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투자사 거캐피털파트너스(Gaw Capital Partners)가 국내 산업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Koentec)에 대한 인수를 지난 19일 마무리했다. 거래금액은 5억달러(약 7336억원)로, 매도자는 사모펀드 E&F프라이빗에쿼티(E&F Private Equity)와 IS동서다. 인수 자문은 UBS가 맡았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부동산 투자사’로 인식돼 왔던 거캐피털이 투자 축을 폐기물 관리 등 아시아 인프라 자산으로 본격 이동시키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거캐피털은 현재 부동산·인프라·프라이빗 크레딧 부문에서 총 343억달러(약 50조325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운용자산을 기반으로 한 대형 인프라 자본이 한국 산업폐기물 처리 시장의 핵심 설비에 처음 진입한 사례다.
거래 구조를 보면, 코엔텍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EV)는 5억달러로 산정됐다. 총 지분가치(Total Equity Value)는 4억7000만달러(약 6896억원)로 제시됐고, 순차입금(Net Debt)은 3000만달러(약 440억원)다. EV는 지분가치에 순차입금을 더한 값이다. 즉 이번 거래는 ‘코엔텍의 사업가치(EV) 5억달러’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고, 그중 순차입금 3000만달러를 차감한 4억7000만달러가 매도 주주에게 귀속되는 대가(지분가치)로 확정되는 구조다.
밸류에이션 배수는 이 자산이 제조업 설비가 아니라 인프라형 현금흐름 자산으로 평가됐음을 보여준다. EV/매출(EV/Sales) 6.2배, EV/EBITDA 12.5배는 ‘설비를 싸게 사서 돌리는’ 전통 제조업 M&A 가격대라기보다, 장기 계약과 가동률이 만들어내는 현금창출력을 프리미엄으로 반영한 숫자다. 특히 EV/EBITDA 12.5배는 투자자가 코엔텍의 이익을 단순히 ‘올해 실적’으로 보지 않고, 장기 계약 기반의 안정적 EBITDA를 사실상 유틸리티(공공요금형) 성격의 반복 현금흐름으로 간주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거래는 공장을 산 것이 아니라, 향후 현금흐름에 대한 권리(캐시플로우 스트림)를 확보한 거래에 가깝다. 배수의 핵심은 설비 규모가 아니라, 단가·가동률·계약 구조가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의 질(quality)이다.
코엔텍은 국내 최대 단일 부지 산업폐기물 소각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다. 하루 소각 처리능력은 463톤에 달하며, 매립 가능 용량은 약 440만㎥로 집계된다. 사업장은 울산 산업단지에 위치해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국내 대표 중후장대 산업 클러스터를 배후 수요로 확보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처리업의 경쟁력은 설비 규모보다 ‘발생지와의 거리’에서 갈린다. 폐기물은 장거리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동 과정에서 환경 규제·운영 비용·행정 리스크가 급격히 높아진다. 배출 공장과 소각·매립 시설 간 물리적 거리가 짧을수록 단가 협상력과 가동 안정성이 동시에 확보된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 인접 폐기물 처리시설은 사실상 대체가 어렵다. 신규 인허가가 거의 중단된 환경에서, 울산 산업단지 내부에 소각과 매립을 동시에 보유한 코엔텍의 입지는 곧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설비가 아니라 ‘자리값’이 경쟁력이 되는 구조다.
거캐피털이 이번 인수의 핵심 논리로 내세운 것은 ‘불황 방어형 수익 구조’다. 코엔텍은 20년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85개 주요 산업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이라 하더라도, 생산 활동이 지속되는 한 산업폐기물은 필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조업 수익성이 흔들리는 국면에서도 폐기물 처리 비용은 공정 유지에 필수적인 항목으로 분류돼, 통상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조정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산업폐기물 처리 사업은 금융시장에서는 전기·수도와 같은 공공요금형 사업과 유사한 ‘유틸리티형 인프라 자산’으로 평가돼 왔다.
시장 규모 역시 이번 인수 논리를 뒷받침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 폐기물 관리 시장은 현재 약 358억달러(약 52조5007억원) 규모로 평가되며, 2033년에는 630억달러(약 92조3895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성장률보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시장의 절대 규모다. 이미 충분히 큰 시장 위에서 추가 성장이 이어질 경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한 멀티플 확장과 향후 회수(Exit) 전략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 자산으로서는 드물게 ‘안정성’과 ‘확장성’을 함께 갖췄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번 거래는 거래의 구조적 파급력을 수치로 평가하는 ‘임팩트 스코어(Impact Score)’에서 10점 만점에 6.1점으로 분류됐다. 해당 지표는 거래 규모와 시장 집중도 변화, 지배구조 재편, 자본 배분 구조 등 60여 개 정량 항목을 종합해 산출되며, 지난 15년간 유사 거래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상대적 영향도를 평가한다.
단기적인 화제성이나 인수 금액의 크기보다, 해당 거래가 산업 구조와 자본 흐름에 미치는 지속적 변화를 측정하는 데 초점을 둔 지표다. 이번 인수는 시장 구도를 단번에 뒤집는 수준은 아니지만, 글로벌 인프라 자본이 국내 산업폐기물 처리 핵심 자산에 본격 진입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구조 변화로 평가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 제조업의 부산물로 인식돼 온 산업폐기물이 이제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인프라 현금흐름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며 “조선·석유화학·자동차 산업이 밀집한 울산에서 하루 463톤의 소각 처리능력과 440만㎥의 매립 여력을 동시에 갖춘 물리적 기반은 곧 가격 결정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어 “20년 장기 계약과 85개 주요 산업 고객사가 결합되면서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며 “글로벌 자본이 이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구조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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