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민영화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화그룹과 LIG넥스원 등 인수 후보군까지 거론될 정도로 소문이 날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앞서 2018년 진행된 정부 차원의 민영화 검토를 시작으로 2022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지분 확보 추진에서 불거진 인수설을 감안하면 가능성을 아주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물론 KAI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대표 공백 장기화와 지배구조 불안정을 해소하지 않는 한 민영화설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해 7월 1일 강구영 전 사장이 중도 사임한 이후 현재까지 7개월 이상 대표이사 공백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KAI 역사상으로도 이례적이라 할 만큼 가장 긴 공백이다. 차재병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고정익기 부문장을 겸임하고 있으나 경영 전략 수립, 수출 추진, 기술 개발, 노사 갈등 대응 등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배경으로 KAI의 지배구조를 지목한다. KAI의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방산 기업이라는 특성상 정부 발주와의 연관성이 크다 보니, 법적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기업에 준하는 성격을 지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대표이사 선임 과정은 정권 교체와 맞물려 반복적으로 논란을 낳았다. 새 정권 출범에 따른 ‘보은 인사’, 전문성과 무관한 여당 인물 발탁으로 빚어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되풀이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5대 하성용 전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대표이사직을 맡아왔다.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던 임인택 전 사장은 상공부와 교통부를 거친 관료 출신으로, KAI 재임 이후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뒤를 이은 2대 길형보 전 사장은 군 출신 인사였으며, 3대 정해주 전 사장 역시 장관급 경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이후에도 김홍경 전 사장(4대·이명박 캠프), 김조원 전 사장(6대·여권 인사), 안현호 전 사장(7대·지식경제부 차관), 강구영 전 사장(8대·윤석열 캠프) 등 정치권 또는 정부와의 연관성이 거론된 인사들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KAI로선 대표이사 교체기 때마다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다시 불거진 민영화설에도 ‘사실무근’으로 재차 밝혔다. KAI 관계자는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한 소문에 가깝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매각설에도 거리를 뒀다. 이 관계자는 “KAI 매각 여부는 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판단 사안으로, 회사 차원에서 결정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과거 유사한 이슈가 제기된 적이 있지만 당시에도 수출입은행이 매각 계획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고, 현재까지도 대주주나 주주 측에서 공식적으로 검토하거나 발표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 공백에 따른 경영 영향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KAI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 결정되는 사안으로, 회사가 특정 인물을 지정할 권한은 없다”며 “항공우주 산업은 사업 사이클이 5~20년에 이르는 장기 산업이고, 현재 수주 잔고도 약 20조원 규모로 안정적이어서, 대표이사 공백이 현업의 개발·생산 업무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 시스템 자체가 일시적인 사장 공백으로 흔들리지 않으며, 지배구조 리스크 역시 KAI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특성”이라고 강조했다.
KAI 내부에선 소문에 휩쓸리기 보다 미래 성장을 위한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항공기·우주 산업 개발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사명감이 강한 만큼, 매각이나 인수 자체의 성사 여부보다는 향후 새로운 주체가 연구개발 인력과 기술 축적 환경을 얼마나 존중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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