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하며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전직 국무총리가 실형 선고와 함께 현장에서 구속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요구한 징역 15년보다 무려 8년이나 많은 형량이다.
◇‘친위쿠데타’ 규정…“민주주의 뿌리 흔든 중죄”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계엄 선포가 아닌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친위쿠데타’로 명확히 규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서두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근거해 위헌 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군 병력 및 경찰 공무원을 동원해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출입 통제하는 등의 행위는 형법 87조에서 정한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12·3 내란의 위헌성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내란이 단시간에 종료된 배경에 대해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라며 “결코 12·3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장은 국민의 용기를 언급하며 목이 멘 듯 잠시 발언을 멈추기도 했다.
◇법리 적용의 반전…‘방조’ 아닌 ‘정범’으로 중형
이번 선고에서 주목할 점은 특검의 구형량을 상회하는 중형이 내려진 배경이다.
재판부는 내란죄의 특성상 ‘일반 방조’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 내란죄는 역할별로 구성요건이 정해진 ‘필수적 공범’의 형태이기에, 한 전 총리를 ‘우두머리 방조범’이 아닌 ‘중요임무 종사 정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다.
법정형 자체는 우두머리죄보다 낮지만, 재판부는 죄질의 무거움을 고려해 가용 범위 내에서 사실상의 최고 수준인 중형을 선택했다. 재판부는 선고 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곧바로 법정구속을 결정했다.
◇민주당 “국민 승리이자 사필귀정” 환영...국민의힘 “원칙적 존중”
여야 정치권은 이번 판결에 대해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구형보다 높은 형량과 법정구속 결정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추상같은 명쾌한 판결”이라며 “12·3은 내란이고 친위쿠데타다. 역사 법정에서도 현실 법정에서도 모범 판결이며 국민 승리다. 사필귀정”이라고 강조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이 장기간 극심한 혼란과 불신에 빠진 데에는 한덕수의 책임이 결정적”이라며 “징역 23년 선고는 절대 과하지 않으며 오히려 필연적이고 최소한의 단죄”라고 평가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또한 “한덕수 유죄판결에서 ‘12·3 내란’임을 분명히 정리했다”며 “이제 국민의힘 차례다. 또다시 내란을 비호·정당화한다면 ‘내란주요임무종사당’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비상계엄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곤혹스러운 기색 속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며 “이번 1심 판결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존중한다”는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다만 법원이 이를 ‘내란’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사법부 최종 판단을 기다려보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인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주범인 윤석열은 당연히 사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함을 시사했다.
국가 권력이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 한 ‘12·3 내란’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내려짐에 따라, 향후 진행될 관련 인물들의 재판과 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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