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지속'에도 투자 '회복'…OECD 경제계가 본 2026년 상반기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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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지속'에도 투자 '회복'…OECD 경제계가 본 2026년 상반기 세계경제

폴리뉴스 2026-01-21 11:12:03 신고

경기 평택항 [사진=연합뉴스]
경기 평택항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제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히 높지만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뚜렷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6년 상반기를 바라보는 OECD 회원국 경제계의 시각은 '완만한 침체 지속'과 '혁신 분야 중심의 투자 확대'라는 두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지만, 최소한 급격한 붕괴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경제단체는 21일 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BIAC)가 실시한 '2026 경제정책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국가의 경제단체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글로벌 기업 현장의 체감 경기를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OECD 회원국 경제단체의 60%가량은 2026년 상반기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불안정,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 등이 여전히 경제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에도 못 미쳐 사실상 사라진 수준으로 나타났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급락 가능성을 우려하는 응답이 절반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가 위기 국면을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악의 충격 국면은 지나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과거처럼 전면적인 투자 축소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 환경 평가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읽힌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현재의 경영 환경을 '보통' 수준으로 평가했고, '나쁨'이라고 답한 비율은 감소한 반면 '좋음'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으나, 시장이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흡수하며 안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투자 전망이다. 2025년 하반기 조사에서는 기업들의 다수가 투자 축소를 선택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약 80%가 2026년 상반기 투자 확대를 예상했다. 특히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혁신 분야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응답 기관이 투자 증가를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성장 동력을 포기하지 않고,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 분야에는 오히려 자본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기 대응 차원을 넘어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경기 침체 시 전반적인 비용 절감과 투자 보류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AI와 디지털 전환이 기업 생존과 직결된 핵심 요소로 인식되면서 침체 국면에서도 투자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생산성 혁신과 비용 구조 개선을 위한 기술 투자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회원국 경제계의 과반은 2026년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높아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 공급망 불안, 노동 비용 상승 등이 다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경우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게 유지되면서 투자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장 크게 꼽혔다. 국제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교역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국가 간 통상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불안, 노동시장 경색과 인력 미스매치, 무역·투자 장벽 확대 등이 주요 리스크로 뒤를 이었다. 특히 에너지와 노동시장 관련 부담은 직전 조사 대비 급격히 증가해 기업 경영의 현실적인 압박 요인으로 부상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세계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단기간의 경기 반등보다는 낮은 성장률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며,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비용 구조를 재편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성장 속도가 느려질수록 생산성 향상과 혁신 투자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핵심 키워드를 '선별적 낙관'으로 요약한다. 전체 경제 흐름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하지만, 기술 혁신과 디지털 전환 분야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침체와 성장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경제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경제계 역시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혁신 분야 투자 확대 흐름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규제 환경 개선, 산업 인력 구조 개편,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기반 마련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AI와 디지털 산업은 인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노동시장 구조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투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2026년 상반기 세계 경제는 여전히 순풍이 아니다. 그러나 시장을 짓눌렀던 '급락 공포'는 상당 부분 해소됐고, 기업들은 생존을 넘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에 다시 나서고 있다. 침체 속에서도 투자가 살아났다는 점은 향후 글로벌 경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다.

결국 2026년 세계 경제의 키워드는 '침체의 지속'이 아니라 '침체 속 전환'에 가깝다. 성장률은 낮아도,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AI와 디지털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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