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기위한 대책으로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작용을 상쇄시킬 대안으로 '특화도시 개발'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등장해 주목된다. 보유세 인상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히는 임대료 상승, 은퇴자·노년층 세금 부담 증가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을 팔게끔 만드는 '유인장치'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보유세 인상이 토끼(매물)가 나오게끔 하는 연기라면 당연히 출구도 있어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유인장치로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의료시설, 공원 등의 인프라를 갖춘 노인 특화도시와 일자리, 교육 인프라를 갖춘 청년·신혼부부 특화도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거래량 증가라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며 "수요는 많은데 집 가진 사람이 끝까지 집을 내놓지 않으니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비싼 세금을 내면서, 또는 비싸게 값을 치르며 서울에 집을 가지고 있거나 살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 공급 다음은 세금" 부동산 시장에 떠도는 보유세 인상설, 청와대도 "진지하게 고민"
최근 '보유세 인상' 이슈가 사회적 화두로 재부상했다. 청와대가 고강도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세금 문제'를 언급하고 나선 게 발단이 됐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급 정책이 발표되고 주택 가격이 좀 안정되면 그 다음엔 세금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며 "같은 한 채라도 소득세처럼 20억, 30억, 40억원 등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보유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후 해당 발언을 두고 "보유세 인상의 운을 띄운 것 아니냐"며 또 다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김 실장이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일 뿐이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보유세 인상을 필연적인 결과로 보는 반응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기자회에서 세재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 면서도 "꼭 필요하고 유용한 상황인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 쓸 이유도 없다"며 여지를 남긴 부분을 콕 짚어 "보유세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주장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 역시 '보유세 인상은 필연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집값 안정화 대책의 핵심은 전국 집값의 바로미터인 서울 집값 안정화인데 공급만으론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정확히는 이미 포화 상태인 서울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할만한 부지가 부족할 뿐 아니라 기존 재개발·재건축 역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기간 내 정책 효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결국 공급을 기존 유주택자 매물로 대체하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데 그 특효약이 바로 '보유세 인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이 집값 안정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정부 시절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대폭 인상했지만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는 부작용만 생겨났기 때문이다. 매수세가 꾸준하다 보니 일부 집 주인들이 집을 내놓는 대신 임차인에게 세금을 전가했고 자연스레 임대료가 오르면서 집값까지 밀어 올린 결과였다. 또 일부 다주택자들은 나머지 집을 팔고 고가 주택 한 채를 매입하면서 강남 등 핵심지역 집값이 올랐고 나머지 지역도 따라서 상승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세가 가장 많이 상승한 정권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문재인정부 6.8억원(119%), 노무현정부 2.3억원(80%), 박근혜정부 1억원(21%), 윤석열정부 0.2억원(1%), 이명박정부 –0.5억원(-10%) 등의 순이었다. 문재인정부 임기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시세는 무려 2배가 넘게 올라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그 시기엔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똘똘한 한 채' 열풍이 불면서 강남3구와 비강남 아파트의 시세가 급격하게 커지기도 했다. 강남·비강남 격차가 가장 크게 늘어난 시기는 문재인정부(7.8억원), 윤석열정부(6.6억원), 노무현정부(4.5억원), 박근혜정부(2,7억원), 이명박정부(–2억원) 등의 순이었다.
서울 집주인 대부분 고령층, 젊은층 수요 매년 증가…"인구 분산 위한 특화도시 개발 시급"
현재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보유세 인상의 전제조건은 서울 유주택자들이 집을 팔게끔 만들 만한 일종의 '유인장치' 마련이다. 서울이 아닌 타 지역에 서울에 집을 가진 고령층, 또는 서울 거주를 희망하는 젊은층을 위한 인프라를 건설하면 자연스레 집을 팔려는 사람은 늘고 사려는 사람은 줄어 집값 또한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 유주택자 중 소득이 없는 고령층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과 젊은층의 꾸준한 수요가 서울 집값 상승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서울 아파트 소유자 중 38.7%는 60세 이상이다. 은퇴 직전 연령대인 50대 아파트 소유자도 26.2%나 됐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6채 가량을 50대 이상이 소유한 셈이다. 서울 집값의 기준점이 되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는 고령 아파트 소유자가 더욱 많았다. 지난달 기준 강남3구 아파트 소유자 중 50대 이상 비율이 무려 76.3%에 달했다. 그 중 70세 이상이 27.5%를 차지해 타 지역에 비해 유주택자의 고령화 수준이 남다른 것으로 평가됐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고령일 경우 마땅한 소득원이 없기 때문에 보유세 인상 등 지출이 늘어날 경우 임대료 상승 등 늘어난 지출을 상쇄시킬만한 요인이 없으면 집을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문재인정부 시기엔 늘어난 세금만큼 집값이나 임대료가 올라 집을 매도할 동기가 부족했지만 매매·임대 시세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떨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때 서울만큼 매력적인 주거지역이 존재할 경우 결정 시기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사례도 존재한다. 바로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의 등장이다.
과거 분당, 일산 등의 계획이 발표된 이후 해당 지역으로 서울 인구가 빠르게 몰려들었다. 그 중 분당의 경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생병원, 차병원대형병원 등의 대형병원과 유명학교, 공원 등이 들어서면서 고령층들 사이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각광받았다. IMF외환위기 후폭풍이 잠잠해질 시기 서울 고령층의 분당 이주가 두드러졌고 덕분에 집값도 빠르게 상승했다. 2004년부터 2022년까지 분당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32.7%에 달했다. 경기도 집값 상승률(118.1%)을 상회하는 수치로 그만큼 수요가 높았다는 방증이다.
젋은층들의 서울 진입 이유를 고려한 새로운 주거지역 개발 역시 서울의 수요를 억누르는 대책으로도 활용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서울의 집값 상승 요인 중 하나인 젊은층 수요를 타 지역으로 분산시키면 보유세 인상에 따른 집값 상승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연도별 서울시 순유입 청년 인구는 2022년 3만1551명, 2023년 2만7704명, 2024년 1만5420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로 전입한 청년 중 46.4%는 '직업(일자리)'을 가장 큰 전입사유로 꼽았다. 이어 가족(18.7%), 교육(15.2%)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전국 집값의 바로미터인 서울 집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선 보유세 인상이 필수적인 만큼 그 부작용을 상쇄시킬만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시장주의 원리가 작동하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자연스러운 이주와 수요 분산을 기대할 수 있는 '특화도시' 개발이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인상은 단기적으로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대체 주거지에 대한 선택지가 없는 상태에서 추진될 경우 과거처럼 임대료 상승과 지역 간 가격 격차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에 집을 고집하지 않아도 삶의 질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높아질 수 있는 특화도시가 등장한다면 주택 수요는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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