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들은 금융회사 중에서도 자본 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안정적인 보험료 수입을 기반으로 자본을 이뤄 회사를 운영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본 여력이 있어야만 지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서다.
최근 당국이 도입 예고한 기본자본 규제 이전엔 빌린 자본을 적극 활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보험사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건전성 관리에 위기이자 기회를 맞닥뜨린 보험사들이 각각 어떠한 형편에서 변화에 대응해 나갈지 살펴본다.
매각 7수를 앞두며 새 주인 맞이가 절실한 KDB생명은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규제를 맞추기 위해 지난해 말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건전성 수치를 개선했다.
다만 KDB생명은 산업은행에 힘입어 건전성을 겉면 포장했다고 보는 시각에서 아직 자유롭지는 않다. TAC(시가평가 자본감소분) 효과를 빼면 기본자본비율은 마이너스(-)다.
KDB생명, 유상증자로 건전성 개선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비율이 32%다. 이는 TAC 등을 반영해 산출된 결과로 경과조치 전 –56%에 비해 대폭 개선된 수치다.
KDB생명은 지난해 4분기 515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아직 4분기 실적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3분기 기준 기본자본에 유상증자 금액을 단순 합산하면 91%로 비율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얻는다.
보험사 건전성 기준이 되는 킥스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백분율 값이다. 기존에 총자본 기준으로는 기본자본과 보완자본 합산 수치가 가용자본이 됐으나 기본자본 규제가 도입되면 현금성 자산 중심인 실질적인 기본자본만 반영된다.
문제는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기본자본이 –7339억원이라는 점인데 그나마 TAC와 기본자본으로 일부 인정된 자본성증권 덕에 가용자본이 플러스(+)로 조정된 게 32%란 값이다. 다만 규제 기준치인 50%엔 미달했다. 유상증자가 불가피했던 배경이다.
자본구조 개선, TAC로 가능했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기본자본비율은 기본자본과 TAC 적용금액을 합한 가용자본을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눈 값이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TAC 금액 8771억원에 이로 인해 기본자본 한도에 포함된 자본성증권을 더해 가용 기본자본이 2802억원이 됐다.
이를 경과조치 후 요구자본인 8759억원을 나눈 백분율 값이 32%에 그치면서 산업은행 유상증자로 자본확충한 금액 5150억원을 더한 총 가용 기본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91%다. 지난해 3분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증자 효과만을 반영했을 때 비율 개선 효과가 확실했단 얘기다.
TAC는 한마디로 KDB생명이 자본구조를 개선하는 토대였다. TAC가 직접 적용된 금액뿐 아니라 기본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임에 따라 기본자본에 포함되지 못하고 보완자본으로 분류됐던 자본성증권 일부가 다시 기본자본 한도 내 재분류되면서 비율 개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보완자본 규모가 총 1조3036억원이다. 기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기본자본 마이너스로 인정 한도를 얻지 못한 한도 초과액 8889억원과 후순위채권 등이 해당되는 4147억원을 합친 수치다.
TAC 없었다면 현 유상증자 역부족
KDB생명이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한 만큼 자본성 증권을 상환해도 당장은 기존의 총자본 킥스비율 130%와 새로운 기본자본비율 80%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 다만 TAC가 없었다면 유상증자도 불가능했단 점에서 근본적인 질적 개선을 늦출 수만은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 TAC 효과를 배제하고 유상증자 금액 5150억원만을 반영해 계산하면 기본자본비율은 약 –25%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자본성증권 발행 잔액이 약 6275억원 규모로 추가 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은 어려운 상황에서 TAC가 적용되지 않았다면 더 큰 규모로 유상증자가 필요했을 거란 얘기다.
TAC 효과는 오는 2032년 이후 소멸된다. 건전성 개선은 단번에 이뤄지긴 어렵지만 자본 구조 변화에 달린 만큼 경상적인 수익성 회복과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가 관건이다. 특히 7번째 매각 시도를 앞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서도 KDB생명으로서도 적자를 넘어 이익을 회복하기 위해 영업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듯 내달 KDB생명 대표로 취임할 김병철 수석 부사장은 전속설계사(FC) 조직과 영업 현장 인프라 고도화로 보험 손익 회복을 위한 영업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본업이 나아져야 실질 자본이 되는 이익잉여금 축적이 가능해져서다. 이를 위해 그간 외부 매각이 최우선 과제로 부각됐던 KDB생명은 앞으로는 전반적인 경영 정상화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한편 KDB생명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관련한 더리브스 질의에 “유상증자 실시는 회사의 근본적인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고객 신뢰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TAC에 대해서도 “제도 변화에 따른 일시적 충격을 분산하기 위한 공식적인 제도적 장치로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기 위함”이라며 “당사는 수익성 높은 보장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이 관계자는 답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올해 KDB생명은 ‘경영 정상화’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단순히 외형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신계약 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제3보험 및 보장성 상품 판매를 강화하고, 전속 설계사(FC) 채널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 현장의 활력 제고가 결국 이익 창출로 이어져 자본 건전성을 스스로 공고히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경영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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