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의 맨 위에 "지명수배자"라고 적혀 있다. 그 아래에는 한 젊은 여성의 사진이 있는데,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증명사진이다. 그는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은 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어깨까지 오는 검은 머리는 깔끔하게 빗겨 있다.
하단에는 빨간색 글씨로 "현상금 100만 홍콩 달러"라는 문구와 함께 영국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약 9만5000파운드(약 1억6000만원)에 달하는 이 돈을 벌기 위한 지침은 간단하다. "이 수배자와 관련 범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그를 중국 대사관으로 데려오시오."
사진 속의 그 인물이 지금 내 앞에 서 있다. 그는 한 건물을 바라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리는 한때 왕립 조폐국의 본거지였던 웅장한 건물 앞에 서 있다. 중국은 1877년부터 사용해 온 훨씬 작은 기존 부지를 대신해 이곳을 런던 내 새로운 거대 대사관으로 개발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런던 탑 맞은편에 위치한 이 새로운 부지는 이미 중국 보안 요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건물은 폐쇄회로(CCTV) 카메라로도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카먼 라우는 "이렇게 가까이 와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30세인 카먼은 홍콩 내 민주화 운동가들이 체포되던 지난 2021년 홍콩을 탈출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이 이토록 상징적인 장소에 새 대사관을 짓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가 우려하는 점 중 하나는 중국이 이처럼 거대한 대사관을 이용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괴롭히거나 심지어 그들을 건물 내에 구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반체제 인사들 사이에서는 런던의 금융 지구와 매우 가까운 이 위치가 스파이 활동(간첩 행위)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이곳이 자신들에게 보안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있다.
이 계획은 이전에 지역 의회에 의해 거부된 바 있지만 결정권은 정부로 넘어갔다. 고위 장관들은 계획에 약간의 수정만 이루어진다면 찬성한다는 신호를 보낸 상태다.
결국 영국 정부는 2026년 1월 20일 해당 계획을 승인했다.
2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이 부지는 규모가 매우 방대하다. 만약 사업이 진행된다면 유럽에서 가장 큰 대사관이 될 전망이다. 이곳은 정말로 반대론자들이 우려하는 그런 위험을 불러오게 될까?
유럽에서 가장 큰 대사관
중국은 2018년에 영국의 옛 왕립 조폐국 부지를 2억5500만 파운드(약 4400억 원)에 매입했다. 이 지역은 역사가 겹겹이 쌓인 곳이다. 길 건너편에는 정복왕 윌리엄이 일부를 건설한 런던 탑이 있으며 수 세기 동안 왕과 왕비들이 그곳에 거주했다.
계획안 자체에는 문화 센터와 200명의 직원을 위한 숙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보안 문 뒤편의 지하층에는 설계도상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방들도 존재한다.
카먼은 "내가 만약 중국 대사관으로 끌려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맨체스터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 부지 안으로 한 홍콩 민주화 시위자가 끌려 들어가 매질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근처에 있던 영국 경찰들은 영사관 경계선을 넘어가 그를 구조했다.
앞서 2019년에는 홍콩 시민들을 중국 본토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법안을 도입하려는 정부의 시도로 인해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분출됐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는 당시 구의원이었던 카먼을 포함해 홍콩의 모든 선출직 공직자들이 중국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도록 강요하는 법안이 포함됐다. 카먼은 맹세 대신 사임을 선택했다.
그는 중국 국영 매체 기자들이 자신을 미행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베이징의 중국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대공보'는 그와 동료들이 구의회 사무실에서 파티를 열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1면 기사로 실었다.
카먼은 "당신도 그 정권의 수법을 알지 않나"고 말했다. "그들은 당신을 미행하고, 괴롭히려고 했어요. 제 친구들과 동료들은 체포되고 있었고요."
카먼은 런던으로 탈출했지만, 자신이 계속해서 표적이 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홍콩 당국은 그에 대해 "분리 독립 선동 및 국가 안보를 위협하기 위한 외국 또는 외부 세력과의 결탁" 혐의로 두 건의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그 뒤를 이어 홍콩에서 그의 이웃 대여섯 명에게 현상금 통지서가 전달됐다.
그는 "그 정권은 그저 해외에 있는 가능한 모든 활동가들을 제거하려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SOAS 런던 대학교 중국 연구소 소장이자 정치학자 및 역사학자인 스티브 창은 왜 홍콩 출신 사람들이나 특정 배경을 가진 이들이 새로운 대사관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1949년 이후 중국 정부가 사람을 납치하여 대사관 구내에 감금한 기록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는 일부 대사관 직원들이 영국 내 중국인 유학생과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는 업무를 맡게 될 것이며, 또한 중국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과학자와 기업인,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 같은 영국 시민들을 포섭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대사관 측은 BBC에 "중국 대사관은 중국과 영국 국민 간의 이해와 우호를 증진하고, 양국 간의 호혜적인 협력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새로운 대사관 건립은 우리가 이러한 책임을 더 잘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간첩 행위에 대한 경고
일부 반대론자들이 가진 또 다른 우려가 있다. 바로 왕립 조폐국 부지가 런던 금융 지구 기업들의 민감한 데이터를 운반하는 광섬유 케이블을 도청함으로써 중국이 영국의 금융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게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 부지는 한때 바클레이스 은행의 트레이딩 플로어가 있던 곳으로, 영국의 금융 인프라와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인근에는 1985년부터 템스강 아래로 수백 개의 금융 지구 기업들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섬유 케이블 터널이 지나고 있다.
또한, 부지 안에는 런던 금융 지구의 통신을 담당하는 5층 높이의 벽돌 건물인 '와핑 전화국'이 자리 잡고 있다.
사우스햄튼 대학교의 광전자 공학 연구원인 페리클리스 페트로풀로스 교수에 따르면, 가동 중인 전화국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모든 상황은 잠재적인 간첩 행위에 대한 경고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는 보수당의 핵심 의원인 케빈 홀린레이크뿐 아니라 미국의 고위 공화당 의원들도 포함된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서 안보 경험이 있는 한 관리는 "특정 장치를 사용해 케이블을 도청하거나 통과하는 정보를 가로채는 것은 전적으로 가능하며, 이를 감지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사관에서 약 800m 거리 내에 있는 모든 것이 취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중국이 시스템을 해킹할 다른 방법들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하려 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중국 대사관 측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반중 세력들이 보안 위험을 핑계 삼아 영국 정부의 이번 건축 계획 심의에 간섭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기도 없고 성공하지도 못할 비열한 수법입니다."
이웃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왕립 조폐국 부지 인근에는 19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다. 마크 나이게이트는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그는 자신의 낮은 정원 담벼락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사관 직원들이 저기에 살면서 우리를 내려다보게 될 겁니다."
"우리는 시위 문제와 보안 위험, 그리고 우리의 사생활 때문에 대사관이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홍콩인과 티베트인, 위구르인, 그리고 야당 정치인들로 구성된 대사관 반대론자들은 이미 최대 6000명이 참여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대사관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하여 자신과 이웃들이 피해를 입을까 봐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정부학과의 객원 교수인 토니 트래버스는 "현재의 중국 대사관 근처에도 많은 영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며 이전이 진행되더라도 새로운 이웃들이 우려하는 그런 종류의 시위가 실제로 벌어질 것이라고는 확신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 대사관 밖의 도로를 막을 정도로 정기적인 시위가 일어난다는 증거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다른 여러 나라의 대사관이나 고등판무관 사무소 밖에서 훨씬 더 큰 규모의 시위가 일어납니다."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번 개발안이 "주변 환경을 크게 개선하고 지역 사회와 해당 구역에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이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 부지를 개발하려는 중국의 첫 번째 설계 승인 신청은 2022년 타워햄리츠 구의회에 의해 거부됐다. 안전 및 보안 문제, 그리고 시위와 보안 조치가 관광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은 계획을 수정하거나 항소하는 대신 기다리는 쪽을 택했고 노동당이 집권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2024년 8월 기존과 동일한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8월 23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통화를 가졌다. 그 후 스타머 총리는 시 주석이 대사관 문제를 제기했음을 확인해주었다.
그 이후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안젤라 레이너 영국 부총리는 이 사안을 구의회 손에서 떠나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했다.
이는 2022년 리시 수낵 전 보수당 총리가 이른바 영중 관계의 '황금기'는 끝났다고 선언한 이후, 현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트래버스 교수는 건축 허가 결정 과정에 정치가 개입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는 "장관은 앞에 놓인 서류와 해당 사안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치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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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아부하기
영국의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을 역임하며 총리들에게 글로벌 위협에 대해 조언해 온 전직 외교관 피터 리켓 경은 영국과 중국의 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6월에 발표된 영국의 국가 안보 전략은 정부의 접근 방식 내에 존재하는 상충하는 우선순위들을 제시했다. 즉, 중국과의 관계를 영국 경제 활성화에 활용하려는 욕구와 동시에 인권 및 사이버 보안 문제로 인한 "지속적인 긴장" 가능성을 함께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인권 침해 문제를 압박하면서도 동시에 비즈니스 이익을 거두겠다는 그러한 이중성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리켓 경은 "중국은 우리의 지적 재산을 훔치려 하거나 우리 시민들을 포섭하려 하는, 명백히 일부 분야에서의 적대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상업적 시장이며 기후나 보건과 같은 거대한 글로벌 이슈의 주요 행위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모든 범주에서 중국을 동시에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이번 대사관 결정이 이러한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딜레마와 선택의 순간이 있습니다. 대사관이 상징하게 될 중국과의 향후 30년, 40년, 혹은 50년의 관계를 우선시할 것인가, 아니면 의심할 여지 없이 실재하는 단기적인 보안 위협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보수당 의원인 이언 던컨 스미스 경은 새 대사관 건립을 승인하는 것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영국 정부는 성장을 이룰 유일한 방법이 중국에 아부하고 그들의 투자를 끌어내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창 교수에 따르면 대규모 대사관 하나를 갖는 것이 오히려 영국 내 중국 관리들의 활동을 감시하기에 더 수월할 수도 있다.
중국 측이 직원들을 한 장소에 두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그는 주장한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들이 런던 전역에 흩어져 있어 실제로 감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대사관 승인 여부가 비즈니스와 무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철저하고 궁극적인 실용주의자들입니다. 대사관 건립이 거부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에게 최고의 전기차를 팔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새 대사관 부지를 얻었다고 해서 그들이 영국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안젤라 레이너 부총리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의 결정은 중국이 영국의 은행들을 도청할 수 있다는 경고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대사관 건립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대사관이 제기하는 위험이 실제로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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