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바이오벤처 기술 숙성기 인정없으면 제2 알테오젠 배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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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바이오벤처 기술 숙성기 인정없으면 제2 알테오젠 배출 어렵다"

이데일리 2026-01-22 09:01: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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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의 10년 영업 적자는 무능이 아니라 기술을 숙성시키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당장 열매가 없다고 모판의 모를 뽑아버리면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대전 지역 바이오 기업들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주역 중 한명인 바이오헬스케어협회(BioHA) 맹필재 회장(충남대 명예교수)은 최근 대덕테크노밸리 내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금융당국의 상장폐지제도 강화 정책에 대해 이같이 우려를 드러냈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사진=한광범 기자)






◇"100m 기록으로 마라톤 선수 퇴출하나"…숫자 매몰된 금융 규제 우려



맹 회장은 금융당국이 숫자에 매몰돼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신약 개발이라는 긴 호흡을 이해하지 못하는 획일적 규제를 시행할 경우 바이오 생태계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약 개발 벤처가 상장 후 매출이 없거나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경영 실패가 아니라 원천 기술을 상업화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술 숙성기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는 역설이다.

그는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알테오젠(196170)이나 리가켐바이오(141080), 펩트론의 경우 주식상장 직후부터 화려했던 것이 아니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시장에서 비실비실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버텼다"며 "그런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수조원대의 기술 수출이라는 결실을 본 것이다. 만약 당시에 매출 30억원 미만 퇴출 같은 잣대를 적용했다면 대전 바이오의 기적은 시작도 못 하고 끝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당장 매출이 없다고 좀비기업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모판에 심은 모가 당장 쌀을 내놓지 않는다고 뽑아버리는 것과 같다"며 "신약 개발은 평균 1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마라톤인데 100미터 달리기 기록으로 선수를 퇴출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더욱 엄격해진 기술특례상장 심사 기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과거에는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만 확인돼도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장 전부터 효능(임상 2상 수준)이나 확실한 기술 이전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맹 회장은 “신약 하나에 1조원이 넘는 돈이 든다. 바이오벤처가 그 돈을 다 들고 시작할 순 없다. 주식상장을 통해 수혈받은 자금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가치를 키워가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효능을 다 입증하고 오라고 한다. 이건 고등학생에게 대학 과정인 미적분을 다 풀어야 고등학교 입학 허가를 내주겠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며 "결국 자금력이 부족한 유망 벤처들은 시작조차 못 하고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에서 몰살당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맹 회장은 바이오 산업을 단순한 수익 사업이 아닌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경험했듯 자체적인 신약 및 백신 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글로벌 보건 위기 상황에서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장 전 효능 증명 압박?…"미적분 풀어야 고교 입학시킨다는 논리"

그는 “중국은 지금 신약 벤처 한 곳에 수조 원을 쏟아부으며 전 세계 임상 파이프라인을 싹쓸이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잘하는 몇 곳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하겠다는 식"이라며 "바이오는 확률의 게임이다. 수많은 벤처가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유지돼야 그중에서 제2의 알테오젠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싹을 다 잘라버리면 우리는 영원히 글로벌 제약사가 부르는 가격에 생명을 맡겨야 하는 ‘보건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맹 회장은 바이오 산업과 관련한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에 보다 많은 기업인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 인사 외에 교수와 연구원 중심인 국가바이오위원회 구성을 벤처 기업인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 연구를 하는 교수들이나 대기업 출신 전문가들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척박한 환경에서 벤처를 운영하며 기술 이전을 해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한다"며 "현장의 생리를 알아야 매출 30억원 같은 제조업 마인드에서 벗어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나온다. 지금처럼 규제 일변도로 가면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의 불꽃은 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오벤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정부가 이들을 감시와 퇴출의 대상이 아닌 국가가 보호해야 할 전략적 자산으로 바라봐 달라"는 당부했다.



◇"지뢰밭 피하는 법 가르쳐주는 선배들…대전만의 자생적 네트워크가 성공 비결"



맹 회장이 이토록 ‘인내의 시간’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전 바이오 생태계가 걸어온 길 자체가 이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전 바이오의 성공이 지난 53년간 켜켜이 쌓인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힘'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맹 회장은 "대전의 성공 사례들은 결국 시간을 견뎌낸 결과물이다. 10~20년의 비실비실하던 기간은 사실 글로벌로 나갈 준비를 하던 인내의 시간이었던 것"이라며 "유행이나 자본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신약 개발이라는 한 우물을 파는 대덕 특유의 끈기가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혁신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전이 30년 데스밸리를 견뎌낸 자생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판교나 서울이 자본 중심이라면 대전은 기술 공유와 선후배 네트워크 중심이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지뢰밭을 피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끈끈한 문화가 지금의 성공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변리사를 만나야 하는지 임상은 어느 병원에서 해야 하는지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정보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공유되며 생태계 전체의 수준을 상향 평준화시켰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문화의 뿌리에는 출연연 기반의 고도화된 기술력과 인적 자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맹 회장은 전했다. 그는 “대전 성공의 뿌리는 결국 사람이다. 1973년부터 조성된 연구단지에서 50년 넘게 길러진 우수한 인재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아 창업을 선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LG생명과학이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에서 수십 년간 기술을 닦은 박사급 인력들이 대거 창업에 뛰어들면서 대전만의 독보적인 기술적 깊이가 형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맹 회장은 이러한 토양 위에서 '연구-창업-성공'의 선순환 모델이 견고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알테오젠이나 리가켐바이오 같은 1세대들의 성공은 후배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이정표가 됐다"며 "한 번의 성공이 나오면 그 길을 따라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대전에는 제2, 제3의 알테오젠을 꿈꾸는 수많은 바이오 기업이 거대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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