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 화가 렘피카 삶 다뤄…"그의 비대칭적 그림과 닮은 순간 보실 것"
"트럼프, 상처의 역사 잊으려 해…'렘피카'는 좁게 보는 정부에 대한 저항"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 '렘피카'와 '하데스타운', '그레이트 코멧'의 공통점은 연출가가 모두 레이철 차브킨이라는 점이다.
그는 2019년 '하데스타운'으로 미국의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연출상을 받으며 연출가로서 인정받았다.
차브킨이 '하데스타운'에 이어 2024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렘피카'가 오는 3월 국내에서 개막한다. '렘피카'는 '아르데코'(장식미술)의 여왕이라 불린 여류화가 렘피카의 삶을 그린 뮤지컬로 미국 외 국가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데스타운'은 비주얼(시각 효과)로 잘 알려진 작품인데, '렘피카'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만큼 독특할 거예요. 모던하면서도 강렬하고 짜릿한 느낌을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렘피카' 공연 준비차 내한한 차브킨이 22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렘피카'는 굉장히 독특한 뮤지컬"이라며 이렇게 소개했다.
이전에 해보지 못한 것을 하겠다는 도전 정신으로 항상 작품을 만든다는 그는 '렘피카'가 흥미로운 넘버와 이야기에 깊이가 있는 뮤지컬이라고 강조했다.
차브킨은 렘피카와 그녀의 모델이 되는 라파엘라, 렘피카의 남편 타데우스 렘피키 간의 삼각관계도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레이트 코멧'과 비슷하게 '렘피카'는 성숙한 뉘앙스와 인물들을 담고 있다"며 "(렘피카와) 결혼한 사람, 지금 연애하는 연인 간의 삼각관계를 솔직하게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태생의 여류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1898∼1980)는 1920년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아르데코' 양식의 그림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의 그림은 '부드러운 입체주의'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줬다.
이는 렘피카가 제1차 세계대전 등의 시기를 통과하며 겪었던 혼란이 반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차브킨은 "렘피카는 인간이 만든 혼돈이 넘치는 시대에 살았다"며 "그는 시대적 혼돈을 강렬한 얼굴 속에 숨겼다. 그 완벽함 속에서도 눈빛에서는 그 혼돈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녀의 비대칭적인 그림의 영향을 받아 배우들이 특정한 각도로 선다. 앙상블의 안무에도 그런 느낌이 있다"며 렘피카 그림이 주는 인상을 무대에서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묻는 말도 나왔다. 그는 예전 렘피카처럼 자신이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면서, 그 혼돈을 작품에 직접 드러내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시대에서 보이는 현상을 작품에 반영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전작 '하데스타운'에서는 넘버 '우리가 벽을 세우는 이유'(Why We Build The Wall)가 트럼프 1기 정부의 국경지역 장벽 건설을 비튼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차브킨은 "트럼프 정부는 역사를 간단명료하게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다. 노예 제도나 원주민(인디언)에게서 나라를 탈취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과거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일들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 '렘피카'에는 인류가 어떻게 상처를 주는지, 복합적인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담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존하고, 즐거움을 찾고, 성관계를 맺고,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렘피카의 의지는 오늘날 좁게 보는 정부에 대한 저항"이라고 덧붙였다.
차브킨은 한국 초연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아침 국내 배우들과 만나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렘피카 역의 김선영·박혜나·정선아를 비롯해 라파엘라 역의 차지연·린아·손승연 등이 작품을 함께한다.
그는 "사랑, 누군가를 간절히 원해서 생긴 욕망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눴는데, 감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왔다"며 "이 작품은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다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작품은 오페라에서 볼 수 있는 극한의 감정과 현대적인 느낌의 세련됨을 요구한다"며 "전작보다 훨씬 더 용기 있으면서 절박한 배우들의 모습을 만나지 않을까 한다"고 귀띔했다.
"'렘피카'가 한국에서 초연이 된다는 데 흥분되고 설렙니다.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어마어마한 도전을 앞두고 계신 배우분들께 감사합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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