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국내 타이어 3사가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이는 단기적 효과를 넘어 현지에서 브랜드 입지를 높일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전기차 타이어를 중심으로 중장기 성장 기반도 다진다.
23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현지 조달 전략을 확대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유럽에서 생산 기지를 운영 중인 한국타이어는 올해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을 완료해 미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관세 부담을 우회하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현지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미국은 승용차 외에도 트럭·버스용 타이어(TBR)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 세일즈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2027년까지 5억3800만유로(약 9200억원)를 투입해 헝가리 공장 증설도 추진한다. 유럽 현지에서 프리미엄·전기차 전용 타이어 생산 비중을 높여 완성차 업체와 협업 범위를 확대하고, 친환경 공정을 도입해 현지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는 유럽 첫 생산 거점으로 폴란드를 낙점했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생산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내 생산 기지가 없었던 금호타이어는 국내와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한 물량을 유럽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이 완료되면 물류비 절감과 리드타임 단축 효과가 기대된다.
금호타이어는 헝가리 신공장을 중심으로 유럽 완성차 업체의 신차용 타이어(OE) 수요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전기차·초고성능 타이어 생산 비중을 늘려 수익성 개선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유럽은 전 세계 타이어 소비의 25%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인 만큼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넥센타이어는 체코 자테츠 공장의 가동률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100% 가동을 목표로 증산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내 생산 비중 확대를 통해 OE와 교체용(RE) 타이어 수요를 공략하고 물류·관세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유럽 현지 조달 물량을 확대해 영업이익률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넥센타이어는 미국 현지 진출 대신 멕시코 법인을 신설했다. 중남미 타이어 시장의 급성장에 대응하는 한편 판매·물류 거점을 강화해 미국 시장을 보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호주·일본·동남아 등 이익률이 높은 지역으로 수출 지형도 재편하기 시작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각 지역의 기후·도로 환경·차량 사용 특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지 수요에 맞는 규격과 성능을 중심으로 입지 강화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타이어 3사는 전기차 성장세 둔화에도 전기차 전용 타이어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고 초반 가속이 강해 타이어 마모가 빠르다는 점이 교체용 타이어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면서다. 2021년부터 전기차 보급이 급증한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교체 수요가 가시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온’을 필두로 고인치·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6인치부터 24인치까지 240여 규격을 운영하며 현존하는 대다수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2010년대부터 전동화 전환을 예상하고 전기차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2022년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출범했다”며 “연비 개선·저소음·내마모성 등 전기차에 특화된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이노뷔’를 통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동일한 공기압 조건에서 더 높은 하중을 견디는 HLC 기술을 전 규격에 적용했고, 전기차 전용 컴파운드를 사용해 고속 주행 중에도 안정적인 접지력과 핸들링 성능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넥센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단일 브랜드를 따로 두지 않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모두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하는 ‘원 타이어’ 전략을 공식화했다. 미쉐린, 콘티넨탈 등 일부 글로벌 타이어 기업과 같은 행보다. 차종별로 다른 타이어를 설계하지 않고 공용화 비중을 높여 생산 단가를 낮추고, RE 시장의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동력원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성능 기준을 적용해 개발 효율성과 제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며 “전기차의 특성을 만족하는 겸용 타이어에는 ‘EV 루트’ 표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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