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과 역대급 규모의 인수 및 독점 계약을 추진하며 콘텐츠 패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가입자 증가가 둔화되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 영역을 영화 콘텐츠로 확장해 수익구조의 체질 전환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 넷플릭스, WBD 인수전·소니 독점 라이선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부터 DC 유니버스, 해리포터 등 초대형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 인수전에 뛰어들며 영화 산업 전면에 등장했다.
2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WBD 인수를 위해 전액 현금 인수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라마운트 등 경쟁사가 인수전에 가세하자 현금 카드를 앞세워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와 다년간의 독점 스트리밍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소니 영화는 극장 상영과 홈 엔터테인먼트(VOD·블루레이) 유통이 종료된 이후 넷플릭스에서만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행보는 영화 콘텐츠를 축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하려는 넷플릭스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지난 20일 발표한 작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120억5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억5700만달러로 30.1% 늘었다. 그러나 올해는 매출 성장률(12%)과 영업이익률(31%) 전망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5% 가까이 하락했다.
유료 가입자 증가세도 둔화되는 흐름이다. 지난 2024년 4분기 순증 가입자는 약 1900만명에 달했지만 최근 1년간 순증 가입자는 2300만명 수준에 그치며 성장 한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 OTT 1위에서 ‘미디어 공룡’으로
이 같은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소니 영화 콘텐츠를 독점 스트리밍하고 WBD 산하 HBO 맥스의 1억3000만명에 달하는 구독자 기반까지 흡수할 경우 가격 인상 여력과 협상력이 동시에 강화된다. 소니와 워너의 브랜드 가치는 넷플릭스가 디즈니의 IP 경쟁력을 위협 할 뿐더러 막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수익도 안겨줄 수 있다.
넷플릭스 라이선싱·프로그램 전략 부문 부사장 로런 스미스는 “넷플릭스가 소니 영화들에 대한 독점적 접근권을 제공하는 것은 구독자들에게 엄청난 가치를 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영화사 인수 시도가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기생충’ 등 영화 성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온 넷플릭스는 그간 극장 개봉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영화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워너브라더스의 글로벌 극장 배급망을 확보하면 제작-상영-유통이라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된다.
또 넷플릭스는 외부 제작사와 투자계약 등을 맺어 스트리밍권을 따내는 기존 사업모델이 가진 한계에 2017년 영국 만화책 출판사 밀러월드를 인수하는 등 자체 제작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야망을 보여왔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디즈니가 인수합병을 통해 전통 미디어에서 기술 기반 기업으로 확장했다면 넷플릭스는 기술 기업에서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진화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 영향은 제한적…그러나 긴장감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콘텐츠부문 VP는 21일 열린 넷플릭스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에 따른 한국 콘텐츠 투자 축소 우려에 대해 “워너브러더스 인수 여부는 한국 콘텐츠 투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영화사 인수와 라이선스 전략이 한국 콘텐츠 투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본사의 인수 확장세가 중장기적으로 국내 OTT 생태계에 부담 요인이 될 거라는 긴장감이 돈다. 글로벌 메이저 영화 IP를 독점한 사업자가 가격 결정력과 콘텐츠 유통 주도권을 동시에 확보할 경우 국내 OTT는 제작비 경쟁과 콘텐츠 수급에서 구조적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는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드·영화 장르를 중심으로 한 충성 이용자층 이탈이 리스크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콘텐츠 확보를 넘어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권력 지형 자체를 재편하려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 넷플릭스에 대응할 수 있는 토종 OTT만의 무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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