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본 것 없음. 가본 곳 없음. 특별한 일 없음”.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삶을 상징하는 대사다.
“작가님은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요.” “너무 평범하지 않아요?” “그래서 평범한 예술가로 사나 봐요.”
사람들에겐 예술가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게 있다. 뭔가에 미쳐 있는 것 같은 비범함과 고독함, 불행마저 승화시키는 창의성 같은.... 그런 특별함과 독창성을 중요시하는 예술계에서 나는 보편적 가치를 말하며 운좋게 예술가로 살고 있다.
‘평범하고 당연한 것’을 다룬다고 해서 표현 방식 또한 평범한 건 아니다. 비범한 세계에서 보편적인 것을 말하려면 치밀한 연구와 관객의 공감대는 필수다. 다시 말해 나는 깊은 해저가 아니라 파도 바로 아래 사람들이 놓쳐버린 것들을 건드린다. 매일 먹는 백반을 친숙하지만 한 끗을 다르게 만들어야 하는 게 나의 숙제다.
나는 그 한 끗을 경제·정치·사회·과학 분야에서 찾아 그 연구 방식을 작품에 접목시키고 있다. 시각예술에서 재료, 기법의 한계가 사라진 지 오래됐지만 음악, 무용, 문학과 같은 예술이 아닌 비예술 분야와의 접목은 여전히 생소한 듯하다. 이런 시도를 걱정스럽게 지켜본 동료가 물었다.
“뭘 알고는 하는 거지? 리스크가 커.” “처음이니 실수하겠지. 근데 안 해 본 거 할 때, 욕도 덜 먹어.” “그냥 하던 거나 하지. 뭐 하러 욕을 사서 먹어, 어리석게.”
하지만 ‘해 본 일’에서만 돌파구를 찾는다면 말마따나 하던 거나 하면서 살아야 한다. 먹던 것만 먹고, 가본 곳만 가고,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삶을 산다면 최소한 ‘사는 게 지겹다’고 말해선 안 된다. 나 또한 평범한 이야기를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는 없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이런 대사가 있다. “해왔던 일을 하면서, 안 했던 일을 할 겁니다.” 만년 꼴찌 야구팀의 문제점을 파악한 신임 단장이 내린 처방이다. 하던 대로 열심히는 했는데 제자리만 맴돌다 이젠 기대마저 없어져 닥치는 대로 사는 중이라면 지금이 ‘안 했던 일’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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