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수 년째 OECD 국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하루 평균 약 40.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살을 단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특히 자살 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사회권선진국포럼 및 조국혁신당의 사회권선진국특별위원회가 공동주관하는 ‘생명의 문턱을 높이다, 충동적 자살 예방’ 토론회가 개최됐다.
■충동적 자살은 예방 가능…사회적 안전망 구축해야
김선민 의원은 개회사에서 “자살은 단 하나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복잡한 주제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소중한 생명들을 붙들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적어도 충동적인 자살만큼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찰나의 충동을 이겨내고 다시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 국민에게 삶의 기회를 다시 부여하는 ‘사회권 선진국’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황태연 이사장은 “자살은 원인과 방법, 이르게 되는 과정이 매우 다양하다”며 “분명한 것은 자살이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며 우리 구성원 누구나 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토론회가 대한민국 자살률을 낮추고 모두가 희망을 품는 사회로 나아가는 실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살 수단 접근 제한, 다각적 측면에서 이뤄져야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구상 사업운영본부장은 ‘자살 수단 접근 제한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구상 본부장은 “심각한 자살 충동은 대부분 10분 이내에 소멸되며 자살 수단의 치명성에 따라 치사율 차이가 발생한다”며 자살 수단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망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은 WHO에서도 권고하는 필수 전략”이라며 ▲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 확대 ▲고층 건물 자살 예방 가이드라인 마련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 등 실질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은 중앙정신건강 복지사업 지원단 기선완 단장이 좌장을 맡으며 KIET산업연구원 박민성 부연구위원,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한진옥 입법조사관, 삼성서울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전초원 사례관리자, 한국자살유족협회 강명수 회장, 서울시 강남구 보건소 건강관리과 조윤자 과장,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박정우 과장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고층 건물 옥상·교량 등 여전히 ‘사각지대’
KIET산업연구원 박민성 부연구위원은 ‘지하철 안전문 설치의 숨겨진 효과 자살 예방인가, 장소 이동인가?’ 주제로 토론을 이어 나갔다. 그는 물리적 장벽의 실효성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증명하며 “실제 지하철 안전문 설치 후 약 93%의 자살률이 감소했다”며 “이러한 성공 모델을 교량과 고층 건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한진옥 입법조사관은 “2016년 이후 신축 공동주택에는 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기존 건물은 여전히 사각지대”라며 “지자체별 예산 상황에 따라 설치율이 천차만별인 만큼 국가 차원의 설치 기준 마련과 재정 지원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전초원 사례관리자는 “자살 수단 접근 제한은 단순히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충동이 지나가길 기다려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상 기준 유연화와 단기 안전 모니터링 ▲위기 개입을 가로막는 행정 장벽 철폐 ▲자살 예방 안전망 전담 인력 현실화 ▲물리적∙디지털 펜스의 실행 구조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살 유족 등 ‘고위험군’ 맞춤형 관리 필요
한국자살유족협회 강명수 회장은 자살 유가족의 입장에서 의견을 전하며 “자살유가족의 자살 위험은 자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의 유가족 자살 위험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살유가족의 자살 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면 자살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살 수단의 위험성 관리와 외상·우울에 대한 심리 치료·상담, 사회적 연결망을 튼튼하게 해주는 자조모임이나 활동을 통해 자살 유가족도 일상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남구 보건소 건강관리과 조윤자 과장은 최근 SNS를 통해 확산되는 자살 유해 정보와 모방 자살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특히 민관 협력을 통한 실질적인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조윤자 과장은 “특히 강남역 인근은 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어 고층빌딩 모방 투신자살의 우려가 크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서·소방서와 협력해 고층 빌딩 투신 예방 활동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물론 물리적 환경 개선을 위해 건물주의 자발적 동의 등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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