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수의대 연구팀이 도구를 사용해 몸을 긁는 암소 베로니카를 발견했다. 이는 가축 역사 1만 년 만에 소의 지능적 도구 활용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첫 사례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갈무리
오스트리아에서 소가 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몸을 긁는 모습이 발견됐다. 인류가 소를 가축으로 키워 온 1만 년 역사상 소의 도구 사용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현지 시간)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최근 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학 앨리스 아우어스페르크 박사팀은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를 통해 암소 ‘베로니카(Veronika)’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베로니카가 막대기나 브러시를 이용해 몸을 긁는 행동이 우연이 아닌 ‘쓰임새를 이해한 도구 활용’이라고 밝혔다.
● 가려움 해결하려 9년 동안 기술 연마
베로니카카 다양한 상황에서 등을 긁는 모습. 긁는 부위에 따라 솔·손잡이를 바꾸고 있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갈무리
이번 연구는 생물학자인 앨리스 박사에게 도착한 한 통의 메일로부터 시작됐다. “우리 소가 도구를 써서 몸을 긁는다”는 제보 영상을 본 연구진은 현장을 방문했다.
13세인 해당 암소는 목초지를 자유롭게 거닐며 생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울타리 주변의 갈퀴나 조경 도구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이 소가 도구를 든 계기는 여름철 기승을 부리는 ‘말파리’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리가 등에 붙어 가려움을 유발하자 주변 물건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험에서도 파리가 달라붙자 혀를 손가락처럼 놀려 바닥에 놓인 브러시를 잡은 뒤 가려운 부위를 정확히 긁는 모습을 보여줬다.
더욱 놀라운 점은 신체 부위에 따라 도구의 기능을 구분한 것이다. 피부가 두꺼운 등을 긁을 때는 거친 솔을 사용했고, 예민하고 부드러운 배 쪽을 긁을 때는 매끄러운 손잡이 부분을 활용했다.
연구진이 수십 차례 브러시 위치를 바꿔 놓아도 소는 매번 정확히 도구를 집어 사용했다.
● “특별한 천재 아니라 환경이 만든 결과”
베로니카와 주인의 모습. 커런트 바이올로지 갈무리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소의 지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진화생물학자 로버트 슈메이커 박사는 “의심할 여지 없는 도구 사용”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소가 특별한 천재라서가 아니라, 도구를 접할 기회와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라며 “환경만 갖춰진다면 다른 소들도 충분히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소 주인 비트가 비겔레 씨는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9년 동안 기술을 익혀 지금의 수준에 올랐다”고 전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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