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결론 내리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약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이들 은행의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 행위로 판단하고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재 대상이 된 4대 은행이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비제재 은행 실무 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3년 조사 끝에 ‘담합’ 결론…2720억원 과징금 제재
공정위는 지난 21일 4대 은행의 LTV 담합 혐의에 대해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했다. LTV는 차주가 제공하는 부동산 담보물 가치와 실제 대출 실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설정 수준에 따라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이 달라진다.
이번 제재는 약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나온 결론이다. 공정위는 2023년 2월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나, 은행권의 강한 반발로 재조사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4대 은행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약 2년간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정보를 필요할 때마다 공유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정보 공유로 4대 은행이 타 은행 대비 낮은 수준의 LTV를 유지했고, 이를 통해 총 6조8000억원의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들의 정보 공유 행위를 2021년 12월 시행된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 위반’으로 봤다.
4대 은행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현재 공정위 제재 결정문이 전달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파장은 은행권 전체로 퍼지고 있다. 특히 이번 담합 조사와 무관한 은행 실무 현장에서도 공정위 제재의 정합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비제재 은행도 갸우뚱…“담합 판단 근거는?”
실무 현장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쟁점은 LTV의 성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LTV가 가격을 맞추는 것도 아니고, 금리처럼 낮추거나 올리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 규제나 부동산 정책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이걸 가지고 경쟁이 붙을 수 있는 부분인지부터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은행 간 LTV 정보 교환이 경쟁 불확실성을 제거해 담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공정위가 부당이익과 경쟁제한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LTV로 이익을 남겼다고 하면 그게 대출을 많이 해서 난 건지, 정보 교환 행위 자체로 난 건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정보 공유 행위 자체와 LTV 수준이 비슷하게 유지됐다는 이유만으로 부당이익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제재 결정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게 정말 담합이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장 환경을 보면 타 은행 정보를 전혀 보지 말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보 교환이 항상 옳다는 건 아니지만, 은행별 LTV 차이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데 이 부분을 간과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4분기 실적 영향 불가피…대출 영업 영향 미칠까?
은행권 반응과 별개로 4대 은행은 과징금에 따른 실적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4대 은행 한 관계자는 “일회성 비용이겠지만 단기 실적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4분기 실적에 과징금 규모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자본 여력이나 건전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 전반을 흔들 사안은 아니다”며 “당초 예상됐던 과징금 규모에 비해 액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문제 제기는 공정위 판단의 정면 부정이 아닌 과거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규정한 판단과 시장 현실 간의 간극에 대한 비판이다. 이번 결론이 향후 은행 영업·여신 관행과 공정위의 금융권 조사 기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