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5대 난제上] 응급실 뺑뺑이부터 지역의료·의대까지…왜 핵심 뚫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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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5대 난제上] 응급실 뺑뺑이부터 지역의료·의대까지…왜 핵심 뚫지 못했나

투데이신문 2026-01-22 13:51: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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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김유현 인턴기자】응급의료 붕괴부터 의료인력 절벽, 지역 격차 심화, 디지털시대 전환, 초고령사회 진입까지 보건의료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누구도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 앞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국가의 역할은 더 무거워졌다.

지난해 7월 22일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 드러난 조정 능력과 정책 추진력을 보건·복지 전반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고 의사 출신이라는 이력은 의료계와의 갈등을 조정할 적임자라는 평가까지 더했다. 그러나 취임 5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16일 대통령-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복지부의 업무 성과를 공개적으로 질타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됐다.

△응급실 뺑뺑이 △필수·지역의료 인력난 △의정갈등 △통합돌봄 △비대면진료 제도화 등 굵직한 보건의료 현안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동안 복지부의 대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정은경 장관에 대한 ‘무능론’이 제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이번 기획에서는 현장과 괴리된 보건복지부 대응의 한계를 다섯 가지 핵심 지점에서 분석하고 반복되는 혼선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 대안과 제도 개선 과제를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온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의료원 안암병원 응급실 입구에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온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의료원 안암병원 응급실 입구에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컨트롤타워’에 쏠린 대책...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시기 응급실 과밀화 속에서 본격화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2024년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이후 전국적인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정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응급의료체계 개편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복지부가 제시한 해법의 축은 ‘컨트롤타워’ 강화다. 지난해 12월 16일 발표된 ‘보건복지부 업무계획’에서 중증·응급환자의 이송과 전원을 통합 관리하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하 광역상황실) 인력을 120명에서 올해 150명으로 늘리고 광역상황실을 통해 병상과 병원을 매칭하겠다는 구상이 언급됐다. 정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광역상황실을 통한 환자 분산과 병상 매칭 시스템으로 응급실 과밀화를 막되 “중증·응급환자는 예외적으로 우선 수용병원을 지정해 책임 치료를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복지부의 진단과 해법이 모두 ‘컨트롤타워’ 기능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점이다. 정 장관이 내세우는 대책의 핵심은 기존에 119 구급대와 구급상황센터가 해오던 병원 선정과 수용 요청 업무를 광역상황실이 더 주도적으로 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 허락을 받아야 이송이 가능한 구조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환자 수용 여부를 묻는 전화를 구급대가 하느냐, 광역상황실이 하느냐만 바꾼다고 해서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에 수용을 요청하는 구급대원 다수도 응급구조사나 간호사로 환자 상태를 가장 먼저 직접 확인하는 의료 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가 광역상황실의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상황 의사’ 역시 환자를 대면하지 못한 채 구급대원이 전하는 간접 정보에 의존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응급의료체계의 병목이 단순히 컨트롤타워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소방청과 복지부, 현장 구급대와 병원 응급실 사이의 갈등과 불협화음에서 확인된다. 광역상황실이 당초 기대와 달리 구급대의 병원 선정 지원보다는 병원 간 전원 조정에 주로 활용되는 현실은 복지부가 구축한 응급의료 시스템이 현장 구조 흐름과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응급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소방청 산하의 구급상황관리센터와 복지부 소속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앞다퉈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하는 상황 자체가 실질적 대책의 부재를 방증한다”며 “뺑뺑이의 원인은 컨트롤타워 부재가 아니라 법적 위험성, 응급실 과밀화, 인프라 부족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과밀화 해소’와 ‘인프라 개선’이 10년 이상 걸릴 장기 과제임에도 추진 동력이 부족하다며 응급의료 정책을 정권과 무관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마련하고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정책 실행과 장기 계획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장기 청사진만 넘치는 사이 무너지는 필수·지방 의료

복지부가 강조하는 필수의료 대책의 축은 ‘수가체계 개편’이다. 복지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정 장관은 “올해 지출 효율화와 필수의료 강화를 함께 추진하면서 상대가치 개편을 통해 과다 보상된 영역은 줄이고 과소 보상된 영역은 적정 보상하며 필수의료 중심으로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하반기부터 추진 가능한 과제는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재정 여건 상 불가능해 보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필수의료 보상을 늘리고 비필수 영역을 통제하는 상대가치 개편을 완성하려면 상당한 재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이 “올해 건강보험료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고 밝힌만큼 대규모 상대가치 개편을 실행할 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필수의료 문제는 지역으로 갈수록 더욱 극심하다. 응급의료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응급의학 전문의의 39.5%가 서울에 몰려 있고 수도권과 6대 광역시를 합치면 64.2%가 중심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에 복지부는 지역 필수의료 대책으로 ‘지역의사제’와 ‘국립대병원 강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지역의사제는 법 제정 이후 실제 인력을 배출하기까지 최소 수년이 걸리고 국립대병원 강화도 거점병원 기능을 갖추려면 예산과 인력 확보부터 시설 확충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장관의 대책은 중장기 공급 계획 위주라 당장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즉각적 수단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상국립대 예방의학교실 정백근 교수는 “지방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앙정부의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필수의료 특별법에 따라 마련된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포함한 보건의료 예산의 분권성을 강화해 지방정부가 지역의료에 대한 책무성을 갖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 교수는 “지역의료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 실제 지역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의료 공백으로 인한 고통을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2월 의정갈등이 1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2월 의정갈등이 1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공방...되풀이되는 불신·대치

이런 상황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정 장관이 꺼내든 해법은 ‘과학적 추계’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를 축으로 한 절차적 정당성 회복이다. 그는 취임 열흘 만에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를 꾸리며 “검증된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계 방식으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이 결과를 토대로 올해 1월 한 달간 매주 보정심을 열어 2027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확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추계위 또한 결과가 발표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2040년 의사 부족 규모의 하한선을 조정하면서(5704명→5015명) 추계가 가정과 변수 선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에 의료계는 “이 정도로 수치가 출렁이는 전망을 정책 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있겠냐”며 “최종안 발표 후 보정심 직전에 수정하는 방식은 추계위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도 정 장관은 보정심과 추계위를 향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추천 위원이 전체 위원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의협이 추계 결과를 강하게 비판하고 별도의 자체 추계까지 발표한 상황은 위원 구성과 실제 논의 구조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키웠다.

의협은 수차례 입장문과 브리핑을 통해 추계 과정의 불투명성과 시간 압박, 교육 여건 미고려 문제를 동시에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추계 근거와 자료·분석코드 공개를 요구하며 교차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고 특히 의사 노동량·생산성·의료기술 발전·AI 도입 등 미래 변수 반영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지난 13일 독자적인 공동 세미나를 열어 “2040년에는 오히려 의사가 과잉 공급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을 제시하면서 정부 추계의 전제와 가정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 장관이 보여준 태도는 ‘의사 출신 장관’에 대한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의료계의 우려를 “미래 변수 등의 현실적 제약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이견” 정도로 처리하며 추계위·보정심이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특히 감사원이 지적한 전 정부의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던 약속과 달리 ‘설 연휴 전 2027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이라는 촉박한 일정에 맞춰 논의를 밀어붙이는 모습은 “시간표에 맞춰 수치를 끼워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웠다.

아울러 문제는 의정 갈등이 의대 정원 문제를 넘어 다른 의제로 계속 확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지역의사제 등 굵직한 현안마다 의료계와 정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의사단체와의 사전 합의나 충분한 논의 구조를 설계하지 못한 채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 신정우 센터장은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과거 사례에서 확인되듯 단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충분한 시간과 신뢰할 수 있는 절차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의 의지만으로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면 이미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의 장을 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고 증원 여부 못지않게 성숙한 태도와 점진적 해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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