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21일 법정 구속됐다.
사법부가 이번 사태를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 한 명백한 ‘내란’으로 규정한 첫 판결로, 검찰의 구형보다 훨씬 높은 형량이 선고됨에 따라 향후 이어질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핵심 관계자들의 재판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구형했던 징역 15년보다 8년이나 더 무거운 형량이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한 전 총리를 법정 구속했다. 전직 국무총리가 법정에서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법원이 12·3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군·경을 동원한 국회 봉쇄 등을 형법상 ‘내란’으로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친위 쿠데타’로 명명하며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 전 대통령과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12·3 내란의 위헌성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내랑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시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했으나, 이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초 특검은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공소장 변경을 통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내란죄는 다수인이 관여하는 ‘필요적 공범’ 범죄로 일반 형법상의 방조 조항을 적용할 수 없고, 역할에 따라 정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법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았음에도,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외관을 형식적으로 갖추게 해 내란 행위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의 구체적인 범죄 사실도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특정 언론사에 대해 단전·단수 조치를 하려는 것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고 오히려 독려한 점을 유죄로 판단했다.
사태 직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사후에 작성된 허위 계엄 선포문에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및 공용서류손상)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특히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까지 더해지며 중형 선고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당한 어두운 과거로 회귀해 독재라는 수렁에 빠뜨릴 뻔한 중대 범죄”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위증과 은폐로 일관했고, 최후진술에서의 사과 역시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이 12·3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가담자인 한 전 총리에게 예상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함에 따라, 내란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들의 재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요임무종사자’인 총리에게 징역 23년이 선고된 만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경우 법정 최고형에 가까운 중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이번 사태의 위법성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라며 “상명하복 관계였다 하더라도 내란에 가담한 국무위원들 역시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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