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사무·권한 중앙정부 귀속 끊어야"…권한 이양 강조
대전시장·충남지사, 통합지원책에 "공약선전용 쇼케이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광역단체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의 야당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실질적인 권한의 지방 이양이 필수"라고 강조하는 등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의 권한·재정 이양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될 수 있도록 "담보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정부와 여당 주도의 행정통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했으나 이 대통령이 강조한 지원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기존 불만을 쏟아냈다.
이 둘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통합시 지원 방안에 대해 '앙꼬 없는 찐빵', '선전용'이라고 깎아내리며,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이 미흡할 경우 시·도의회에서 다시 의결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소속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과감한 권한 이양을 행정 통합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 대전시장·충남지사 "한시적 지원 말도 안돼…선심성 정책"
김태흠 충남지사는 "일시적으로 4년 동안 20조를 주겠다고 하는데 선심 쓰는 것도 아니고, 한시적 지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자치분권,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려면 항구적으로 국가에서 걷은 세금을 지역에 주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도세 전액, 충청권에서 걷은 법인세 절반, 부가가치세 등 합치면 연간 8조8천억원쯤 될 것"이라며 "법안(성일종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45명이 발의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에 담긴 농업진흥지역 해제, 국가 산단 지정, 예비타당성조사 10년간 면제 등도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75대 25대 정도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법안이 의결될 수 있도록 민주당 주도가 아닌, 여야가 함께 특위를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대전충남 통합이 '5극 3특'이라는 대통령의 공약 추진을 위한 쇼케이스, 선전용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정부의 통합 지원책을 평가절하했다.
이 시장은 "김민석 총리 이야기는 종속적인 지방분권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라며 "실질적인 분권에 준하는 국가 대개조 차원의 변화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재정권과 인사권, 조직권, 예비타당성 면제를 포함한 제도 개선 등 257개 특례조항을 법안에 넣은 것"이라며 "4년 동안 5조 주는 걸로 끝내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이 늦어도 내주 초까지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한 가운데 이 시장은 "양 시도의회와 협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성일종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후퇴한다면 재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재의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김태흠 지사도 "수정, 보완은 가능하나 기둥까지 뽑아내서는 안 된다"고 재차 못 박았다.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이 미흡하다고 느낄 경우 행정통합 추진을 중단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이장우 시장은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 국민의힘 지자체장들 "실질적인 권한·재정 수반돼야"
실질적인 권한의 지방 이양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이 시장과 김 지사뿐만 아니라 야권 자치단체장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재 추진 중인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광역 통합은 상징적 출발점이자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며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린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광역통합의 방향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떡을 주는 게 아니라 떡시루를 주는 방식, 즉 제도 보장이 아닌 인센티브 주는 방식으로 하는 건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지방분권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분권, 자치분권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해 어떤 권한을 어떻게 이양하고, 어떤 재정 자율권을 줄 건지 정해야 한다"며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는 분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역시 "현재 우리나라는 지방정부의 사무와 권한이 중앙정부에 귀속된 구조"라면서 "근본적 틀이 바뀌지 않은 채 행정 단위만 확대된다면 또 다른 지역 간 쏠림 현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으며 (행정통합은) 정치구호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2022년 출범했던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을 거론하며 "실질적 권한과 재정이 수반되지 않은 특별지자체로서, 광역 발전을 이끌어가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통합이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통합 과정에서 낙후지역이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균형발전 대책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권한·재정 이양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실행 담보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원·제주·전북·세종 등 4개 시도로 구성된 대한민국 특별자치도 행정협의회는 행정통합 인센티브 부여에 따른 역차별을 우려하며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표회장인 김진태 강원지사는 "2년 전 발의한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 등 3특법이 조속히 처리되기는커녕 광역 행정통합이라는 큰 흐름에 밀려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5극3특 체계 안에서도 3특이 불균형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5극 추진에 4개 특별자치도의 법이 걸림돌이 될 이유는 전혀 없다"며 4개 시도의 신속한 법 개정을 요구했다.
(박주영 김선호 이승형 허광무 이재현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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