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정부는 글로벌 AI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빅테크 의존을 줄이고, '프롬 스크래치' 기반의 독자 AI를 확보하겠다며 '국가대표 AI 선발전'을 추진했다.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까지 자체 수행하는 역량을 핵심 기준으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다.
이에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야심차게 선발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1차 평가 결과, 국내 대표 AI 기업으로 꼽히던 네이버클라우드·NC AI·카카오가 모두 탈락했고, 이후 정부가 제시한 패자부활전에도 세 기업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락>뉴스락>은 이번 선발전 과정에서 무엇이 당락을 갈랐는지, 그리고 이들 기업이 재도전을 포기한 배경에는 어떤 판단이 작용했는지 짚어봤다.
'네이버클라우드·NC AI·카카오' 탈락...3社 "재도전은 없다"
국가 차원의 AI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한 과기정통부 주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 1차 평가 결과, 국내 AI 산업의 양대 축으로 꼽히던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엔씨소프트), 카카오가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기술 종속을 막기 위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밑바닥부터 자체 개발하는 '프롬 스크래치' 역량을 핵심 잣대로 삼았다.
업계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IT·게임 공룡들의 탈락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정부의 평가 기준이 예상보다 훨씬 엄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과학기술정통부(과기정통부)의 결과 발표에 따르면,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 등 5개 컨소시엄 중 3곳만이 2차 단계 진출권을 따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AI 벤치마크 점수뿐만 아니라 전문가·사용자 평가를 거쳐 모델 성능, 비용 효율성, 생태계 파급력을 종합 검토했다"고 밝혔다.
특히 LG AI연구원은 25점 만점 기준에서 25.0을 기록하며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우, 성능 면에서는 상위권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알리바바의 '큐웬(Qwen)' 모델 인코더와 가중치를 일부 활용한 점이 '독자성 미달'로 판정되며 최종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네이버·카카오·NC AI 등 탈락 기업들은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일제히 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재도전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재도전 의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카카오 역시 패자부활전 참여 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NC AI 관계자는 “아쉬움은 남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한국형 AI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재도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밑바닥부터’가 답인가…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쟁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카카오는 이번 '국가대표 AI' 선발전에 나란히 출사표를 던지며 국내 대표 AI 기업으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는 상징적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1차 평가 결과 이들 모두 최종 정예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탈락했다.
더 이례적인 장면은 이후에 연출됐다. 정부가 탈락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예팀 추가 선발' 이른바 패자부활전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들었으나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카카오는 모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잇따라 밝혔다.
국가 차원의 AI 프로젝트에서 재도전의 기회가 열렸음에도 국내 대표 기업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내젓자, 업계 안팎에서는 선발 기준과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불참 결정을 두고, 탈락 자체보다 평가 기준을 다시 맞춰 재도전에 나서는 데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차 평가에서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역량을 핵심 잣대로 삼은 만큼 단기간 내 구조를 수정해 재도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프롬 스크래치’는 단순히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일반적 의미를 넘어, AI 모델 개발 과정 전체가 외부 기술이나 이미 학습된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자체 기술로 이뤄졌는지를 핵심 잣대로 삼는 개념이다.
이 같은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세계적인 AI 석학의 문제 제기도 나왔다.
신경망 기계번역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조경현 뉴욕대학교(NYU) 교수는 최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평가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조 교수는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전 학습된 비전·오디오 인코더를 활용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된 점을 언급하며 "AI의 지능은 개별 구성 요소를 밑바닥부터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토큰·이미지·오디오 등 다양한 관측값을 얼마나 고도로 통합하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프롬 스크래치' 여부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은 평가 결정에 놀랐다는 반응도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평가 기준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다중 선택형 시험에 익숙한 관료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접근"이라고 비판하며, "고정된 기준보다 유연하고 변화하는 평가 환경 속에서 기술의 실제 경쟁력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문제 제기가 이번 선발전에서 탈락한 기업들이 재도전에 나서지 않은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평가 기준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단기간 내 이를 다시 충족시켜 재도전에 나서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컸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성 중앙대학교 AI학과 교수는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패자부활전은 기업 입장에서 얻을 실익이 거의 없는 구조"라며 "재도전에 나선다고 해서 전략적 이점이 생기기보다, 오히려 기업 이미지가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익 없는 패자부활전'... 기업 이미지 훼손 우려에 "재정비가 합리적"
이 교수는 이번 국가대표 AI 선발전 1차 평가 결과에 대해 "AI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기업들이 선발된 결과"라며 "독자성 측면에서 준비가 부족했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평가했다.
네이버·카카오·NC AI 탈락을 두고 ‘이변’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이변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AI 도입 초기부터 데이터 중심 전략에 머문 기업과 알고리즘·코어 기술 중심으로 방향을 튼 기업 간 전략 차이가 수년간 누적된 결과가 이번에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탈락 기업들이 패자부활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배경에 대해서는 "기업 입장에서 얻을 게 거의 없는 선택지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패자부활전 자체가 논란이 된 상황에서 재참여할 경우 기업 이미지 훼손 가능성이 크다"며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이 다시 도전하는 모습 자체가 어색하게 비칠 수 있고, 실익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결과를 받아들이고 내부 전략을 재정비하는 판단이 더 합리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평가의 핵심 기준이었던 '프롬 스크래치'에 대해서는 기술적 문제라기보다 정책적 기대와의 괴리를 짚었다.
그는 '사전 학습된 인코더를 활용하는 방식은 글로벌 AI 개발에서 일반적인 접근"이라며 '기술적으로 문제 삼을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와 국민이 기대한 '독자 AI'의 상징성과 기업들이 준비해 온 기술 방향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며 "독자성을 목표로 했다면 단기 경쟁 방식의 선발전이 아니라 장기적 연구와 실패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는 구조가 필요했는데, 이번 사업은 다소 급하게 추진되며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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