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늘 이성보다 빠르다." 임태형 심장내과 전문의가 18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의 첫 문장이다.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열풍을 향한 날 선 비판이었다.
두바이 쫀득 쿠키 / 임윤아 인스타그램
임 전문의는 "피스타치오 값이 네 배로 뛰고, 카다이프 수입량이 전년 대비 168% 폭증했다"며 "스시집 사장이 초밥 대신 쿠키를 굽고, 고깃집 주인이 삼겹살보다 반죽에 열을 올린다"고 적었다. 그는 "본업을 잊은 식당들이 바이럴 디저트에 목을 맨다"며 "그런데 혀끝의 쾌락이 위장에 닿기까지, 우리는 무엇을 삼키는가"라고 물었다.
위생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한 제조 공장에서 마스크 없는 작업자와 오염된 설비가 적발됐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근 같은 중고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무허가 제품의 안전성을 경고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등록도, 검증도 없이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달콤함"이라는 표현이 뒤따랐다.
건강 위험도 경고했다. "피스타치오 크림 100g에 담긴 지방 40g과 당분 25g은 조용히 혈관 벽에 스며든다"는 것이다. 임 전문의는 "유행을 쫓는 속도와 위생을 점검하는 속도는 늘 비대칭이다"며 "전자는 알고리즘을 타고 하루 만에 퍼지지만, 후자는 적발돼야 비로소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 시차 안에서 우리의 몸은 실험대가 된다"며 "맛있다는 말은 쉽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증명은 누가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추억이 아니라 검진표일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글은 "입에 넣기 전, 한 번쯤 물어야 한다. 이 달콤함의 출처는 어디인지. 혀는 속아도 혈관은 기억한다"는 문장으로 끝났다.
그런데 이틀 뒤인 20일 반전이 일어났다. 지인에게 두쫀쿠를 선물받은 것. 임 전문의는 "두쫀쿠의 건강 문제를 짚는 글을 썼었다. 오늘 제약회사 직원분이 진료실 문을 열었다"며 "손에 상자가 들려 있었다"고 밝혔다. 제약회사 직원은 "요즘 이거 구하기 정말 힘든데 겨우 구했다"고 말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두쫀쿠가 세 개였다.
두바이 쫀득 쿠키 / 임윤아 인스타그램
임 전문의는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며 "제약회사 직원이 심장내과 의사에게 고당·고지방 디저트를 선물한다. 문장으로 쓰면 거의 코미디다"라고 적었다.
그는 자신을 변호했다. "나는 두쫀쿠를 먹으면 죽는다고 쓴 적이 없다. 무분별한 섭취의 위험과 무허가 제품의 위생을 말했을 뿐이다. 그러니 이 선물을 거절할 논리적 근거는 사실 없다. 의사도 사람이고, 사람에게는 혀가 있다"고 했다.
고민이 시작됐다. "세 개를 받았으니 고민이 생긴다. 하나는 호기심으로, 하나는 팩트체크 명목으로, 나머지 하나는 그냥 맛있어서 먹게 되지 않을까. 경고는 했으니 책임은 다했고, 이제 혀의 차례다"라고 그는 썼다.
임 전문의는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말과 의사 본인의 삶 사이에는 늘 적당한 간극이 있다"며 "그 간극을 위선이라 부를 수도 있고, 인간이라 부를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택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선언했다. "오늘 저녁, 한 입만 먹어보련다. 혈관이 기억하기 전에.“
같은 날 저녁, '1인 임상 결과 보고'가 올라왔다. "많은 분이 물었다. '그래서 드셨나?' 먹었다"로 시작하는 글이었다.
임 전문의는 "첫 입. 바삭한 카다이프가 부서지며 피스타치오 크림이 밀려온다. 식감은 인정한다. 바삭함과 쫀득함의 공존, 이건 분명 누군가의 천재적 발명이다. 틱톡에서 5,600만 뷰를 찍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곧 문제점을 지적했다. "단맛이 혀를 덮고, 입천장을 타고, 뇌까지 직진한다. 달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달콤하다? 아니, 폭력적으로 달다. 30년간 환자들에게 '단거 줄이세요'라고 말해온 혀가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고 그는 썼다.
먹는 과정도 상세히 기록했다. "한 입 먹고 물을 찾았다. 두 입 먹고 잠시 쉬었다. 세 입째, 이건 디저트가 아니라 내당능 검사라는 생각이 스쳤다"는 것이다.
결론은 이랬다. "맛있냐고 묻는다면, 맛있다.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맛있음은 설탕과 지방이 뇌의 보상회로를 정조준한 결과다. 진화적으로 우리는 이 조합에 저항할 수 없게 설계돼 있다. 그러니 유행은 필연이었다."
임 전문의는 "두쫀쿠는 맛있다. 다만 한 개를 나눠 먹어야 할 것을 세 개나 받은 건 제약회사의 과잉 처방이었다"며 "나머지 두 개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먹으련다. 혈관이 까먹을 틈을 주면서"라고 마무리했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서 "어릴 적 달고나 링이 첫사랑의 손잡기였다면, 두쫀쿠는 갑작스런 키스다. 같은 단맛인 줄 알았는데 차원이 다르다"며 "달고나가 '나 좋아해?'라면 두쫀쿠는 '나 가질래?'다. 준비할 틈을 안 준다"고 적었다.
임 전문의의 글에는 다양한 반응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문학이 부전공인 듯한 필력"이라며 임 전문의의 글솜씨에 감탄했다. 다른 네티즌은 "'폭력적으로 달다' 표현에 공감한다. 4조각 내서 나눠먹으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게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제약회사 직원에게 선물받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같은 의료인끼리 저렇게 몸에 안 좋은 디저트를 선물받았다는 사실이 좀 웃겨서 굳이 적은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제약영업의 '소소한 복수' 혹은 반격이라는 뉘앙스로 이해해서 그 부분이 더 재미있는 포인트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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