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거침없는 연설을 하며 여러 논란이 있는 주장을 펼쳤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가져오겠다는 자신의 구상(이를 '작은 요구 사항'이라 표현했다)을 또 한 번 드러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미국의 기여도, 중국 내 풍력 시설 등도 거론했다.
BBC Verify가 확인한 결과,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이번 연설에는 여러 사실과 다른 주장이 포함돼 있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 '그린란드를 반환'했나?
지난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우리가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반환했다"며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되돌려줄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1933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전신인 국제법원은 그린란드가 덴마크의 소유가 맞다고 판결했다.
이후 덴마크는 독일에 항복했고, 그로부터 1년 뒤인 1941년, 미국과 덴마크 측은 나치 독일의 점령을 막고자 미국이 그린란드를 방어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그린란드에는 미군 기지가 건설되고, 미군 병력이 배치됐다.
그러나 이 협정에는 주권 이전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기에, 그린란드는 단 한 번도 미국의 영토가 된 적 없다.
미국이 NATO 방위비의 '사실상 100%'를 부담하고 있나?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NATO를 비난하며, "미국이 NATO 방위비의 사실상 100%를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NATO 회원국들의 기여 수준에 대해서는 "과거 그들은 2%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5%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두 주장 모두 사실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국방비는 NATO 회원국 전체 국방비 지출의 약 70%를 차지했다.
그러다 2024년에는 이 비율이 65%로 떨어졌으며, 모든 NATO 회원국이 사상 최초로 각국 GDP의 최소 2%를 국방비로 지출할 예정이었던 2025년에는 6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 회원국들에 방위비 지출 확대를 약속받았으나, 그가 언급한 5%는 2035년까지 달성될 장기 목표다.
현재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이 가장 높은 폴란드도 그 비율이 2025년 기준 4.5% 미만으로 추산되는 등 NATO 회원국 중 어느 나라도 5%를 넘기지 않고 있다.
미국은 NATO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NATO로부터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NATO 공식 웹사이트는 "집단 방어는 NATO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라 밝히고 있으며, 핵심 조약 중 하나인 제5조는 "동맹국 일방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미국은 이 5조를 발동한 유일한 회원국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NATO 회원국들은 병력과 군사 장비 등을 지원했다.
덴마크도 당시 참여했던 국가 중 하나로, 미국 동맹국 중 인구 대비 전사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였다. 덴마크 군인들은 주로 영국군과 함께 아프간 남서부 헬만드주의 격렬한 교전 지역에 투입됐다.
중국에는 풍력 발전 단지가 없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풍력 에너지를 향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풍력 에너지는 그가 "신종 녹색 사기"의 일환이라며 자주 비난하는 대상이다.
그는 중국을 콕 집어 말하며, 중국은 수많은 풍력 터빈을 생산하지만 "중국 내에는 풍력 발전 단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서북부 간쑤성 소재 풍력 발전 단지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로, 우주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아울러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풍력 에너지를 생산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풍력을 통해 997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는 2위를 차지한 미국의 생산량보다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영국이 북해 석유 수익의 92%를 가져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도 지목하며 영국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북해 석유를 언급하며 "그들(영국)은 석유 회사들이 사업을 할 수 없게 하며, 수익(revenues)의 92%를 가져간다"는 잘못된 주장을 했다.
북해에서 사업을 하는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들은 이익(profits)에 대해 30%의 법인세를 납부하며, 여기에 추가로 10%를 납부한다. 이는 일반적인 대기업이 내는 법인세율(25%)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4년 11월, 영국 정부는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에 대한 횡재세율을 35%에서 38%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북해 석유 및 천연가스에 부과되는 총 세율은 78%이지만, 이는 수익이 아닌 이익에 대한 세금이다.
에너지 요금 상승에 따라 2022년 보수당이 도입한 횡재세는 2030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트럼프가 18조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유치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자신의 행정부가 확보한 대미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는 사상 최대인 18조달러(약 2경6000조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확보했다"는 그는 이후에도 "18조달러가 투자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유사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이 17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으나, 이처럼 막대한 수치를 뒷받침할 증거는 공개된 바 없다.
지난해 11월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백악관 웹사이트는 "미국의 제조업, 기술, 인프라에 대한 신규 투자"를 추적하고 있는데, 해당 웹사이트는 트럼프 집권 이후 투자금 총 9조6000억달러가 모였다고 안내한다.
이 목록에서 가장 큰 금액은 아랍에미리트(UAE)가 제조업 및 산업 분야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1조4000억달러(약 2059조원) 규모의 투자금이다.
주미국 UAE대사관 웹사이트에도 UAE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해 향후 10년간 미국에 역사적인 1조4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통계학자인 그렉 오클레어는 BBC Verify팀에 백악관 추적 웹사이트에는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는 약속들이 포함돼 있다"며 "예를 들어 EU와의 무역 협정은 현재 그린란드 문제로 인해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EU 국제무역위원회는 "미국이 대립이 아닌 협력의 길로 다시 나설 때까지" 해당 협정의 비준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클레어는 지난 1년간 외국인의 대미 투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투자 유치 정책 성과가 명확해지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보도: 톰 에징턴, 루시 길더, 맷 머피, 니콜라스 배럿, 앤서니 루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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