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 없이도 해발 1,300m가 넘는 고산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길이 있다.
최고의 '설경' 드라이브 코스 만항재. / 정선군청
그 곳은 바로 바로 강원 정선과 태백, 영월의 경계에 놓인 '만항재'다. 만항재는 대한민국에서 일반 차량으로 접근 가능한 고갯길 가운데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하늘 아래 첫 고갯길’이라는 별칭처럼 압도적인 시야와 개방감을 제공한다.
만항재는 백두대간 주능선을 이루는 함백산 자락에 자리한다. 해발 고도는 약 1,330m로, 일부 자료에서는 1,341m로 표기되기도 한다. 414번 지방도, 일명 함백산로가 이 고갯길을 통과하며, 군사도로를 제외한 포장도로 기준으로는 국내 최고 고도에 해당한다. 도로 경사는 최대 10%에 이르고, 연속되는 급커브가 이어져 드라이브 자체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만항재 도로표지판. / 영원군 공식 블로그
이 길이 특별한 이유는 접근성이다. 일반적인 고산 조망은 등산이나 장시간 트레킹이 필요하지만, 만항재는 승용차로 정상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정선군 고한읍에서 출발해 414번 도로를 따라 오르면 약 33km, 휴식 포함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태백 오투리조트 방향이나 영월 화방재 쪽에서도 접근이 가능하지만, 고한읍에서 오르는 노선이 가장 대중적이다.
사계절 풍경은 만항재의 핵심 경쟁력이다. 봄과 여름에는 고산 초지에 야생화가 피어나고, 특히 7~8월이면 고원 특유의 꽃들이 능선을 따라 펼쳐진다. 이 시기에는 ‘야생화 고갯길’이라는 별명이 실감 난다. 가을에는 단풍이 고도를 따라 층을 이루며 내려오고, 공기가 급격히 차가워지면서 시야가 맑아진다. 겨울의 만항재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눈꽃과 설경이 도로 양옆을 덮으며, 날씨가 맞으면 운무가 깔린 장면을 차 안에서 그대로 마주하게 된다.
만항재 설경. / 정선군 공식 블로그
해가 질 무렵 풍경도 유명하다. 서쪽 하늘로 떨어지는 일몰과 함께 능선 아래로 구름이 흐르면 고갯길 전체가 고원 전망대처럼 변한다. 밤에는 인공 불빛이 적어 별 관측 여건도 좋은 편이다. 은하수가 보이는 날도 있어, 별을 보기 위해 일부러 야간 드라이브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만항재 정상부에는 하늘숲길 공원과 간단한 쉼터,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차에서 내려 짧은 산책만으로도 고산 식생과 전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여기서 더 올라가면 함백산 정상 인근까지 차량 접근이 가능해, 체력 부담 없이 고산 능선을 경험할 수 있다.
주변 연계 여행지도 풍부하다. 만항재 아래쪽에는 자장율사가 창건한 정암사가 자리하고 있고, 폐광을 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삼탄아트마인도 차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다. 태백 오투리조트는 사계절 휴양지로 활용도가 높다. 이 때문에 만항재는 단독 목적지이면서 동시에 강원 산악권 드라이브 여행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다만 주의할 점도 분명하다. 커브가 많고 경사가 급해 초행길에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겨울철에는 적설과 결빙이 잦아 체인이나 스노타이어가 사실상 필수다. 여름철에도 안개와 소나기로 시야가 급변할 수 있어 방어 운전이 필요하다.
만항재는 ‘차로 오를 수 있는 고갯길’이라는 조건 안에서 한국 고산 풍경의 정점을 보여주는 곳이다. 힘들이지 않고도 고도 1,300m 이상의 시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사계절 내내 전혀 다른 풍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길은 단순한 도로를 넘어 하나의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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