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종속될라”…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 두고 카드업계 ‘생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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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종속될라”…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 두고 카드업계 ‘생존 전쟁’

직썰 2026-01-23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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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소라 기자·제미나이]
[그래픽=최소라 기자·제미나이]

[직썰 / 최소라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생활 결제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발행을 우선 허용하는 방침을 유지하자, 기존 지급결제 인프라를 담당해 온 카드업계는 주도권 상실을 우려하며 대응에 나섰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단일안을 마련해 내달 초 발의할 예정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KRW)에 1대1로 연동되는 디지털 자산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결제·송금·거래 등에 활용된다.

성장성은 이미 확인됐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 송금, 전자상거래, B2B 글로벌 결제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2028년 2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차세대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에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권 전반이 스테이블코인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제도화 이후 결제·송금 등 핵심 금융 인프라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가 관건이다.

◇‘발행 주체’가 쟁점…은행 중심 방침에 엇갈린 시선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의 핵심 쟁점은 발행 주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시스템 안정성을 이유로 은행 수준의 건전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은행이 지분 50%+1주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부터 발행을 허용하는 방침을 유지 중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이 컸던 만큼 민주당 디지털자산 TF가 정부안과 다른 방향의 법안을 검토해왔다”며 “통화정책 안정성과 금융 리스크 관리, 혁신 촉진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추가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사들 “유통만 맡아선 한계”…수익성과 존재감 동시 압박

카드업계는 은행 중심 발행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수익성과 역할 모두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에는 참여하지 못한 채 유통만 맡게 되면 의미 있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자산업 발전을 위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거래 인프라 제도화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과도하게 제한하면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며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발행 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카드업계, TF 구성해 공동 대응

카드사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파급력을 공감하며 공동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여신금융협회 주관으로 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가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2차 TF’를 운영 중이다.

TF는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카드 결제망에 탑재해 체크카드 결제부터 가맹점 대금 정산까지 이어지는 결제 프로세스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본격화되는 만큼, 신용카드사가 검증된 지급결제 인프라를 바탕으로 참여해 스테이블코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허·실증사업으로 대비…“카드사 패싱 쉽지 않아”

카드업계 내부에서는 카드사를 배제한 결제 구조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만을 위한 별도 결제망을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안정성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카드사가 핵심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 카드사는 인프라 개발, 특허 출원, 실증사업 등을 통해 제도화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는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나선 것이다.

KB국민카드는 기존 카드 결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결제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전자지갑에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잔액을 우선 적용하고, 부족할 경우 신용카드 결제로 자동 전환하는 방식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디지털자산을 보다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BC카드는 외국인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가맹점에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실증사업을 완료했다. 국내 법·제도에 부합하는 결제 모델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해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원석 BC카드 사장은 “카드 결제 인프라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 결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위기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 결제 일부를 잠식당할 수는 있겠지만 카드사의 핵심은 신용공여 기능”이라며 “소비자가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얼마나 활용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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