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오직 제주 한라산에서만 뿌리를 내리는 우리 토종 식물 '한라솜다리'가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오늘(22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등이 내놓은 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백록담 남벽 근처 해발 1900m 부근에 살아남은 한라솜다리는 이제 겨우 7개뿐이다.
과거 2006년부터 이들을 살리려는 여러 시도가 이어졌지만 끝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는 사람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대를 이어가기 어려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라산 꼭대기의 주인, 하나뿐인 우리 식물
한라솜다리는 외국으로 나간 적도 없고 다른 지역에선 자라지도 않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식물이다. 해발 1500m가 넘는 한라산 꼭대기 근처의 험한 바위틈이나 가파른 언덕에서만 살아가는 '고산식물'로 분류된다. 1914년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린 뒤로 제주의 생태 역사를 고스란히 품어온 종으로 대접받아 왔다.
하지만 이들은 살아가는 땅이 워낙 좁고 높은 곳으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주변 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금세 무너지고 마는 태생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한라산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도 아주 일부 구역에서만 버티고 있어, 한 번 터전을 잃으면 도망갈 곳이 없다는 점이 생존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다.
추위 이겨내는 '솜털 옷' 입은 강인한 생명력
'제주의 에델바이스'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온몸이 하얀 솜털로 보송보송하게 감싸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 하얀 털은 그저 예쁘게 보이려는 목적이 아니다. 높은 산 위에서 내리쬐는 매서운 햇빛을 차단하고,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 온기를 유지해 주는 '천연 방한복'과 같은 구실을 한다. 건조한 공기에 몸속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다 자라도 어른 손가락 길이 정도인 7~20cm에 불과하지만, 흙조차 제대로 없는 바위틈에서 꽃을 피울 만큼 끈질긴 목숨값을 지녔다. 안타깝게도 이런 남다른 생김새가 오히려 화를 불렀다. 예전에는 모양이 예쁘다는 이유로 장식용으로 쓰고자 몰래 뽑아가는 이들이 많았고, 이때 입은 피해가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무너지는 절벽과 더워지는 산, 벼랑 끝 생태계
지금 한라솜다리가 마주한 환경은 사방이 막힌 골목과 같다. 지난 3년 동안 하늘과 땅에서 진행한 조사를 살펴보면, 살던 곳 주변의 절벽이 무너지면서 바위와 흙이 휩쓸려 내려가 식물들이 발붙일 곳이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시원한 곳을 좋아하는 고산식물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으며, 허가받지 않은 길로 들어선 탐방객들이 땅을 밟아 뿌리를 상하게 하는 일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2022년에는 '한라송이풀'이 한라산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암매나 한라장구채 같은 다른 식물들도 뒤를 이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지켜보는 수준을 넘어, 이들이 살 수 있는 새로운 땅을 찾아 옮겨 심거나 나라 차원에서 더 센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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