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자본만으론 성장 못 한다”… SK하이닉스 HBM이 보여준 새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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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자본만으론 성장 못 한다”… SK하이닉스 HBM이 보여준 새 공식

뉴스로드 2026-01-21 12:10: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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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날아온 15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차갑고 정교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최근 발간한 ‘TIDES of Change’ 보고서는 글로벌 성장의 공식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세계은행이 던진 결론은 단순하다.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한다고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은 ‘투자의 규모’에서 ‘운영의 효율’로 완전히 이동했다. 자본의 양이 아니라 자본을 얼마나 똑똑하게 쓰느냐, 즉 총요소생산성(TFP)이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진단이다.

[그래픽=최지훈 기자]
[그래픽=최지훈 기자]

▲자본은 늘었는데 성장은 멈췄다

21일 세계은행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전 세계 자본 스톡은 약 34%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글로벌 GDP 성장률은 그에 비례하지 못했다. 세계은행은 만약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생산성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더라면, 현재 세계 경제의 성과는 실제보다 62%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자본 부족이 아니었다. 자본이 생산 현장에서 비효율적으로 고착화되며 ‘지능을 잃었다’는 데 있었다. 세계은행은 이 같은 성장 둔화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분석 틀을 제시했다. 이름은 TIDES. △Trade(무역·고부가가치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 여부) △Investment(투자·자본 유입이 아닌 기술, 지식 확산 효과) △Digital(디지털·자동화가 아닌 AI·데이터의 ‘심화 사용’) △Efficiency(효율·자원 배분 왜곡 제거 여부) △Skills(숙련·학력이 아닌 실전 역량과 현장 지능) 다섯 개 영문 머리글자를 묶은 개념이다.

세계은행은 “이 다섯 요소가 동시에 작동하지 않으면 중진국은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 격차보다 무서운 것은 효율성 격차라고 강조했다. 신흥국 노동자들이 미국 노동자가 보유한 물리적 자본의 약 60%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 자본을 활용하는 효율은 미국의 62% 수준에 머문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같은 기계를 쓰고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결국 지능의 차이라는 것이다.

▲HBM 공장에서 현실이 된 TIDES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세계은행 보고서가 말한 TIDES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현장이다. 이곳은 자본을 무작정 투입해 생산량을 늘리는 공장이 아니다. AI 서버용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라는 고부가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며 생산 구조 자체를 재설계했다.

범용 D램 시장에 머물렀다면 규모 경쟁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컸지만, SK하이닉스는 AI 시대의 수요 변화를 정확히 읽고 자원 재배분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단행했다. 이는 세계은행이 강조한 ‘기업 내부 업그레이드’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세계은행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을 단순 자동화가 아닌 ‘심화 사용(Intensive Use)’으로 정의한다. 기계를 들여오는 수준을 넘어, 생산 데이터와 AI를 공정 전반에 연결해 불확실성과 낭비를 제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의 HBM4 웨이퍼 공정에서는 미세 적층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AI가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불량률이 크게 낮아졌고, 생산성은 구조적으로 개선됐다. 새계은행이 제시한 “AI·클라우드 도입 시 생산성 최대 25% 향상”이라는 분석과 정확히 맞물린다.

'반도체 혁신의 아이콘' SK하이닉스, HBM4 실물 공개
'반도체 혁신의 아이콘' SK하이닉스, HBM4 실물 공개

▲숙련 격차가 국력을 가른다

세계은행이 가장 강하게 경고한 대목은 숙련도 문제다. 자신의 직무보다 학력이 높은 ‘과잉 학력’ 상태는 오히려 생산성을 12% 낮춘다는 분석이 담겼다. 학력과 자격증이 아니라,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성이 성장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역시 여기에 있다. 현장 엔지니어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스피크업(Speak-up)’ 문화와 부문 간 협업 구조는 HBM이라는 고난도 기술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꼽힌다.

노동의 숙련과 관리 역량이 결합될 때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세계은행의 분석이 산업 현장에서 입증된 셈이다. 이날 세계은행 보고서는 “자본은 더 이상 성장의 해답이 아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앞으로의 경쟁은 돈을 얼마나 쌓느냐가 아니라, 노동·기술·자본을 얼마나 지능적으로 조직하느냐의 싸움이다.

SK하이닉스의 HBM 성과는 단순한 기업 성공 사례가 아니다. 노동의 가치를 지능화하고 기술의 실질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경제 주권의 실험이다. 팩트는 차갑고 명확하다. 자본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 세계는 지성의 파도 위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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