포면 학생수 경북 상위권
학생 수 증가로 인해 학교는 교실 4칸을 추가로 확장하기도 했다. 석포중학교 역시 전교생 약 40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아동·청소년 인구가 상대적으로 활발한 이유는 다자녀 가구가 많기 때문이다. 석포제련소 직원 중 네 자녀를 둔 가정이 2가구, 세 자녀 이상을 둔 가정도 11가구에 달한다.
이는 제련소가 제공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주 여건, 그리고 교육 지원이 맞물린 결과란 분석이다. 최근에는 경북 구미 해평중학교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해 친환경 설비를 견학하는 등 석포제련소는 이제 산업 현장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석포제련소와 봉화군 석포면의 사례는 기업이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곳을 넘어 지역의 인구를 지키고 환경을 개선하며 문화를 꽃피우는 '공동체 선순환의 핵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방소멸의 파고가 높아지는 현재 기업과 지역이 나아가야 할 상생의 모범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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