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새 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내 생명보험업계에서도 ‘지속 가능한 체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이른바 ‘생보 빅3’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기준으로 투자적격 A권 등급을 공통 유지하고 있지만, K-ICS 비율과 위험 프로필은 전략에 따라 다른 궤적을 그리며 ‘자본 DNA’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기준 생보사 평균 K-ICS 비율(경과조치 적용 후)은 210.8%로 전 분기 대비 4.0%p 개선됐다. 그러나 빅3만 놓고 보면 한화생명 158.2%, 삼성생명 192.7%, 교보생명 205.2%로 분포가 갈리며 47.0%p의 격차를 보였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부채 평가가 엄격해지고 K-ICS가 자본의 ‘양’보다 ‘질’을 더 촘촘히 들여다보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회사별 사업 구조와 운용 전략이 지표에 서로 다른 형태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대체로 ▲수익성의 지속 가능성 ▲자본적정성 ▲자산·부채 만기 관리(ALM) ▲필요 시 자본 조달 여력 등을 핵심 평가 축으로 보험금 지급능력(IFS/IFSR)을 평가한다. 피치(Fitch Ratings)와 무디스(Moody’s) 기준으로 삼성·한화·교보 모두 투자적격 범주의 A권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 지급능력 측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도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같은 A권 안에서도 안정성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전략은 회사별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같은 A등급, 각기 다른 궤적
삼성생명은 규모와 운용의 보수성이 결합된 전통적인 안정형 모델이다. 업계 최상위권 자산을 바탕으로 채권 중심의 보수적 ALM 운용을 이어가며 변동성 완충력을 설계하는 전략을 취한다. 피치 기준 IFS는 A+, 무디스는 A1을 유지하고 있고 K-ICS는 192.7%로 나타났다. 한편 삼성전자 주식 보유 비중이 8.5%인 만큼, 주가 흐름에 따라 일부 지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자산 운용 구조의 특성으로 꼽힌다.
한화생명은 IFRS17 전환 이후 자본성 증권 발행과 보장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병행하며 자본 구조를 조정해 왔다. 피치 IFS는 A, 무디스 IFSR은 A1이며, 무디스는 2025년 5월 IFSR을 A2에서 A1으로 상향 조정했다. K-ICS는 158.2%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이 수치를 단선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전환 국면에서 자본을 어떻게 배치하고 속도를 낼지에 대한 선택이 지표에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뀔 때 반등 폭이 커질 수 있는 ‘유연성의 체질’인 셈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채널과 상품 구조로 ‘지속 안정성’을 축적해 온 케이스다. 전속 설계사 중심의 대면 채널과 장기 보장성 상품 비중을 토대로 손익 변동성을 낮추는 운영 모델을 유지해 왔다. K-ICS는 205.2%로 나타났으며, 피치 IFS A+를 14년 연속, 무디스 A1을 11년 연속 유지하고 있다. 장기간 동일 등급을 유지하며 안정성을 ‘속도’가 아니라 ‘누적’으로 검증해 왔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IFRS17·K-ICS 체제에서 자산 구성(금리·주식 민감도), 상품 믹스(보장성·저축성), 판매 채널(대면·비대면), 자본 조달 방식의 차이가 지급여력 지표와 위험 프로필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2026년을 전후로 기본자본 중심 관리가 강화될 경우, ALM 고도화와 자본의 질 제고 경쟁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자본규제 분야 한 전문가는 “글로벌 신용등급은 장기 지급능력에 대한 ‘큰 틀’의 평가이고, K-ICS는 같은 회사의 자본 구조와 위험 민감도를 더 촘촘하게 보여주는 지표”라며 “A권 등급이 같더라도 K-ICS와 위험 프로필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제도의 성격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단순 수치 비교보다 각 사가 어떤 방식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위험을 관리하는지, 즉 자본 설계의 일관성과 대응력을 함께 보는 흐름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대학 한 경제학과 교수도 “동일한 규제·회계 틀 아래에서도 회사별 전략이 다른 형태의 지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2026년 기본자본 중심 관리가 강화될수록 ALM 경쟁과 자본의 질 제고가 업계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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