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막을 내렸다.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법’ 수용을 요구하며 이어진 8일간의 단식은 보수 인사들의 발길을 끌어모았지만 공동 투쟁이나 정치적 연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현한 이후 장 대표가 단식을 중단한 ‘이벤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장 대표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 길고, 더 큰 싸움을 위해 오늘 단식을 멈춘다”고 밝혔다. 지난 15일부터 물과 소금만 섭취하며 단식을 이어온 지 8일 만이다.
그는 “의원들과 당협위원장, 당원 동지들, 그리고 국민과 함께한 8일이었다”며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 응원하는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패한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폭정을 향한 국민의 탄식은 오늘부터 들불처럼 타오를 것”이라며 “진정한 단식은 오늘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단식을 마치고 난 뒤 휠체어를 타고 현장을 떠나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힘내라”는 구호와 박수로 그를 배웅했다.
장 대표의 단식 중단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현이 결정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것은 2016년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 약 10년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물과 소금만 섭취하며 단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컸다”며 “계속 단식을 하면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상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야당 대표의 단식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통일교·공천 비리 특검을 받아주지 않아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단식이 아니냐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정치인으로서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목숨을 건 투쟁을 했다는 점에서 국민께서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훗날을 위해 오늘 단식을 멈추고 건강을 회복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장 대표가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자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고맙다. 오늘 멈추는 것으로 알겠다. 앞으로 건강을 빨리 회복하면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다시 뵙기를 기원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장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는 다양한 보수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도부와 각을 세워온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를 비롯해 지난해 8월 당 대표 선거 당시 경쟁자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중도·개혁 성향의 유승민 전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현장을 찾았다.
당 원로인 황우여 상임고문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최민호 세종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등 지자체장도 방문했다.
장 대표의 단식 이후 보수 진영은 물론 유승민 전 의원 등 중도 성향 인사들까지 농성장을 찾으면서 당 안팎에서는 모처럼 통합의 기류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왔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장 대표의 결기로 보수 진영에 통합의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단식의 마지막 국면에서 탄핵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하며 사실상 정치에서 물러나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식 출구전략의 전면에 세우면서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당 통합의 명분이 오히려 흐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통합과 세대 교체를 기대하던 흐름과 달리 다시 과거 인물에 의존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왜 굳이 또다시 올드보이를 불러들였느냐”는 비판도 당내에서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의 리더십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식의 출구를 보다 주도적으로 설계하기보다 전직 대통령의 만류에 기대 마무리되면서 정치적 결단의 주체가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단식 국면 내내 ‘당원게시판 논란’을 두고 갈등을 보인 한동훈 전 대표의 현장 방문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단식이 지니던 정치적 메시지와 효과도 상당 부분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식은 당 대표가 꺼내들 수 있는 사실상 개인의 마지막 카드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명분이나 실리를 챙겼어야 했는데 국민들에게 구국의 결단보다 해프닝이라는 이미지를 줘 결과적으로 큰 감동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장 대표의 단식은 내용보다 출구 전략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이는 단식이 남긴 정치적 의미를 스스로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장 대표 스스로 명분있는 출구전략을 만들어 이번 단식을 자신의 정치적 훈장으로 오롯이 남겼어야 했지만 막판 박근혜의 등장으로 그 밥상을 전직 대통령에게(그것도 탄핵을 당한) 떠다넘겨준 꼴이 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