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국주의'에 분노한 EU…선글라스 낀 마크롱 "유럽 종속시키려는 美, 수용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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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국주의'에 분노한 EU…선글라스 낀 마크롱 "유럽 종속시키려는 美, 수용하지 않을 것"

프레시안 2026-01-21 19:59:19 신고

그린란드 문제로 대서양 동맹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정상들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을 줄줄이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비판 선두에 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제의한 주요 7개국(G7)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에서 유럽 정상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되며 그린란드 관련 논의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AP>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을 보면 마크롱 대통령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미국이 우리 수출 이익을 훼손하고 최대 양보를 요구하며 유럽을 약화시키고 종속시키려는 노골적 의도를 가진 무역 협정을 통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직접 겨냥했다.

이어 그는 "근본적으로 용납 불가한 새 관세가 끊임 없이 누적 중인데 이러한 관세를 영토 주권에 대한 영향력으로 사용하는 건 더욱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를 포함해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8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눈 상태 탓에 선글라스를 끼고 연설한 마크롱 대통령은 "새로운 식민주의"를 경고하며 "폭력배"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규칙 없는 세계로의 전환이다. 국제법이 짓밟히고 가장 강한 자의 법만이 중요하게 여겨지며 제국주의 야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지금은 "새 제국주의나 새 식민주의를 위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폭력배보단 존중", "잔혹함보단 법치"를 선호한다며 프랑스와 유럽이 "강자의 법을 수동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에 맞서 유럽에서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도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유럽 8개국에 관세를 위협하자 곧바로 공동대응을 천명했고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 연설 뒤 소셜미디어(SNS)에 이례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부르며 "우린 시리아에 대해 완전히 의견이 일치하고 이란에서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면서도 "난 당신이 그린란드에 대해 하고 있는 일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보스 포럼 뒤 목요일(22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G7 회의를 마련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회담을 제의하고 "목요일 저녁 파리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도 했다.

<가디언>은 이러한 개인 메시지 공개는 마크롱 대통령을 "해치고 위협하려는 의도"라며 "두 지도자가 효율적으로 협력할 최소한의 신뢰조차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 합류하기를 거부한 것에 앙심을 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파리 G7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에마뉘엘(마크롱)은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할 거다. 알다시피 오래 가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마크롱 대통령과 같은 정당에 소속된 프랑스 의원 피에르 알렉상드르 랑글라드가 "프랑스가 레지스탕스를 이끌며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다보스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위협을 "실수"라고 비판하고 유럽의 "독립"과 "단결"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순환"에 빠지는 걸 경계하면서도 필요시 유럽이 "위축되지 않고 단결된 비례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변화가 영구적이라면 유럽 또한 영구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 기회를 잡아 새로운 독립적 유럽을 건설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바르트 더베버르 벨기에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도발로 "너무 많은 금지선(레드라인)이 침범당했다"며 유럽이 "지금 물러서면 존엄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에 군사 침공을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이 "동맹임을 확인하고 싶지만, 동맹은 동맹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우린 분열되거나 함께하게 될 것이며, 만일 분열된다면 80년간 지속된 대서양주의 시대가 진정으로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다보스에서 유럽의 날선 반응에 대해 "히스테리를 가라 앉히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를 얻기 위해 어디까지 할 의향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알게될 것"이라며 강경책을 배제하지 않는 한편 나토가 만족할 만한 그린란드 계획이 마련될 거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목적"으로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나토와 우리 모두 만족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군사 점령을 배제하진 않았지만 21일 다보스에서 유럽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다소 어조를 완화했다고 봤다. 신문은 대담한 요구, 요구 미충족 땐 군사 및 경제 위협, 이후 상대방의 굴복을 기다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익숙한 협상 전략이 그린란드 문제에서도 적용되고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에서 유럽 지도자들과 그린란드 관련 회의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그린란드에 대해 "매우 좋은 통화"를 했고 다보스에서 여러 대표들과 회의를 여는 것에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뤼터 사무총장이 보낸 "그린란드 해법을 찾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20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부가 나토에서 군사고문 인력 등을 줄일 계획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계획에 따르면 약 30개 나토 조직에서 군 인력 200명 가량이 줄어들게 된다. 다만 한 번에 철수하는 게 아니라 임기 만료 때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년간 점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 당국자는 이러한 변화는 몇 달에 걸쳐 고려돼 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그린란드 점령 위협 강화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 영토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을 주장하며 동맹 분열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로이터>는 이러한 감축의 "군사적 영향은 불분명하지만 상징적 영향은 명백하다"며 "이 움직임은 유럽에서 미국의 동맹에 대한 의지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2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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