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봐야"[만났습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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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봐야"[만났습니다]①

이데일리 2026-01-23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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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피용익 부장·정리 하지나 기자] 최근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진영 간 대립과 팬덤 정치가 한국 정치의 일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들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인터넷 언론의 발달과 인공지능(AI)·알고리즘을 통해 확산된 팬덤 문화가 대통령제와 결합하면서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에 “상대를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당법, 선거법,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양당을 향한 조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지지율이 40%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국민 다수의 의견을 좇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극우세력의 지지를 잃어버릴까봐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진행한 대담 전문이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정치 양극화와 대립이 심각하다.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룬 하버드대 레비츠키 교수와 지블랫 교수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 요소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상대적 관용이다. 정치적 상대를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제도적 자제다. 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모두 쓰기보다 스스로 절제하며 정치적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수결 원리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정치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상설의회를 둔 이유는 단순히 다수당이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수 의견까지 존중하며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다.

여당은 모든 법안이나 예산안이 항상 80~90%의 시민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대화하고 타협하며 양보해 나가야 한다. 국민 다수의 의견을 좇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야당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우 집단의 지지를 잃을까 두려워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방법은 없을까.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에는 훨씬 더 심각한 사례도 있었고 그 결과 당이 해체 수준의 쇄신까지 겪었다. 결국 문제의 뿌리는 공천 제도에 있다. 정당법을 고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조적 문제 가운데 하나는 당 대표·최고위원 제도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이런 구조를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의원내각제 국가에는 애초에 이런 직책이 존재하지 않고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도 원내대표 중심 체계다.

당 대표의 역할이 상대 당을 공격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도 문제다. 반면 원내 중심 구조에서는 정책·법안·예산을 놓고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진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당 대표·최고위원 구조는 권력 중복과 갈등을 키우는 옥상옥 구조다.

또 하나는 공직 후보자 추천 방식이다. 미국은 정당이 후보를 임명하지 않는다. 예비선거를 통해 국민이 직접 후보를 선택한다. 누구든 해당 정당의 정책에 동의하면 출마해 지역 유권자와 당원 앞에서 검증을 받는다.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이다. 역선택을 막기 위해 같은 날 예비선거를 치른다. 이렇게 후보 선택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면 특정 인물이나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줄어든다.

-지난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충돌이 가장 극심했다. 과거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 분리를 주장했는데 배경은 무엇인가?

△법사위는 사법위원회로 기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법원, 검찰, 향후 설치될 수사청까지 포함해 사법기관 전반을 관할하는 강력한 상임위원회로 역할을 집중시킨다. 반면 현재 법사위가 하고 있는 ‘체계·자구 심사’ 기능은 국회 직원들이 더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국내 현실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커 양원제 도입이 사실상 어렵다. 대안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같은 구조의 상설 법제위원회를 두면 된다. 복수 상임위원회 방식으로 50명 규모로 구성하고 18개 상임위원회 여야 간사가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여기에 양당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협상과 정책 책임자들이 참여하고 위원장은 다수당 원내대표가 맡는다.

모든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반드시 법제위원회를 한 차례 거치도록 한다. 이견이 없으면 신속히 본회의로 넘기고 쟁점이 있을 경우 공개적인 재논의를 거쳐 수정안을 마련하거나 원안과 수정안을 함께 본회의에 부쳐 표결한다. 여론 형성과 충분한 검토가 가능하다. 졸속 입법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대전·충청, 광주·전남 등 통합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행정구역은 서로 다르게 통치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충청과 대전은 민심의 기반, 인구 구성, 경제 구조, 생활권과 교통 여건 등 거의 모든 요소가 유사하다. 굳이 분리해 놓은 탓에 행정력과 경쟁력이 분산되고 오히려 비효율이 커졌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일정한 면적과 재정, 인구 규모가 확보돼야 한다.

서울의 행정구조도 한강을 기준으로 강남구, 강서구, 강북동구, 강북서구로 하고, 종로·중구 일대는 중앙 행정 기능을 담당하는 별도의 중앙구로 구성하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하다. 런던과 같은 대도시도 4~5개 권역으로 운영된다.

지방자치 개편과 함께 선거제도 개편도 병행돼야 한다. 소선거구제는 한 표 차이로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로 극한 대립과 적대적 정치를 구조적으로 유발한다. 우리나라 사표 비율은 항상 45%를 넘는다. 이는 민주주의의 대표성과 공존 원리를 훼손한다. 중대형 선거구제로 전환하면 한 지역에서 복수의 의원을 선출해 다양한 정치 세력이 공존할 수 있다.

-민주당의 지지층이 최근 중도·중도보수층까지 확장됐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호남 민심은 과거에 비해 결집력이 약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호남 민심 결집이 약해졌다는 현상은 과거 조국혁신당을 통해서도 나타난 적이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당시 광주를 중심으로 현역 민주당 정치인들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했던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전통적으로 광주 시민들은 매우 비판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호남이 중앙 정치로부터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고 지역 경제 역시 침체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정치인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광주시장 역시 연임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다. 호남 민심 결집 약화는 일시적 현상일 뿐 본질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좋은 성과를 낸다면 호남 민심은 다시 결집하게 된다고 본다.

중도보수층까지 확장됐다는 평가 역시 당의 성과라기보다는 개인 리더십의 영향이 크다. 당 지지율은 약 40% 수준인 반면 이재명 정부 지지율은 60%에 달한다. 과거에는 이재명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사람들까지도 “생각보다 잘한다”는 평가로 돌아서면서 약 20%의 추가 지지층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진영은 자극적인 발언이나 책임 회피성 주장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치와 미래를 위한 포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부 강경 인사들의 과격한 언행이 보수 진영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수 정치의 기반이 점점 약화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두고 대체적으로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변수가 있나.

△정치 지형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여당이 60% 지지를 얻고도 오만하게 비춰질 경우 민심은 빠르게 이탈할 수 있다. 흔히 “국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작은 실망이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김병기 사건과 같은 악재가 한 번만 더 발생해도 판세는 급변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보수 진영 내부의 대응과 전략이 중요하다는 전제도 뒤따른다. 특히 국민의힘이 한동훈을 포용하며 확장 전략을 펼쳤다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었지만 오히려 내부 갈등으로 그 기회를 스스로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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