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베' 다카이치, 2년전 공천 제외 아베파 중진에 입후보 허용
당내서 "정치자금 문제 경시" 지적…연립여당, '美 핵공유 논의 시작' 등 매파 공약 제시
우익 참정당, '자객 후보' 통해 다카이치 측면 지원…총선 이후 협력 여지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이 내달 8일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총선)에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37명을 공천했다고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2024년 10월 총선에서 비자금 스캔들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공천하지 않았던 옛 '아베파' 중진들이 자민당 후보로 나서게 되면서 정치자금 문제가 선거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자민당이 전날 발표한 1차 공천 명단에는 하기우다 고이치 간사장 대행, 니시무라 야스토시 선거대책위원장 대행, 시모무라 하쿠분 전 의원 등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옛 아베파 중진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들은 2024년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시바 전 총리는 당시 비자금 스캔들 관련 중징계 대상자 등 12명에게 공천장을 주지 않았고, 일부 의원은 공천하더라도 비례대표로 중복 입후보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현행 자민당 집행부는 방침을 바꿔 하기우다 간사장 대행 등의 중복 입후보도 허용할 방침이다.
간사장 대행은 간사장을 보좌하는 직책이다. 일본 정치권에는 이처럼 '대행'을 붙인 별도 보직이 많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은 "이전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을 고려해 공천 방식을 (과거) 원칙으로 되돌렸다"고 말했다.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을 대거 공천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추진해 온 옛 아베파의 '복권'이 속도를 내게 됐다고 아사히는 해설했다.
옛 아베파를 비롯한 자민당 일부 파벌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이른바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오랫동안 뒷돈을 조성해 왔다.
이러한 관행은 2023년 말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졌고, 자민당은 39명을 징계했다. 징계 대상자 중에는 당내 최대 파벌이었던 옛 아베파가 3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이끄는 '아소파'를 제외한 파벌이 모두 해체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대표를 맡았던 아베파에는 강경 보수 성향 의원이 많았고, 다카이치 총리는 특정 파벌에 몸담지 않았지만 안보 정책에서 매파 성향을 드러내 왔다.
아사히는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 전 총리 노선 계승을 내걸고 옛 아베파 의원의 지지를 받았으며, 취임 이후 하기우다 의원을 자민당 간부로 등용했다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력 강화, 양적 완화 등 아베 전 총리 정책을 답습하고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내 '여자 아베'로 불리기도 한다.
다만 옛 아베파의 복권 움직임에 정치자금 문제를 지적해 왔던 야당은 물론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신문이 전했다.
각료를 지낸 자민당 관계자는 "정치자금 문제를 경시하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고 우려했고, 당 간부 중 한 명은 비자금 스캔들의 과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은 전날 공개한 총선 공약에서 보수층 표심을 염두에 두고 안보 정책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아사히가 평가했다.
이 신문은 자민당이 작년 10월 일본유신회와 작성한 연립정권 합의서에 명기된 정책이 공약에 담겼다고 분석하고 "외교·안보에서는 중국의 군비 증강과 북한 핵 개발 등을 지적하고 3대 안보 문서의 연내 조기 개정, 방위장비 수출 규정 완화 등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유신회도 전날 발표한 공약에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 미국 핵무기를 일본에서 운용하는 '핵 공유' 논의 시작, 미군 핵 잠수함 공유, 장거리 잠행이 가능한 미사일 탑재 잠수함 보유 등 강경 보수 성향 정책을 담았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아사히는 여당으로서 첫 중의원 선거를 맞는 유신회가 정권의 '액셀' 역할을 자임하지만, 정치자금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익 성향 참정당은 자민당이 오랫동안 의원을 배출해 왔던 지역에 '자객'이 될 후보를 속속 공천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했다.
참정당은 야당이지만, 다카이치 총리 정책에 반대하는 자민당 의원이 출마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후보를 내 다카이치 정권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참정당은 재정, 외국인 정책 등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인식이) 가까운 후보에게는 대항마를 세우지 않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총선 이후 다카이치 정권에 협력할 여지를 남겨뒀다고 해설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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