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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본법 시행 이후 인공지능(AI) 활용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 기획되면서 데이터 활용의 경계를 둘러싼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AI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스트레스솔루션은 방송 콘텐츠 제작사 제뉴어리코퍼레이션과 함께 AI 기반 스포츠 예능 플랫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양사는 지상파 편성을 목표로 기획 중인 신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볼링벤져스(가제)’에서 심박수와 멘털 상태 등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기획 단계로, 구체적인 구현 방식이나 제작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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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예능은 점수나 승패 중심의 전개에서 벗어나, 출연자의 긴장도와 컨디션 변화 같은 ‘상태 정보’를 화면에 함께 제시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경기의 흐름과 함께 심박 변화나 심리적 흔들림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해외 미디어 기술 분야 연구에서는 생체 데이터의 시각화가 관객의 시청 기준을 경기 결과 중심에서 벗어나, 선수의 생리적 반응이나 내적 상태에 주목하는 ‘상태 중심(State-Oriented)’ 인식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성취의 맥락이나 전략적 판단보다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신체 반응이 전면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생체 데이터가 항상 중립적인 정보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맥락 없이 제시된 수치와 지표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특정 이미지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예를 들어 특정 출연자의 심박수가 반복적으로 높게 표시될 경우, 시청자가 이를 ‘멘털이 약한 인물’로 단순화해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방식의 데이터 노출이 공감을 넘어 낙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 기반 모니터링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쟁점은 기술적 정확성보다 데이터 활용 기준과 통제로 옮겨간다는 분석도 있다. 데이터의 소유권과 통제권, 동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태 분류나 위험 예측이 이뤄질 경우, 데이터 주체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고위험’ 분류가 기회의 제한이나 구조적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언급된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영역이 많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일반 웰니스 목적의 기술이 질병의 진단·치료로 해석되거나 사용자의 임상적 판단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가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느냐에 따라 규제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국내에서도 방송 콘텐츠에서의 생체 데이터 활용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를 두고 명확한 기준 정립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사례는 생체 데이터와 AI가 예능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방송 콘텐츠에서 개인의 상태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하고, 어떤 맥락에서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의 적용보다 앞서 데이터 활용의 범위와 책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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