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를 오르내리는 고환율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 직불·체크카드 사용액이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 은행·카드사들이 환전 수수료 전액 우대 등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운 이른바 '트래블카드'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해외여행 필수 결제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9개사(BC카드 회원사 및 NH농협카드 포함)의 2025년 해외 직불·체크카드 결제액은 7조58억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5조7635억1300만원) 대비 21.6%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해외 신용카드 사용액이 14조4340억3000만원에서 14조9020억6400만원으로 3.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직불·체크카드 해외 결제 증가세는 7배에 가까운 속도다. 업계에서는 해외여행객들이 신용카드 대신 트래블카드를 적극 활용하면서 결제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였던 2022년 해외 직불·체크카드 결제액은 2조원대에 머물렀지만, 2023년 3조원, 2024년 5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7조원 선을 돌파하며 불과 3년 만에 약 3배로 불어났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추이를 보면 2021년 2조230억3100만원에서 2022년 2조4673억2200만원으로 늘어난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해외 신용카드 결제액 대비 직불·체크카드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2년에는 전체 해외 카드 결제 중 직불·체크카드 비중이 27% 수준에 그쳤지만, 2025년에는 47%까지 높아지며 절반에 육박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트래블카드가 있다. 트래블카드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2년 하반기 이후 해외 직불·체크카드 결제액이 급증했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해외여행객 수가 3000만명에 달한 것도 성장세를 뒷받침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트래블카드 시장의 선두주자는 하나금융그룹이다. 2022년 7월 출시된 '트래블로그'는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하나은행과 하나카드, 통합 멤버십 앱 '하나머니'를 기반으로 58종 통화 무료 환전과 해외 결제·이용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트래블로그의 누적 환전 금액은 5조4000억원에 달하며, 34개월 연속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신한은행이 2024년 2월 출시한 'SOL트래블' 체크카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누적 발급량은 270만장을 넘었고, 국내외 누적 이용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해외는 물론 국내 설치 외화 ATM 이용 시에도 최대 100% 환율 우대를 제공하며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트래블카드 '빅3'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 '트래블월렛' 역시 누적 거래액 7조원, 카드 발급 850만장을 기록하며 시장 확대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환율 100% 우대와 ATM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트래블카드가 신용카드보다 선호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해외 주요 여행지에서는 신용카드가 가능한 곳이면 트래블카드도 대부분 사용할 수 있어 이용 편의성이 크게 높아진 점도 결제 증가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율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트래블카드를 중심으로 한 해외 결제 트렌드 변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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