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구형보다 무거운 징역 23년을 선고 받은 것과 관련해 주요 외신들도 주목하며 집중 보도했다. 외신들은 내란죄 유죄를 받은 윤석열 정부의 첫 관료라고 한 전 총리를 소개하며, 이번 판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측근에 대한 판결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해선 내란 책임을 회피해 정국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판결문의 주요 내용을 심도 있게 보도하며 윤 전 대통령의 선고일은 다음달 19일이라는 점도 자세히 다뤘다.
정치권도 법원 판결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며 계엄을 도운 한 전 총리는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오만한 권력에 대한 역사의 판단"이라며 윤 전 대통령을 겨냥했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미래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하루가 지난 22일에도 별다른 논평이나 공식 입장 없이 원론적인 의견만 내놨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판결이 있던 2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이미 12·3 비상계엄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 의사를 밝혔다"며 "1심 판결을 원칙적으로 존중한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2시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선고공판에서 "윤석열이 계엄 선포하러 갈 때 만류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필요성 동의해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며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된다"며 내란 실행을 도운 핵심 인물로 봤다.
"내란죄 유죄 받은 尹정부 첫 관료…韓책임 회피로 갈등 심화"
AP통신은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에 대해 "한덕수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내란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윤석열 정부 관료 중 첫 번째 사례"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이어질 내란 재판에 대해선 "이번 판결은 향후 윤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인사들에 대한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하며 "내란죄는 한국에서 가장 중한 범죄 중 하나이며 최근 특별검사는 내란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판결을 2월 19일에 내릴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로이터통신은 1심 구형보다 선고에서 형량이 더 높아진 점에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사법 절차에서 이례적으로 검찰이 구형했던 15년형보다 무거운 23년형이 선고됐다"며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주도라는 가장 중한 혐의에 대한 또 다른 판결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지만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본TV <아사히> 도 구형보다 무거운 판결에 대해 "한 전 총리가 재판 과정에서도 거짓말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이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전했다. 아사히>
산케이신문은 '계엄은 내란'이란 판결에 대해 "국회에 군 병력을 배치하는 등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행위가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비상계엄 당시 군이 국회에 침입 시도했던 내용도 함께 보도했다.
독일 공영방송인 도이체벨레는 판결문 내용을 비중있게 다루며 "대한민국은 자칫하면 국민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당한 어두운 과거로 회귀해 독재정치라는 수렁에서 장기간 헤매 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고 국민은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 "한덕수 판결, 尹재판에 영향 줄 것" 尹 반론도 소개
미국의 대표적인 정론지 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는 한 전 총리가 1심 선고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사진을 함께 실으며 이번 선고를 비중 있게 다뤘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를 반역 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연루된 한 전 총리에게 23년 징역형을 선고했다"며 "2024년 12월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반역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윤 정부 관료 중 첫 번째 사례로, 반역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 대한 향후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보수 성향의 윤 전 대통령은 반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며, 자신의 정책을 방해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며 "지난주 법정 심리에서 그는 자신에 대한 수사에 조작과 왜곡이 가미됐다고 했다"며 윤 전 대통령의 반론도 함께 소개했다.
그러면서 "큰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행은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과거 독재 정권을 떠올리게 했고, 뒤이은 정치적 혼란과 권력 공백은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외교와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다"며 계엄 후 정국 상황을 보도했다.
'계엄은 내란' 판결에 尹 선고 쟁점도 '유무죄' 아닌 '형량' 될 듯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1심 판결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이 되면서 윤 전 대통령의 선고 쟁점도 죄의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닌 형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을 형법상 내란으로 명시한 첫 판단에 따라 윤 전 대통령 역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판결 기준이 되는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한 전 총리 사건에서 12·3 비상계엄을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로 판단하며 형법상 내란 구성요건이 충족됐다고 명시했다. 계엄 선포 시점에 이미 내란이 실행됐다는 법의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비상계엄 포고령 선포와 동시에 군과 경찰이 동원돼 단전, 단수 등 국회를 봉쇄하고 압박한 것을 근거로 제시한 재판부는 유혈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국헌 문란이라는 목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란이 실행됐다고 해석했다.
만일 지귀연 재판부가 다음달 19일 1심 선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한 전 총리와 다른 판단을 적용해 판결한다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계엄 후속작업 도운 한덕수 '사필귀정'…용서 어려워"
한 전 총리가 1심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우상호 전 정무수석은 '사필귀정'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시도할 때 말릴만한 위치에 있음에도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우 전 정무수석은 22일 KBS1라디오 <전격시사> 에 출연해 "본인이 동의했든 동의하지 않았던 그건 속마음"이라며 행동으로 막지 않고 오히려 그 뒤 후속 작업을 도왔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용서받기 어려운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전격시사>
이번 판결을 '사필귀정'이라고 한 우 전 정무수석은 한 전 총리의 판결이 윤 전 대통령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한민국의 상식적인 법관이라면 대체로 내란에 대한 평가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비슷한 취지의 유죄로 판결이 날 것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부(김대중·노무현) 때 함께 일을 해 한 전 총리와 친분이 있다는 우 전 정무수석은 윤석열정부 시절 개인적으로 한 전 총리를 만났던 에피소드를 전하며 "내란 몇 개월 전 식사를 한 번 했었다. 제가 '총리님 더 오래 가시면 욕보실 것 같다, 적당한 시점에 병을 칭하든 신상 이유를 대든 그만두는 게 도움 되지 않겠느냐'고 권유한 적이 있는데 한 전 총리가 '이 정권 성공을 도와야죠, 어떻게 그만 두겠느냐'고 하면서 거절했다"고 했다.
우 전 정무수석은 "제 조언을 들었다면 이런 꼴은 안 당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與조정식 "사법부가 정의로운 판단 내려, 사실상 내란 핵심공범"
하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할 의사를 밝힌 조정식 민주당 의원(대통령 정무특보)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에서 "사법부가 사법부가 정의로운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한 전 총리는 사실상 내란의 핵심 공범"이라고 말했다. 김종배의>
조 의원은 "국정의 2인자로서 불법 내란에 대해 제동하고 당연히 국무총리로서 소임을 다해야 되는데 제동은커녕 도리어 핵심 공범처럼 행동했다. 23년 선고는 역사 앞에 너무나 당연한 선고"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한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영입하려다가 불발되고 그 당시 별별 일들이 많지 않았나. 장동혁 대표가 사법적으로 내란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단호히 선을 긋고 반성한다고 할 때 새롭게 거듭난다"고 말했다.
'최종 판결까지 보겠다'는 국민의힘 입장에 대해선 "이미 국민의 판단과 사법적 판단들이 내려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유보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내란 중형, 오만한 권력에 대한 역사의 판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법원이 내란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과 관련해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을 총칼로 위협하며 계몽하려 들었던 오만한 권력에 대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판부는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로 명확하게 규정했다"며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헌정질서를 전복하려 한 황망한 구조적 범죄였음을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심에서 나온 사법부의 잠정적 판단을 무조건 부정하고 계엄을 옹호하는 것은 곧 법치를 부정하는 반국가적 행태"라며 "아직도 여의도 일각에서는 이 명백한 내란을 구국의 결단이라 포장하고 계몽령이라는 궤변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이 숨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엄중히 질책한다. 보수 진영이 궤멸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윤석열과 검찰주의자들의 광기라는 역사의 암흑기를 인정하고 그 어둠과 철저히 단절해야 한다"며 윤석열과의 절연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우리(개혁신당)는 끔찍한 계엄과 탄핵의 원죄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보수 정당"이라며 "우리는 헌법 파괴자들을 비호하지 않으며 동시에 승리에 취해 독주하는 현재의 거대 여당 민주당의 실정 또한 가감 없이 비판할 수 있는 유일한 진짜 야당"이라고 역설했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한 전 총리 판결은 윤어게인이 무의미하다는 논쟁을 종결하는 판결이라 생각한다"며 "특검의 구형보다 더 높은 형량이 나온 것 자체가 앞으로 사법부의 판단도 이와 궤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인 "韓, 계엄 절차의 책임자…미래에 경종 울리는 의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전 총리의 23년형 선고는 미래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에서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 밑에서 처음부터 총리직을 수행해 왔던 사람이다. 2024년 총선에서 밀렸으면 내각이 전부 물러났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가 돼 대통령이 정치 리더십이 사라져 결국 최종 방법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박성태의>
그는 "선포 과정에서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임은 한 전 총리에게 있다. 또 계엄 이후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는데 내란에 동조한 것으로 판명된 것"이라며 "계엄을 하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도 상상해 봤을 텐데 거부하지 못하니 이런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덕수, 진보·보수 넘나들며 국무총리 두 번…불명예 마무리
한 전 총리는 진보와 보수 정권을 넘나들며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를 두 차례 지냈다. 지난 조기대선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도전하며 '대통령 빼고 다 해봤다'는 그가 '별의 순간'까지 바라봤지만 내란 가담이 유죄 판결을 받으며 공직의 끝을 불명예로 마무리 했다.
한 전 총리는 정통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70년 제8회 행정고시로 공직 사회에 입문해 정권을 가리지 않고 고위 공직을 두루 거쳤다. 김영삼정부에서 통상산업부 차관과 특허청장을 지냈고, 김대중정부에선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어 노무현정부에선 국무조정실장을 맞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뒤 참여정부의 국무총리를 맡았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이명박정부에서 주미대사로 3년을 지냈고, 박근혜정부에서 한국무역협회장을 맡았다. 문재인정부에선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특정 정권을 가리지 않고 승승장구를 해 온 셈이다.
공직 사회를 떠났던 한 전 총리는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지내다 윤석열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되며 귀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진보 정권 총리를 지낸 한 전 총리를 임명하며 정국 전환을 시도했다.
엘리트 출신으로 탄탄대로의 길을 걷던 한 전 총리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함께 내리막을 걸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통과 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 운영을 맡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2024년 12월27일 국회에서 그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정지 됐다. 대통령 탄핵 뒤 총리까지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가 정지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무소속으로 대선에 뛰어들며 당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며 한밤중에 후보 교체 시도를 하는 등 탄핵 이후 온갖 구설에 휩싸여 온 한 전 총리는 법정에서 징역 23년형을 받고 구속됐다. 이 역시 헌정 역사상 법정 구속된 첫 국무총리라는 불명예 타이틀이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