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단기 부양이 아니라 자본시장 구조 개선을 전제로 한 중장기 목표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22일, 코스피는 장중 5000선을 돌파했다. 공약이 수치상 현실이 된 시점이다.
이보다 하루 전인 21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과 자본시장을 포함한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주식시장 상승 흐름을 평가하는 동시에 환율, 금융 정책 전반을 함께 언급하며 정부가 현재 금융 시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고환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외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열린 이번 신년 기자회견은 정권 출범 이후 금융 정책 기조를 가늠하는 자리였다. 본지는 기자회견 발언과 함께 코스피 5000선 돌파라는 시장 반응 그리고 이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종합해 정부 금융 정책의 방향성과 과제를 짚어본다.
◆ 李 대통령 '저평가된 한국 증시' 진단…'평화·지배구조·정치 리스크 해소' 강조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 상승 흐름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앞으로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한민국은 저평가돼 있다. 객관적 지표상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온 이유로 △한반도 평화 리스크 △경영·지배구조 리스크 △주가조작 리스크 △정치 리스크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리스크들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권 교체만으로도 일부 리스크가 해소됐고, 그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주가 상승을 정부 성과로 연결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게 아니고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왜곡돼 있던 한국 시장이 정상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화된 시장이 결국 국민 자산을 키우고 국가 전체 자산 가치를 높인다"고 덧붙였다.
주식시장 정책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인 지수 관리보다는 구조적 개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은 숫자를 올리기 위한 정책 대상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 환율 "쉽지 않다"면서도…"한두 달 뒤 1400원대" 전망
환율 문제는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진 사안 중 하나였다. 이 대통령은 고환율 상황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특별한 대책이 있으면 벌써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원화 환율의 특성을 설명하며 "원화 환율은 엔화 환율에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평가절하가 덜 된 편"이라며 "일본 기준에 그대로 맞추면 원·달러 환율이 1600원 정도가 돼야 하는데 그래도 잘 견디고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구체적인 언급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당국에 따르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가능한 수단들을 발굴해 환율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대응과 관련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환율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며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와 그렇지 않은 범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 "왜곡된 시장 바로잡아야"…생산적 금융·지배구조 언급
이 대통령은 금융 정책 전반과 관련해 자금 흐름의 방향과 시장 구조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자금이 단기 수익이나 비생산적 영역에 머물기보다 보다 생산적인 금융자산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돈만 있으면 특정 자산으로 쏠리는 구조를 유용한 금융자산 그중에서도 생산적인 영역의 주식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금 흐름을 바꾸는 것이 금융 정책의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 같은 정책적 시도가 "조금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배구조 문제 역시 주식시장 정상화의 핵심 요소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요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경영·지배구조 리스크를 직접 거론하며 이 문제가 시장 왜곡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가 해소돼야 주식시장이 정상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코스피 5000 시대 연 문턱에서…전문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관건"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한국 경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환율이 오르고 있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 확대나 한일 통화 협정과 같은 안정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기자회견 다음 날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한 점에 대해 향후 경기 흐름을 반영한 신호로 해석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종합주가지수 5000포인트를 넘었는데 주가는 경기의 6개월 선행 지수"라며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뒤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5000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유지하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는 기업 환경 개선을 꼽았다. 김 교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고 기업을 우대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한국 경제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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