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빙속 여제’ 이상화 이후 긴 공백을 메울 이름으로 거론돼 온 김민선(27·의정부시청)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생애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쇼트트랙이 쌓아온 화려한 메달 역사 뒤편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역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증명할 기회를 맞았다.
역대 동계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금메달 5개를 포함해 총 20개의 메달을 수확한 한국의 전통 효자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기대의 중심에는 단연 김민선이 있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이상화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았고,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여자 500m에서 금메달 5개를 쓸어 담으며 세계 정상급 스프린터로 도약했다.
이번 올림픽은 김민선에게 세 번째 무대다. 평창에서는 개막 직전 허리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 16위에 머물렀고, 베이징에서는 7위로 톱10 진입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긴 재활과 침체기를 거쳐 세계 무대 정상권으로 올라선 과정 자체가 김민선의 경쟁력이 됐다.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감독은 과거 두 차례 올림픽과 비교해 이번 대회를 앞둔 김민선의 가장 큰 변화로 ‘올림픽을 대하는 태도’를 꼽는다.
목표 의식과 메달에 대한 간절함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고, 준비 과정 전반에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조율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험은 쌓였고, 경쟁을 견뎌낸 시간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500m와 팀 스프린트를 모두 제패하며 그는 다시 한 번 ‘올림픽 메달 후보’임을 증명했다.
시즌 초반 흔들림도 있었다. 2025-2026시즌 초반 국제대회에서는 기대만큼의 기록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는 올림픽이 열리는 2월을 정점으로 한 장기 페이스 조절의 일환이었다.
제갈 감독은 김민선의 스타트 이후 100m 구간의 폭발력과 후반 400m 레이스 운영 능력이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민선은 지난해 12월 ISU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시즌 첫 메달을 따내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체력과 기술, 장비의 균형을 맞춰가며 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제갈 감독은 “기술·체력·장비는 상당 부분 준비가 됐고, 결국 올림픽은 심리와 현장 변수의 싸움”이라며 “김민선은 세 번의 올림픽 가운데 가장 메달에 근접한 상태”라고 내다봤다.
김민선은 “이번 올림픽은 가장 ‘올림픽다운’ 무대가 될 것 같다”며 “수많은 관중 앞에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설렌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건 결과다. 세 번의 도전 끝에, 김민선의 질주는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닌 현실을 향해 달리고 있다.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 김민선이 한국 빙속의 역사를 다시 쓸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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