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미국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이 흑자 전환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 반도체 패권 회복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정부 주도의 지원이 아직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모습이다.
인텔은 22일(현지 시각)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 감소한 137억달러(약 20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손실은 3억3300만달러(약 4900억원)로, 시장 예상치였던 2억9400만달러보다 손실 폭이 컸다. 다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5센트로 시장 전망치(8센트)를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12억 달러(약 1조7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인텔이 지난해 10월 자체 제시했던 4분기 매출 가이던스(133억 달러)보다는 소폭 웃돌았지만, 전년 실적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PC·서버용 프로세서와 네트워크·엣지 제품을 담당하는 프로덕트 그룹 매출은 129억달러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CG) 매출은 82억달러로 7% 줄었으며, 데이터센터 및 AI(DCAI) 그룹 매출은 서버 수요 증가에 힘입어 9% 늘어난 47억 달러를 기록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제한된 웨이퍼 공급량을 데이터센터용 제온6 생산에 우선 배정하면서 일반 PC용 프로세서 공급이 줄었다”며 “중·고급 노트북과 기업용 제품 위주로 물량을 배분하고, 수익성이 낮은 보급형 제품 공급은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클라이언트 부문 매출과 전체 수익성이 동시에 압박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공급망 병목 현상’을 꼽았다. 최신 공정 칩 생산 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렸지만, 부품 재고 부족과 제한된 웨이퍼 공급으로 수요만큼 제품을 공급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1분기 가용 웨이퍼 공급량이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며 “2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올해 1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인텔은 1분기 매출을 117억~127억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으며, 영업이익이 거의 없거나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주당 기준으로는 약 21센트의 손실을 예상했다. 실적 발표 직후 인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2% 넘게 급락하며 시장의 실망감을 반영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해 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뚜렷한 반등 신호는 나오지 않았다. 인텔은 “올해 하반기 중 새로운 대형 고객사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했다. 파운드리 그룹 매출은 45억 달러로 전년 대비 4% 증가했지만, 적자는 25억달러에 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을 미국 반도체 산업 재건의 핵심 축으로 삼고 파격적인 지원을 이어왔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에 오른 데 이어, 총 89억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투자를 집행했다. 여기에 엔비디아, 일본 소프트뱅크 등 민간 자본도 ‘인텔 구하기’에 가세했다. 인텔이 지난해 3분기 일시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배경에도 이 같은 지원 효과가 반영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부와 빅테크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인텔의 구조적 과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제약과 수율 문제,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 지속 등이 맞물리며 본격적인 실적 반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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