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삼성전기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AI 인프라 부품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 신호를 분명히 했다. 스마트폰 중심의 전방 수요가 둔화되는 국면에서도 서버·AI 가속기용 부품 공급이 확대되며 핵심 사업부가 동반 개선된 것이다.
삼성전기는 23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395억원, 매출 2조90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2배 이상 증가했고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이 11조원을 넘어 창사 이후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이 단순한 ‘물량 증가’가 아니라 제품 믹스(고부가 비중) 개선에 따른 구조적 반등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전기의 수익성은 스마트폰 업황에 민감했지만 AI 서버·가속기와 전장 부품 비중이 커지면서 실적 변동성을 낮출 기반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MLCC, AI 서버·전력용이 밀었다…“범용보다 고부가”
이번 분기 실적을 가장 직접적으로 끌어올린 축은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다. MLCC는 전자기기 전력 안정화에 필수로 쓰이는 ‘기본 부품’이지만, AI 서버와 전력 시스템에서는 고온·고전압·고신뢰성 사양이 요구돼 단가와 수익성이 높다.
삼성전기는 4분기 컴포넌트 부문에서 AI·서버 및 파워용 MLCC 공급 확대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확인했다. 다만 연말 재고 조정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소폭 줄어든 점은 변수로 남았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반복될 수 있어, 단기 실적의 초점은 ‘볼륨 확대’보다 ‘고부가 제품 비중 유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 FC-BGA, 빅테크 서버·AI 가속기 확대로 존재감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 사업도 4분기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FC-BGA는 GPU·AI 가속기 등 고성능 반도체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전력·신호를 안정적으로 연결하면서도 고집적·고다층 구현이 가능해야 한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빅테크 서버 및 AI 가속기용 FC-BGA 공급을 확대하면서 패키지솔루션 부문 매출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시스템용 기판과 모바일 AP용 BGA 등 고부가 제품 비중도 함께 늘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FC-BGA 공급망이 핵심 병목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I 칩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패키징 역량이 곧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만큼 기판 기업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카메라 모듈, 전장 중심으로 ‘수익 구조’ 바꾼다
광학솔루션 부문은 고성능 IT용 카메라 모듈 공급이 시작되고 전기차 등 전장용 카메라 모듈 공급이 늘며 실적이 개선됐다. 스마트폰 카메라 중심의 경쟁이 ‘스펙 경쟁→원가 경쟁’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전장 고객 확보를 통해 사업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장용 카메라 모듈은 차량용 신뢰성, 장기 공급 안정성, 품질 인증 등 진입장벽이 높아 단기 변동성은 작지만, 일단 공급 레퍼런스를 확보하면 수주가 길게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삼성전기로서는 스마트폰 의존도를 줄이고 중장기 성장축을 강화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 “AI·전장 강화”에 글라스 기판·휴머노이드 부품까지
삼성전기는 올해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자율주행 채용 증가로 AI·서버 및 전장용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AI 및 전장 관련 고부가 제품군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라스(Glass) 기판과 휴머노이드 로봇용 부품 등 중장기 성장 기반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의 전략이 ‘AI 시대의 기본 부품 공급자’에서 더 나아가 AI 인프라를 떠받치는 핵심 밸류체인(전력·기판·전장 센서) 쪽으로 무게를 옮기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서버 전력·신호 안정화 부품(MLCC)과 고성능 패키지 기판(FC-BGA)의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삼성전기 실적의 다음 관전 포인트는 단순한 출하량이 아니라 고부가 제품 비중과 공급 계약의 지속성이다. AI 인프라와 전장 시장이 커질수록 실적도 ‘스마트폰 사이클’에서 점차 분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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