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70세에 마주한 통기타, 아픈 그녀의 꿈도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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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섭 더봄] 70세에 마주한 통기타, 아픈 그녀의 꿈도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여성경제신문 2026-01-23 10:00:00 신고

기타를 치며 멋지게 노래 부르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나노 바나나
기타를 치며 멋지게 노래 부르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나노 바나나

기타를 배우고 싶은 생각은 참 오래전부터 품어온 소망이다. 라디오나 TV에서 기타 치는 모습이나 연주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소리가 그렇게 좋았다. 어린 시절은 특히 통기타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거리마다 전파사에서 통기타 연주나 노래가 흘러나와 가던 길을 멈추기도 했다.

지금은 저작권료다 뭐다 해서 크리스마스 때도 ‘징글벨’이나 ‘거룩한 밤 고요한 밤’ 등의 음악을 듣기가 힘들다. 옛날 거리는 온통 그런 음악으로 떠들썩했고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겼었다. 요즘은 썰렁한 크리스마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찌 됐든 통기타는 누구나 좋아하고 많은 사람이 가장 쉽게 활용하는 악기다. 피아노처럼 무거워 이동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트럼펫이나 색소폰처럼 소리가 커서 아무 데서나 연주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들고 다니며 즐길 수 있는 악기가 기타이다.

때와 장소를 가릴 것 없이 계곡이나 해변을 가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기타 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노래에 반주를 맞추어 즐길 수 있는 악기이니 그만큼 인기가 있다.

오래 전에 사 두었던 기타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박종섭
오래 전에 사 두었던 기타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박종섭

통기타 세대라서 그런지 통기타는 참 좋다. 지금도 많은 통기타 가수가 있지만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천재 가수 김정호가 있다.

학생 시절 방학 때였다. 서울에 올라와 종로 2가 YMCA에서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그때 학원 뒷골목 큰 라이브 카페에서 그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방송인 허참이 사회를 보고 있었다. 인기 절정의 좋아하던 유명 가수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된 것이다.

그는 ‘하얀 나비’, ‘이름 모를 소녀’, ‘님’ 등을 불렀는데 어니언스가 부른 ‘사랑의 진실’, ‘작은 새’ 등도 그가 작사·작곡한 곡이었다. 그 천재 가수 김정호가 34세 젊은 나이로 요절한 것은 너무 마음 아픈 일이었다. 통기타에 대한 아련한 미련은 아마 그의 음악을 좋아하던 연유 때문이기도 했다.

어릴 적 나는 낡은 기타를 얻어 혼자 악보를 보며 쳐본 적이 있다. 제대로 된 학습을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어 혼자 ‘둥둥’거리며 기분을 내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기타는 치기가 쉽지 않았다.

우선 코드를 잡는 손가락이 아팠다. 옛날 통기타는 줄이 꽤 굵고 강했던 것 같다. 좀 나아졌지만 지금도 처음 칠 때는 아프다고 한다. 한두 달 되면 무감각해져서 그리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내가 기타를 계속 치지 못한 것도 손가락이 아파서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통기타 세대들은 기타를 잊지 못한다. 언젠가는 배워야지 하면서 나이를 먹어왔기 때문이다. 때마침 주민센터 학습프로그램을 보니 통기타반이 있었다. 선착순 7명 모집이라 하니 이때다 싶어 일찍 방문하여 등록했다. 기타는 사둔 지 몇십 년이 된 것 같다. 그때는 일하느라 여유도 없었다.

기타를 치기 위한 기본적인 이론은 필수이다. /박종섭
기타를 치기 위한 기본적인 이론은 필수이다. /박종섭

은퇴 후 몇 가지 취미활동을 하던 중 기타를 배우기로 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첫날 수업에 참여했다. 역시나 참석자들은 70대 전후의 통기타 세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도 통기타를 잊지 못해 칠십이 되어서야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으로 이론 수업이 있었다. 이론 수업은 대부분 따분하기 마련이다. 강사는 열심히 자신이 통기타 강사가 된 연유를 설명하고 기본적으로 이론은 알아야 한다고 열심히 설명했다. 이때 나이 드신 여성 한 분이 손을 들었다.

“어려워서 못 하겠어요!”

강사가 웃으며 말한다.

“아니, 벌써 못 하신다고 하시면 어떻게 해요?”

아마 그분도 통기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 나이에 신청하신 것 같다. 처음 이론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그런데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몸이 좀 아파요.”

“어디가 안 좋으신데요?” 강사가 다가가 묻는다.

“암이에요.”

그러면서 그는 몸이 아파서 못 하겠다고 강사에게 “죄송하다”며 연신 사정을 한다. 듣는 모두가 놀랐다. 몸이 그런데 어떻게 통기타를 배우겠다고 왔을까?

아마 그녀도 통기타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있었나 보다. 암 선고받고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 통기타반에 등록했나 보다. 하지만 어려운 이론 수업이 그의 환상을 깨는 계기가 된 듯했다.

악보를 볼 줄 알고 코드를 익히는 것은 필수다. /박종섭
악보를 볼 줄 알고 코드를 익히는 것은 필수다. /박종섭

동시대를 살았던 통기타 세대에게는 너나 할 것 없이 통기타에 대한 미련이 있다. 참가자들 대부분도 그런 사람들이다. 기타라도 배우면 혼자 노래를 할 수도 있고 잘 치면 여러 사람 있을 때 연주도 할 수 있으며 싱어롱(sing-along)도 할 수 있다. 노래하며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활동이 아닐까 싶다.

강사는 여기서 배워 공연무대에서 함께 연주하는 기회도 얻는다고 한다. 몇 년째 일찍 배운 분은 버스킹도 했다고 한다. 잘해서 그럴 수 있으면 좋지만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정도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신나는 일니까.

이번 기회에 기타와 친해지기로 했다. 매주 수요일 수업에 참여하여 빠짐없이 연습하고 과제를 성실히 수행한다면 3개월 후 조금은 노래하며 기타를 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건강한 지금이 나에게도 기회다. 그녀처럼 몸이 아프면 기타를 배우고 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그녀는 다음 수업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 그녀의 꿈은 거기까지인 것 같다. 내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은퇴 후 취미생활에 하나 더 방점을 찍는 순간이다. 더 열정을 갖고 성장한 나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자. 지금 건강하고 뭐든 할 수 있는 시간 부자 아닌가?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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