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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열 히트펌프, 재생에너지 맞나…학계 “탄소 늘 수도”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21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기열 히트펌프, 과연 재생에너지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지정한다면 탄소중립·전력망·산업 생태계에 모두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분류 타당성과 제도적·산업적 쟁점을 산·학·연·관의 관점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현재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지정하고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t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12월 5일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지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열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히트펌프가 확산되면 보일러 제조·설치·정비, 설비 설계와 배관 자재 등 연관 산업에서 약 60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날 홍 교수는 공기열 히트펌프가 국내에서 대규모로 도입될 경우 △정부 탄소중립 정책 역행 △국가 전력망 붕괴 우려 △대기업 위주의 시장 독과점과 중소 설비업계 생존 위협 등 세 가지 축에서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공기열 히트펌프가 재생에너지로서 기능을 하려면 동절기 평균 성능계수(COP)가 발전효율의 역수인 2.5를 상회해야 하는데, 겨울철 외기온도가 0℃ 이하로 떨어지는 구간에서는 COP가 2.5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구간에서 공기열 히트펌프를 대량 보급하면 오히려 가스보일러보다 탄소 배출이 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저온 구간에서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는 “정말 추운 구간에서는 공기열 단독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지열·수열·태양열, 태양광 열(PVT)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가야 COP 4.0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국가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중소 기계설비업체의 기술 경쟁력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임용훈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교수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전기차 400만대 보급이라는 정부 목표를 전제하고 보수적으로 가정한 동시가동률을 적용할 경우, 추가 피크전력이 최대 20기가와트(GW)에 이를 수 있다”면서 “이미 증가하는 전력 수요 위에 난방과 충전 피크가 겹칠 경우 블랙아웃 위험이 상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현실 등도 고려돼야”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 법적 타당성과 비용 부담, 제도적 현실 등 다양한 쟁점이 논의됐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기열 히트펌프가 실제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저감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실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서울시 건축기획과 건축설비팀장은 “공기열 히트펌프 실외기·설비는 일반 에어컨보다 더 크고 복잡할 텐데, 건축 설계 단계에서 이런 설비 공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안전·유지관리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인허가 현장에서 큰 혼선과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법적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창현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르면 법률 본문에서 햇빛·물·강수 등 자연 에너지원들을 열거하고 있고, 수열은 법률에 명시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시행령으로 요건을 구체화할 수 있지만, 공기열은 어디에도 열거돼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그럼에도 시행령에서 공기열을 새로 추가하는 것은 법률이 해야 할 입법을 하위령이 대신하는 것으로, 포괄적 위임 한계를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미국 등이 혹한기용 히트펌프 개발에 대규모 연구개발(R&D)을 투자하는 점을 언급하며 “공기열 성능 향상과 산업 육성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후부는 공기열 히트펌프의 계절·지역별 외기 온도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해, 사실상 더 높은 계절성능을 요구하는 고시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인 계절성능지수(SPF) 2.875보다 높은 수치를 정할 것을 검토 중이다. 지역별 외기온도에 따른 가중치도 반영해 추운 지역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권병철 기후부 열산업혁신과장은 “입법·고시 과정에서 전문가·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지열·수열·공기열 간 형평성과 전력·열 부문 전체의 탈탄소 목표를 함께 고려하는 제도 설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도 열고 공기열 히트펌프 재생에너지 인정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 의원은 “성능 기준과 검증체계 논의도 없이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것은 정책의 기본 순서를 뒤집은 것”이라면서 “국민 부담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졸속 행정을 중단하고 성능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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