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통'에서 '구조조정 기수'로…'서열 2위' 주석 자리까지 '야심'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 '1인자'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23일(현지시간) 5년 연임을 확정, 연 10%의 고속 경제 성장을 목표로 내걸고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베트남 공산당은 이날 제14차 전당대회에서 중앙위원 180명 전원 만장일치로 럼 서기장을 임기 5년의 차기 서기장으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럼 서기장은 별세한 전임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의 뒤를 이어 2024년 8월 취임했다.
이후 대규모 정부 구조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초대형 인프라 사업 계획 수립 등 굵직굵직한 결정을 이끌어왔다.
그는 우선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관료주의 타파와 신속한 의사 결정 구조 구축을 표방하면서 대대적인 중앙·지방 정부 개편을 단행했다.
중앙 정부 부처·기관을 기존 30개에서 22개로, 광역 지방 행정구역을 기존 63개에서 34개로 각각 통폐합했고 이를 통해 약 15만 개의 공무원 일자리를 감축했다.
이는 베트남이 1986년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통한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후 4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정부 개편으로 평가된다.
또 지난해 베트남에 당초 46%의 고율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상대로 무역협상을 벌여 관세율을 20%로 낮추는 무역 합의를 끌어냈다.
그럼에도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베트남 경제는 관세 인상이라는 높은 파도를 피할 수 없었지만, 작년 국내총생산(GDP) 8.02% 성장, 무역수지 200억3천만 달러(약 29조4천억원) 흑자라는 양호한 성적을 냈다.
또 베트남 성장의 주요 걸림돌로 꼽히는 교통·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 고속철도,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라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 계획도 수립, 추진 중이다.
이처럼 성장·구조조정에 집중한 럼 서기장의 행보는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호찌민 증시 대표지수인 VN지수는 지난 1년간 약 48.5% 급등했다.
당초 럼 서기장은 1979년부터 공안부에서만 40년 넘게 근무한 '공안통' 경력을 바탕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2016년 공안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불타는 용광로'로 불리는 부패 척결 수사로 국가주석 2명을 포함해 수많은 고위층 인사들을 사실상 낙마시키면서 권력 정상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광범위한 수사로 위축된 공직자들의 의사 결정이 마비됐다는 논란이 일면서 럼 서기장 집권 이후 반부패 수사는 다소 완화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한편, 그가 밀어붙인 정부 조직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공무원·공공 기관 직원들의 불만도 쌓여 왔다.
이에 럼 서기장은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공안 세력과 함께 베트남 체제의 양대 축인 군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일찌감치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당대회에서 럼 서기장은 2026∼2030년 5년간 연평균 10%씩 경제를 성장시켜 2030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8천500달러(약 1천250만원)를 실현하겠다는 야심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특히 국가주석 겸직도 추진하고 있어 그가 이례적으로 서열 1∼2위를 모두 차지할지 주목된다.
럼 주석이 만약 두 자리를 모두 확보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처럼 공산당의 집단 지도체제를 상당 부분 무력화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그는 지난 1년여 동안보다 더 빠르고 공격적인 개혁·구조조정 노선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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