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충동에 시달리는 형사…추리소설 '마지막 방화'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이야기를 들려줘요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다채로운 삶의 숨은 면면을 일상의 언어로 포착해온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올리브 키터리지'의 올리브,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루시, '버지스 형제'의 밥, '에이미와 이저벨'의 이저벨 등 그간 스트라우트의 작품에 등장한 주요 인물이 총출동한다. 이른바 '스트라우트 월드'의 결정체 같은 작품인 셈이다.
작가는 작은 마을 안에서 이웃과 가족 간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를 섬세한 필치로 꿰어냈다.
미국 메인주의 변호사인 밥 버지스는 작가 루시 바턴과 공원을 산책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또 밥을 통해 루시를 소개받은 올리브 키터리지는 루시를 집으로 초대해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품 속 인물들은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저마다 마음속에 단절과 상실, 인간관계의 실패에 대한 죄책감과 외로움을 품고 있다.
극 중 올리브는 말한다. "사람들은 살고, 희망을 품고, 심지어 사랑을 보듬지만, 여전히 고통을 겪어요. 모두 마찬가지예요. 고통을 겪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은 깨닫는다.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위로와 공감, 신뢰와 애정의 행위란 것을.
또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해서 삶이 바뀌지도 않지만, 누군가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삶을 견디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 연결되고 이해받고, 사랑을 나누고 싶은 인간의 갈망을 다룬 작품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 인간에 대한 연민 어린 시선이 은은하게 빛난다.
스트라우트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영국 여성소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문학동네. 528쪽.
▲ 마지막 방화 = 조영주 지음
평택경찰서 강력1팀 팀장 함민에게는 좀처럼 떨치기 어려운 오랜 본능이 있다. 사건 해결이 늦어질 때면 어디든 불을 지르고 싶단 충동.
야심한 시각, 홀로 사무실에 있던 그에게 방화 충동이 일고, 때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만 14세 청소년 두 명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사건 보고다.
피의자는 만 13세 소년.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이른바 촉법소년이다.
함민은 범인의 치기 어린 모습에서 누구에게도 말 못 했던 자신의 30년 전 과거를 떠올린다.
'마지막 방화'는 추리 문학계에서 단단한 입지를 다져온 조영주 작가의 장편소설로, 여섯 개의 살인 사건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였다.
죄책감으로 인해 방화 충동에 시달리는 형사가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가며 진실에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치밀하게 구성된 추리소설인 동시에 주인공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극복해가는 성장소설로도 읽힌다.
한겨레출판.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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