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공천헌금 특검을 요구하며 8일째 단식 중이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단식을 중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 권유가 단식 종료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근혜를 비롯해 유승민·이준석 등 범보수 인사들이 줄줄이 단식장을 찾으면서 보수 결집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애초 명분으로 내세운 쌍특검 관철에는 실패했고, 한동훈 전 대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당내 갈등이 여전히 남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든 '단식 중단 출구'
장 대표의 단식은 지난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시작됐다. 이재명 정권을 향해 통일교 게이트와 민주당 공천헌금 비리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라는 요구였다.
단식 나흘째부터 장 대표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21일에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전원이 단식 중단을 권고하기로 뜻을 모았고, 중진 의원들이 직접 농성장을 찾아 설득에 나섰지만 장 대표는 거절하며 단식을 이어갔다.
장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던 8일차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단식장에서 장 대표를 격려하면서 이제 그만 멈추라고 당부했다. 여권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단식을 계속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는 장 대표에게 특검 수용을 이끌어내지 못했더라도 투쟁의 진정성만큼은 국민들이 인정할 것이라며 위로를 건넸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싸움이 남아 있으니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고 설득했다.
장 대표는 결국 박 전 대통령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오전 11시 55분께 단식 종료를 선언한 장 대표는 "더 길고 큰 싸움을 위해 오늘 멈춘다"고 밝혔다.
이미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였던 장 대표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의료지원반장) 장 대표가 물과 소금만 섭취하면서 생명이 위험한 수준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득(得)—박근혜부터 유승민·이준석까지, 보수 진영 총집결
이번 단식의 가장 큰 성과는 흩어져 있던 보수 인사들을 한자리로 모았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문은 그 자체로 큰 상징성을 가졌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의원은 SNS에 "더는 서로를 향해 자해하지 말자. 네 탓이 아니고 내 탓이라고 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유승민 전 의원의 등장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을 강하게 비판해온 개혁보수 성향의 유 전 의원이 20일 단식장을 찾아 장 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유 전 의원은 일부 생각이 다르더라도 국민이 신뢰하는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 함께 해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해외 일정을 급히 마치고 21일 새벽 귀국해 단식장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장 대표에게 공동투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함께하겠다며 쌍특검 공조 의지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최민호 세종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등 광역단체장들 방문했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도 격려차 찾아왔다.
당 원로급 인사들도 대거 동참했다. 황우여 상임고문, 황교안 전 국무총리, 최경환 전 부총리,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이 단식장을 방문해 응원했다.
가장 큰 변화는 국민의힘 내부 개혁파 진영이었다. 그동안 장 대표에게 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를 요구하며 압박해왔던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은 20일 장 대표의 단식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당의 통합"이라며 "장 대표 단식은 민주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순수한 의지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고 198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을 언급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이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았지만 누구도 실패한 단식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 단식이 민주화 세력 결집의 계기가 됐듯이 장 대표 단식도 보수 대결집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 단식을 계기로 보수가 결집해 대여투쟁을 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실(失)—국힘, 장 대표 단식에도 지지율 3%p↓…보수층 결집 46% 그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 투쟁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며 20%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지표조사(NBS)가 22일 발표한 2026년 1월 4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0%, 국민의힘 20%,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3%, 진보당 1% 순으로 나타났다. 태도유보층(지지 정당 없음+모름/무응답)은 32%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 2주 조사(23%)와 비교해 3%p 하락하며 민주당과의 격차가 2배로 벌어졌다. 장 대표가 통일교·공천뇌물 '쌍특검'을 주장하며 단식에 돌입한 상황에서도 지지율 반등에 실패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1%를 기록했고, 인천·경기에서는 20%에 머물렀다. 전통적 보수 지지 지역인 대구·경북(31%)과 부산·울산·경남(26%)에서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 46%의 지지를 받아 결집력을 보였지만, 중도층에서는 13%에 그쳐 중도층 확장에 실패한 모습이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은 진보층 68%, 중도층 41%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0.2%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청와대·민주당 '묵묵부답'...쌍특검 수용 진전 無
청와대는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는 장 대표의 단식에 무대응으로 맞섰다. 20일 국민의힘 의원 60여 명이 청와대 앞에서 쌍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도 같은 건물 안에 있으면서도 단식장과는 거리를 뒀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방문해 민주당 지도부를 만났지만 장 대표와는 면담하지 않고 떠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 대표가 제안한 1:1 영수회담에 대해 여야 간 충분한 대화가 우선이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김능구 "설 전 윤어게인 세력 절연하지 않으면 張·국힘 미래 없어"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김능구·장성철의 직언직썰에서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정권 시절 그렇게 잘나가는 사람도 아니었고 측근도 아니었는데, 지금 그 사람들이 자기를 당 대표 만들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자기 지지 기반이 없다. 그 사람들한테 떠받쳐지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자기가 자기 정치 세력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지금 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본인이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며 "설 전에 김건희,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않으면 장 대표의 미래도 없고 국민의힘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대표가 자기 태생적 한계를 끊어내지 않으면 못한다"며 "본질적인 변화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는 국민의힘 부활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장성철 "단식이 아니라 尹 단절이 필요할 때"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장동혁 대표는 단식할 때가 아니라 단절해야 할 때"라며 "윤석열과 김건희, 그리고 윤어게인 세력과 단절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장동혁 대표가 내란 옹호 세력, 윤어게인 세력, 대통령실 출신들을 주요 당직에 계속 임명하고 있다"며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 비서관이었던 최진웅 씨를 메시지 팀장으로 임명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그 장면이 상징하는 것은 결국 윤석열과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라며 "윤석열, 김건희, 윤어게인 세력과의 단절 없이는 본질적 변화도, 국민의힘 부활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한동훈 단식장 방문 안해…윤리위 제명 뇌관 여전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18일 SNS에 당게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을 뿐 장 대표 단식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 때는 격려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안은 재심 기한인 23일 이후 처음 열리는 26일 최고위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 전 대표는 재심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 의원은 "장 대표가 이번 단식하면서 당 통합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당장 처리할 사안이 아닌 만큼 보류 방안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장 대표 복귀 후 한 전 대표 징계안을 밀어붙이면 당내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장 대표에게 한 전 대표를 6·3 지방선거 전략 카드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선 윤리위 제명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張 단식 종료하며, "진정한 단식은 오늘부터가 시작"···회복 후 본격 대여투쟁 예고
장 대표는 단식 종료 직전 "부패한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폭정을 향한 국민의 탄식은 오늘부터 들불처럼 타오를 것"이라며 "진정한 단식은 오늘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건강을 회복한 후 단식을 통해 조성한 결집 분위기를 바탕으로 대여투쟁 전면에 나설 계획으로 보인다.
이어 개혁신당과의 특검 공조는 장 대표 회복 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야권 특검 추진 태스크포스 구성 등이 논의되고 있다.
장 대표가 이번 단식으로 만든 보수 결집 모멘텀을 당내 통합과 2026년 지방선거 승리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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