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74] 머물 수 있는 예술의 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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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74] 머물 수 있는 예술의 방에서

문화매거진 2026-01-23 10:24: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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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송파구에 위치한 사각사각플레이스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예술은 지금,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작업실 안에서 혼자 고민하던 이 질문은 최근 ‘더갤러리 호수’에서 열린 전시를 관람하며 조금은 다른 결로 다가왔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경험이 아니라 송파라는 지역 안에서 예술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를 체감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이번 더갤러리 호수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들 역시 송파구 송파청년아티스트센터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전시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다. 이는 전시가 일회적인 결과 발표의 장이 아닌, 지역 안에서 축적된 시간과 고민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자리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도 사각사각플레이스라는 공간에서 작업하며 비슷한 고민과 일상을 이어가고 있기에 이 전시는 어느 순간 ‘관람자’의 시선을 넘어 동료 예술가의 마음으로 다가왔다.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 또한 인상 깊었다. 작품 하나하나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는지, 작가가 어떤 질문을 붙들고 작업을 이어왔는지를 들으며 바라보니, 작품은 완성된 결과물이라기보다 하나의 ‘과정의 단면’처럼 느껴졌다. 이는 작업실에서의 고요한 시간, 반복되는 실패와 시도, 그리고 스스로와의 대화 끝에 만들어진 흔적처럼 다가왔다. 그 설명 덕분에 작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의 작업실 안에서 계속 호흡하고 있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감각은 2025 연말 강연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한이준 님의 ‘동시대 예술 감상법 – 예술가의 방’ 강연을 통해 더욱 확장되었다. 강연에서 제시된 ‘예술가의 방’이라는 비유는 이번 전시와도 깊이 맞닿아 있었다. 예술을 반드시 이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방에 잠시 들어가 머물러보는 경험으로 받아들여도 괜찮다는 말은 관람자로서의 나를 한결 편안하게 했다. 

동시에 작업자로서의 나에게는 또 다른 질문을 남겼다. 나의 작업은 과연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는 방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가, 혹은 너무 많은 설명과 의미로 그 방의 문턱을 높여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더갤러리 호수에서 만난 작품들은 저마다 다른 언어와 형식을 지니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관객에게 해석의 여백을 남기고 있었다. 정답을 요구하지 않고 각자의 감정과 경험으로 반응해도 괜찮다는 태도는 공공 전시 공간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가왔다. 석촌호수를 산책하다가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예술은 특별한 지식이나 준비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존재로 자리하고 있었다.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송파청년아티스트센터와 더갤러리 호수로 이어지는 이 구조는 송파라는 지역이 예술가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하나의 ‘생태계’처럼 느껴졌다. 작업실에서의 고립된 시간이 전시로 이어지고, 다시 강연과 감상으로 확장되며 관객과 만나는 흐름. 

이 안에서 예술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지역 안에서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작업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왜 나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과 시민들을 만나 예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그 이유는 어쩌면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잠시 머물 수 있는 ‘예술의 방’을 내어주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 방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가 조용히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더갤러리 호수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확신에 가까운 다짐을 남겼다. 앞으로의 작업에서도, 그리고 내가 속한 이 지역 안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문을 열어두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 부담 없이 들어와 머물 수 있는 방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다시 작업실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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