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치앙마이(태국)] 김희준 기자= 홍정호는 K리그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수비수다. 2010년 제주유나이티드(현 제주SK)에서 데뷔해 15년 넘게 현역으로 활약 중이며, 2013년에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우크스부르크로 넘어가 3시즌 동안 유럽에서 자신의 실력을 선보였다. 2018년부터는 전북현대에서 뛰며 K리그1 우승 5회, 코리아컵 우승 3회 등 굵직한 업적을 쌓았고 2021년에는 걸출한 활약으로 K리그1 MVP에 선정됐다.
그런 만큼 홍정호의 수원삼성 이적은 큰 화제를 모았다. 당장 지난 시즌 전북 주축으로 활약하며 리그와 코리아컵 우승을 모두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K리그1 베스트 11에 꼽힐 만큼 최고의 실력을 입증했기에 K리그2 이적은 뜻밖이었다. 수원이 전북과 기묘한 라이벌 관계에 있다는 점도 팬들이 이적에 놀란 요인이었다.
홍정호가 수원에 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전북과 협상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정효 감독의 수원 부임이었다. 홍정호는 지난 18일(한국시간) 태국 치앙마이 전지훈련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적과 관련한 비하인드를 밝혔다.
홍정호는 "전북에서 오랜 시간 보냈고 전북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적을 한 거였기 때문에 팬들이나 전북 관계자 분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이라고 말한 뒤 "내 나이는 커리어 거의 마무리 단계고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나이다. 작년에 부상도 있었지만 좋은 모습도 보였고 선수로서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내 답은 아직 더 뛸 수 있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게 맞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원 이적에 대해서는 "미래에 대해서 고민이 있던 상황에서 이정효 감독님이랑 통화를 하면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걸 많이 느꼈기 때문에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고 해 주는 감독님이 있구나. 그러면 가야지.'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정효 감독님은 '와줬으면 너무 좋겠다.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고 네가 왔으면 너무나 좋겠다'라는 말을 듣고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 신인 때와 베테랑 때 전지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다른가.
신인들은 동계가 기회다. 이때 잘 보여서 감독님께 어필해야 한다. 연습 경기도 많이 뛰고 똑같은 시간 동안 연습 경기와 훈련을 감독님이 본다. 베테랑으로 나이 먹고 오면 일단 부상당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겪어보면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되고 개막전까지 준비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자기 루틴대로 개막전까지 잘 끌고 가는 편이다.
- 이정효 감독은 하루에 한 번 훈련한다던데
나도 의아했던 게 지금부터 시즌의 패턴대로 준비를 한다. 동계 때 몸 많이 끌어올려야 한다고 하루 두 번 훈련하는 게 아니라 토요일 자체 경기를 하면 일요일 쉬고, 월요일에 회복 위주로 하고, 화요일에 좀 올리고, 수요일은 경기 형태로 많이 끌어올리고, 목요일은 완전 낮춰주고, 금요일 가볍게 하고, 토요일 연습 경기를 한다. 그런데 하루 한 번 한다고 하지만 두 번 같은 한 번을 한다. 지금은 선수들에게 많이 입혀야 되는 상황이어서 감독님이 스톱 상황에서 설명을 디테일하게 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되고 설명, 설명, 설명… 선수들이 빨리 익힐 수 있게 중점적으로 많이 하고 있다.
- 한 번 훈련에도 두세 시간 걸린다는 게 맞나.
맞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새로 부임했고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광주였다면 기존 선수들이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대부분 안다. 많아야 5명, 10명에게 새로 입히는 건 쉽다. 수원에서는 다시 새 판을 짜야 한다. 그걸 빨리 입히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훈련 외적으로 분석관님들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맞춰가면서 설명을 다 해준다. 그런 점이 좋다.
- 이정효 감독은 확실히 다른가?
확실히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다르다. 감독님이 설명한 건 다 알고 있는데 잊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 되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안 하고 축구를 해왔다. 감독님께서는 하나하나 디테일을 다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였지 계속 생각이 든다. 어린 선수들한테는 너무나 좋을 것 같다. 나도 나이가 많고 성장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더 배울 게 많다고 느꼈다. 나는 최대치라고 생각을 했는데 거기서 더 끌어내주는 점에서 많이 배울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 감독님과 친해졌나?
아직은 다가가기가….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준다. 훈련할 때 나이가 많아서 걱정인지 자체 경기 할 때도 “정호야, 쉬어” 하면서 후반에 빼주더라.
- 이정효 감독과 첫 통화 당시 내용
와줬으면 너무 좋겠다.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했고 네가 왔으면 너무나 좋겠다.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 나이가 먹으면 무조건 감독님이랑은 잘 맞아야 된다. 감독님이 먼저 생각을 해준 게 너무 크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감독님도 나도 많이 배워야 되고 같이 잘해보자고 얘기를 들었다.
- 수원 이적 전에 전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는데
얘기를 한번 하고 싶었다. 여기서 더 꺼내서 설명을 하고 싶지는 않고, 힘들었다. 전북에서 오랜 시간 보냈고 전북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적을 했기 때문에 팬들이나 전북 관계자 분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나는 더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는 커리어 거의 마무리 단계고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나이다. 작년에 부상도 있었지만 좋은 모습도 보였고 선수로서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내 답은 아직 더 뛸 수 있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게 맞다는 거였다. 더 뛰고 싶었습니다. 서운한 건 있다. 얘기를 해줬으면 오히려 편했다고 느꼈을 거다. 나도 내려와야 되는 단계고 잘 얘기가 됐으면 됐을 것 같은데 그런 게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전북에서 8년 동안 있으면서 FA컵까지 8번 우승하고 MVP도 받고 개인 커리어 상도 많이 받아서 더 좋은 모습도 볼 수 있겠지만 다시 도전을 하고 싶었다. 마지막까지 멋있게 하고 은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이적을 결심했다.
- 수원 이적에는 고민이 없었나?
고민 많았다. 전북에서 길게 있어서 다른 팀에서 내가 하는 게 상상이 잘 안 가더라. 감독님과 얘기도 안 해본 상태에서 내 미래에 대해 고민이 있었던 차에 이정효 감독님과 통화를 하면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고 감독님이 있구나. 그러면 가야지.
- 찬란한 수원을 본 세대로서 그 로망도 이적에 영향을 미쳤는지
나는 수비수 이정수, 마토, 곽희주 형님들 엄청 잘 나갈 시대를 보고 자랐다. 거기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수원에 이정효 감독님이 오고 비록 팀은 2부지만 그때를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내가 도움이 되면 너무나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결정한 건 아니지만 내 목표는 K리그2 우승을 하고 승격을 하고 K리그1에서 멋있게 하고 나는 딱 빠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걸 토대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감독님도, 나도, 수원삼성도 중요한 시즌이다. 부담감은 있지만 잘 즐기면서 재밌게 한번 해보고 싶다.
- 수원의 어린 센터백들과는 얘기를 나눠봤나?
감독님이 골고루 다 뛰게 하고 있다. 지금은 모경빈이라는 어린 선수랑 하고 있는데 내가 가르쳐줄 수 있는 걸 많이 얘기해주려 한다. 선수들도 맨투맨 할 때 어떻게 잡아야 되는지 묻는다. 그런 거 너무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가르쳐주려고 한다. 조심스러운 부분은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와 내가 기존에 생각했던 축구가 다를 수 있다는 거다. 훈련하다 보면 내가 이 선수들을 컨트롤하고 있는데 그게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가 아닐 수 있다 보니 조심스럽다. 감독님 축구를 내가 먼저 익혀야 내가 선수들한테 얘기할 수 있다.
- 본인은 먼저 다가가는지, 물어올 때까지 기다리는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긴 하는데 경기 뛰다 보면 얘기를 하는 편이다. 경기 때는 지금 골을 안 먹어야 되고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적으로 훈련이 끝나고 나서는 먼저 와서 물어봐주길 원한다. 내가 먼저 얘기를 해 주는 것보다는 다가와주길 바라는데 애들이 다가와서 얘기를 많이 하더라. 지금도 (고)종현이랑 같은 방 쓰는데 종현이도 보면 오늘 했던 훈련을 보면서 일지를 쓰는 거 보고 좋은 패턴을 잘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선수들한테 많이 얘기를 해주려고 하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
- 지나가다가 수원 팬이 “올해 승격합니까” 묻는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신감은 있지만 겸손하게 한 경기 한 경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나태해지고 싶지 않다. 분명 잘할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우승을 하려면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 과정이 좋다고 나태해져버리면 위기가 올 거고, 그 상황을 어린 선수들이 헤쳐나가기 쉽지 않을 거다. 그 상황을 내가 잘 컨트롤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 있는 기존 선수들보다 우승도 많이 했고, 우승을 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잘 안다. 그걸 조금씩 선수들한테 입혀주면서 같이 헤쳐 나가려고 한다.
- 주먹인사는 매일같이 하나?
처음에는 선수들끼리 하기가 그랬다. 낯간지럽고. 그런데 하루이틀 하다 보니까 자연스러워졌다. 항상 밥 먹으러 가면 감독님이랑 스태프들 다 있으니까 먼저 주먹인사 하고 선수들 스킨십을 한다. 유럽에서도 아침에 보면 손 인사하듯이 하루에 한 번은 스킨십을 하는데 좋은 습관인 것 같다.
- 수원 외에 위협적일 것 같은 팀은 어디인가요?
쉬운 팀이 없을 거다. 작년에도 수원 보면 안산에서 잡힌 경기도 있었고 변수가 많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하고 마음가짐을 해서 경기를 뛰냐에 따라 승패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감독님께서 잘 주입을 시키고 매 훈련 때 생각을 하면서 경기나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매 경기 좋게 잘 준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수원 생활은 어떤가?
전북에 있을 때는 그래도 외국인 감독님이고 외출도 자유롭고 복장도 자유로웠다. 이정효 감독님은 항상 '우리는' 하지 않나. 시간도 맞추고 복장도 맞추고 양말도 신어야 한다. 이 팀은 어린 선수가 많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불편하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같이 따라야 한다. 선수들도 쉽지 않을 거다. 내가 모범이 돼야 한다. 그 선수들은 감독님도 보겠지만 형들도 가깝게 보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밖에 외출하고 미팅 시간 늦고 내가 그러면 선수들은 형들도 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냐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미팅 시간도 최대한 빨리 가서 앉아 있으려고 한다. 감독님은 1분 전까지만 와도 된다고 하지만 부지런히 움직여야 선수들도 알 것 같고 뭐든지 앞장서서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수원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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