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산출과 관련해 정보를 공유하며 사실상 담합을 벌인 4대 시중은행에 대해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경쟁을 제한하는 정보 교환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권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21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LTV 관련 정보를 장기간 교환하며 유사한 수준으로 비율을 운용한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은행별 과징금은 국민은행 697억4,700만원, 신한은행 638억100만원, 하나은행 869억3,100만원, 우리은행 515억3,5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의 과징금 규모가 가장 컸다.
LTV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담보가치 대비 대출 가능 한도를 정하는 핵심 지표다. 예컨대 10억원 상당의 담보 자산에 LTV가 60% 적용되면 대출 한도는 6억원이 된다. LTV 비율이 높을수록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는 커진다.
공정위 조사 결과, 4개 은행은 최소 736건에서 많게는 7,500건에 이르는 LTV 관련 정보를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은행 실무자들이 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고 정보 교환 흔적을 삭제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LTV는 지역이나 부동산 유형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데, 이들 은행은 서로의 운용 수준을 참고해 LTV를 유사한 범위로 맞춘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은행의 LTV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경우 대출 회수 위험을 우려해 비율을 낮추고, 반대로 지나치게 낮을 경우 고객 이탈을 우려해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반면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은행들의 경우, 2023년 기준 평균 LTV 비율이 이들 4개 은행보다 7.5%포인트 낮았고, 기업대출과 연관성이 큰 LTV 항목에서는 격차가 8.8%포인트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문재호 카르텔조사국장은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대형 시중은행들의 LTV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차주들의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2020년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도입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 금지 규정'이 처음 적용된 사례"라며 "가격이나 거래 조건을 직접 합의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거래 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역시 명백한 제재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를 계기로 금융권 전반에서 금리, 수수료, 대출 조건 등 주요 거래 조건을 둘러싼 정보 교환 관행에 대한 점검과 내부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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