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조약 42조7항…구체적 '사용 설명서' 없어
그린란드가 EU 조약상 보호 대상인지도 해석 엇갈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미국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침공할 경우 유럽연합(EU)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방위 조항과 별도로 상호 지원할 근거가 있긴 하나 논쟁이 일 수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덴마크는 나토 회원인 만큼 이론대로라면 외부의 공격이 발생했을 때 나토 조약 5조(집단방위 조항)를 발동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심의와 만장일치 투표를 거쳐 32개 동맹국 전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나토의 핵심 회원국 미국이 다른 동맹국의 영토 일부를 장악하려는 상황이라면 나토 조약 5조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한 법적 장치가 하나 더 남아 있다. 바로 EU 조약의 42조7항이다.
이 조항은 "회원국 중 어느 하나가 자국 영토 내에서 무력 침공을 당할 경우 다른 회원국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회원국에 원조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나토의 집단 방위 조항과 사실상 같은 기능이다. EU의 구조와 권한을 근본적으로 개편한 리스본 조약(2009년 12월1일 발효)에 삽입됐다.
이 조항은 2015년 11월 파리에서 테러 공격이 발생했을 때 프랑스의 요청으로 딱 한 번 시험 발동된 적이 있다. 당시 독일은 프랑스군이 자국 영토 방어를 위해 아프리카 말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할 때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말리 파병을 수락했다.
EU 회원국들은 실제 공격받은 국가를 민간 혹은 군사적 방식으로 다양하게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 설명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르몽드는 지적했다. EU의 안보·방위 전략을 규정하는 내부 문서에도 집단 방위와 관련해선 사실상 나토가 우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초 당시 EU 군사위원장이었던 오스트리아의 로베르트 브리거 장군은 유락티브와 인터뷰에서 "상호 원조에 관한 42조7항의 해석과 내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안드류스 쿠빌류스 EU 우주·방위 집행위원도 내부 회의에서 "무력 침공에 직면한 회원국 간 상호 지원 의무에 관한 EU 조약 42조7항을 EU가 실제 이행할 준비가 돼 있는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누가 조정을 담당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법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42조7항을 그린란드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덴마크 법과 국제법의 관점에서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일부지만 그린란드는 1985년 유럽경제공동체(EU 전신)를 탈퇴한 자치 영토다.
호주 그리피스대 법학자 셀린 드로아니 교수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유럽 법상 그린란드는 EU와 연계된 해외 국가 및 영토(PTOM)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그린란드는 EU의 일부가 아니지만, 국가가 아니며 회원국 영토의 일부를 구성하므로 제3국도 아니다"라며 "그렇다면 EU 조약에서 말하는 '자국 영토에서'라는 표현은 회원국의 전체 영토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EU 조약의 영토적 적용 범위에 포함되는 부분만을 의미하는가"라고 물었다.
답변은 엇갈린다.
일부는 상호 지원 조항을 언급하는 조항에 영토 제한이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42조7항의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선 이 조항이 EU 조약의 적용 지역, 즉 회원국 본토와 최외곽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며 PTOM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본다.
법적으로 이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지만 실질적으로 덴마크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건 유럽 각국의 몫이라고 르몽드는 지적했다.
덴마크가 42조7항을 요청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이념적 동맹자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이를 지지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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